절망과 죽음의 땅에서 희망을 본다!!

스스로 조직하고 투쟁하는 길만이 건설노동자의 희망이다

건설노조  / 2005년04월29일 3시27분



절망과 죽음의 땅에서 희망을 본다!

화학 약품 냄새가 코를 찌르는 울산석유화학공단에서 건설노동자들이 한 달이 넘게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 파업으로 12명이 구속되고 매일 1천여 명의 건설일용노동자들이 투쟁하고 있다.



2003년에도 2004년에도 건설노동자들은 끝도 없이 끌려가고 구속되었지만 투쟁은 그칠 줄 모른다. 아니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일터에서 언제 죽을 줄 모르는 일터에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한 그 구렁이 알 같은 노임을 떼이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건설노동자들이 깨어나고 있다.

대통령이 되기 전, 소외받는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던 대통령! 젊은 시절 독학을 하면서 건설현장에서 막노동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한가닥 희망을 가지게 했던, 누구보다 건설노동자의 삶을 잘 이해하리라고 생각했던 대통령! 그러나 그 기대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돌아온 것은 비정규직 개악입법이었고, 건설노동자의 노동3권을 짓밟아버리는 공안탄압이었다. 수많은 건설노동자들의 인간답게 살고 싶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라는 외침은 교도소의 창살 속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인신매매 노예시장보다 더한 불법 용역

여성의 성을 돈으로 매매한다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 자신의 몸뚱이밖에 아무것도 없는 사람을 빚으로 묵어 강제로 성을 매매하게 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고 처벌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자신의 몸 이외에 아무런 생계수단이 없는 사람들은 새벽이면 용역회사에 제 발로 찾아간다. 그리고 5천원에서 1만원을 주고 일자리를 찾는다. 날품팔이 막노동 일자리는 더 이상 건설현장에서 찾을 수 없다. 왜냐하면 이미 용역업체와의 계약이나 뒷거래에 의해 잠식당했기 때문이다. 물론 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일이다.

건설회사에서 하루 일을 시켜보고 기대했던 것보다 못하면 용역회사로 전화를 해서 <내일부터 보내지 말라>고 통보한다. 그러면 그 사람은 다시 일자리를 찾기 힘들다. 이렇게 용역회사를 통해 팔려간 사람들은 안전교육도 안전장구도 지급받지 못한 채 일을 한다. 당장에 입원할 정도로 다치지 않으면 다쳤다고 말도 못하다. 왜냐하면 다쳤다고 병원으로 보내달라고 하면 그 사람은 다음날 한마디 말도 없이 해고가 된다. 노예시장보다 더한 인신매매로 팔려가는 사람들은 비단 이들만이 아니다. 로타리라고 불리기도 하고, 부산에서는 박치기라고 불리는 철근 조립공도 마찬가지다. 하루에 오천원씩 떼이는 줄 알면서 불법용역 사장 밑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들도 안전교육, 안전장구는 꿈도 꾸지 못한다. 비계공, 콘크리트 타설공도 오야지라 불리는 사람들에 의해 어디론가 팔려간다. 인신매매 노예시장보다 못한 불법용역에 대해 처벌해야 할 법은 건설현장에는 없다. 관행이란다.

강제수용소가 이보다 못할까?

건설노동자가 쓰는 근로계약서의 임금과 근로시간은 늘 빈칸으로 되어 있다. 지급되지 않은 안전장구는 지급받은 것으로 표시해야 한다. 이렇게라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최소한 자신을 고용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 관계는 밝혀지니까 말이다.
하루 일당도 돌아가지 않는 도급 금액으로 돈내기를 하라고 강요받는다. 새벽부터 어둠이 질 때까지 미친 듯이 일을 해도 하루 일당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고용자체를 거부당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을 한다.

총칼을 들고 감시하는 사람은 없다. 간혹 어떤 현장에는 산업재해를 예방한다는 명분으로CCTV나 감시카메라가 설치되어 있긴 하지만. 그러나 작업물량이, 옆의 동료가, 같은 현장의 다른 팀과의 경쟁 때문에 결국은 자신이 자신의 노동력에 대한 감시를 강제하고 있다. 그래서 하루 10시간, 11시간이 넘어도 점심 먹고 쉴 시간도 없이 일을 해야 하는 이곳 건설현장에 최소한의 법적 권리는 없다.

근로조건 악화와 임금삭감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건설자재 폭등과 노무현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이후 건설경기는 침체되고 있다. 건설경기의 침체는 곧바로 건설노동자들의 고용불안으로 이어지고 건설회사들은 앞다투어 임금을 삭감하거나, 근로조건 악화(노동강도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해 9월 표준건축비를 25.3% 를 올려 평당 288만원으로 인상했고, 원분양가 상한제(원가 변동제)를 통해 아파트의 평당 표준건축비를 339만원으로 정했다. 1년도 안돼 50%가 인상된 것이다.
대형 건설업체들이 불황이라고 하면서 지난 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고 엄청난 폭리를 취했다. 경실련이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각 건설회사들은 아파트건설을 통해 최소 30%에서 40%이상의 폭리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폭리를 취하는 가운데 하청회사의 도급단가와 실제 건설노동자의 임금은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결국 건설자본은 고용불안과 실업으로 건설노동자를 위협해서 건설노동자들의 마지막 땀 한 방울 피 한 방울까지 쥐어짜내려고 하고 있다.

수주산업인 건설산업은 급변하는 건설경기만큼, 인력시장이 탄력적이지 못하다. 다단계하도급 구조를 통해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마지막 단계는 노동자 자신이 자신을 감시할 수밖에 없는 돈내기(강제도급)을 주게 된다. 즉 건설자본은 자신들의 이윤을 유지하고 최대화시키기 위해 다단계하도급을 유지하고 확대하려 하고 있다. 직접고용을 회피하는 것이다. 이들 건설자본은 언제나 실업자 군이 넘쳐 날수록 저임금을 유지하고, 노동강도을 높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스로 조직하고 투쟁하는 길만이
건설노동자의 희망이다.

얼마 전 마산에서 형틀목수로 일하는 노동자 한 분이 집에서 전기 줄에 목을 매서 자살했다고 하고, 지난 해 대구에서는 건설노동자가 자신의 어린 아들이 굶어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다. 이렇게 경제난을 견디다 못한 노동자들은 가정해체의 위기와 스스로 인생을 포기하는 거리의 노숙자로 전락하게 된다.

절망과 죽음의 땅, 생존의 벼랑 끝에서 우리가 바라볼 수 있는 희망의 세상은 어디에도 없다.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하면서 공부했다는 대통령, 그래서 가난한 자와 소외된 서민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던 대통령은 비정규직을 보호하겠다고 하면서 더욱 비정규직을 확산시키는 개악안을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
굶어죽으나, 건설현장에서 떨어져 죽으나, 실업자로 내몰리고 노숙자로 전락하거나, 고용보장을 요구하면서 투쟁하다 구속되나 다른 것이 무엇인가? 스스로 조직하고 투쟁하지 않는다면 누가 이 절망과 죽음의 땅에서 살아가는 건설노동자에게 희망을 줄 것인가?

한 달이 넘는 파업! 12명의 구속! 110명이 넘는 불구속 입건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투쟁하는 울산건설플랜트노동자들은 그 희망을 보고 있다. 매년 비정규직 건설노동자들이 수많은 구속자를 내면서도 그 투쟁을 멈추지 않는 것은 스스로 삶의 희망을 찾아나서는 힘겨운 인간선언이다.

건설노동자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

스스로 조직하고 투쟁하지 않는다면
누가 이 절망과 죽음의 땅에서 살아가는 건설노동자에게 희망을 줄 것인가?
건설노동자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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