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불패 조장하는 2008학년도 서울대 입시안

[참새칼럼주장] 2008학년도 대입을 둘러싼 줄다리기

김정명신(편집위원)  / 2005년05월06일 12시43분

‘한 문제만 더 맞자, 남편감이 달라진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어느 여자고등학교 게시판에 적힌 문구이다. 살인적 입시경쟁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살인적 입시경쟁을 완화하고 사교육비문제를 해결하고자 교육부는 2008학년도 입시안 발표하였다. 교육부의 2008년 입시안은 내신중심입시이다.

주요내용은 내신을 9등급, 수능을 9등급으로 하고 대학별고사의 자율성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이 제도가 입시경쟁을 완화하고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킬수 있을 것인가? 이를 정착시키려면 3불-고교등급제금지, 기여입학제금지, 대학본고사금지의 법제화등 강력한 의지표명이 필요했었는데 교육부는 이를 관철해내지 못함으로써 입시안 발표 수개월이 지난 지금, 교육부는 여러 도전에 직면해있다. 현실적으로 3불이 법제화되지 않으면 내신중심의 2008학년도 교육부입시안은 구두선에 그칠 수밖에 없으며 이번 서울대 ‘논술본고사’문제로 표면화된 것이다.

교육부의 내신중심입시제도는 대학들이 내신의 공정성과 학교간 학력격차를 문제삼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불안정하고 허점이 많은 제도이다. 내신은 학교에서의 상대적 위치는 밝혀주지만 지역간, 학교간 위치를 드러내주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고교가 내신부풀리기를 하지 않고 내신관리를 투명하게해도 반영여부는 전적으로 대학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대학들이 객관성을 문제삼는 한 내신강화는 공염불에 불과하게된다.

또한 내신중심입시는 일반의 우려대로 고교 3년내내 입시학원화될 우려도 있다. 내신이 학교교육정상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대학입시전형자료를 위한 것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사실 학교교육정상화와 입시문제는 다른 문제이다. 새학년 초 과학고 학생회장이 성적문제로 자살을 하고 4월 들어서도 인문계고교생이 중간고사를 보는 도중 자살하였다.

입시경쟁은 무한경쟁이므로 너와 내가 다 잘해봐야 소용이 없다. 너와 나, 둘중 하나는 어쨌든 탈락해야하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그동안 수없이 입시제도를 개선했는데도 효과가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과열경쟁이라는 몸통을 놔두고 입시방법이라는 깃털만 이리저리 건드렸기 때문이며 이런 상황에서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는 대입제도란 애초에 존재할 수가 없다. 그런데도 교육부의 2008학년도 대학입시안은 선발방법에만 초점이 맞추어져있고 대학서열타파나 학벌사회해체에 대한 사회개혁의 전망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

교육부는 내신중심입시를 강조하면서도 대학별고사와 재학의 자율성도 강조하였다. 자신들은 공정한 대입전형관리자로 남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교육부의 오산임이 이번 서울대논술형본고사 실시계획 발표로 드러났다. 서울대가 2008학년도입시부터 수능의 비중을 없애고 내신을 40%, 논술형 본고사를 60% 반영하겠다는 것은 대학본고사를 시행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논술시험비중강화를 통해 특목고를 우대하거나 강남의 일부고교를 우대하여 고교등급제금지와 대학별본고사금지라는 2008학년도 내신중심 입시에 대한 사회적 합의사항을 깨뜨린 것이다.

서울대는 내신성적과 수능자격과 3과목의 논술형본고사를 치루겠다는 요강을 발표했는데 이러한 다단계전형이야말로 수험생들에게 살인적 부담을 주는 전형이
며 사교육이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전형이다. 대부분 수험생이 내신성적으로만 대학에 진학할 수 있어야하고 그중 일부는 수능등급만으로, 일부는 대학별고사로만 대학에 진학할 수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 서울대학측은 특목고와 강남지역에 대한 공연한 욕심을 버려야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대 신입생들의 대부분이 ‘서울 강남지역거주하고 아버지가 고학력자이며 어머니가 전업주부인 학생들’이라고 서울대 스스로가 지난해 밝혔었다. 서울대가 그동안 국민의 세금으로 대폭적인 지원아래 그만큼 성장했으면 국립대로서 최소한 사회적 책무는 해야하는 것아니가?

그렇다면 서울대가 ‘본고사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논술형본고사는 본고사인가? 대학별고사인가? 외견상 말장난에 불과한 것 같지만 다음과 같은 심각한 문제점들을 안고있다.

첫째, 대학별고사에서 각 대학들은 현행 고교교육과정을 무시하고 어려운 문제를 출제하여 학생들을 불안하게 하고 학교를 무능하게 만들고 입시 학원들의 배를 살찌우고 있다. 그 결과 사교육1번지 강남불패가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둘째, 이번에 서울대가 발표한 논술형 본고사는 학부모들에게 특목고열풍을 다시 불러와 조기 사교육을 부추길것이다. 셋째, 서울대학교는 자세한 논술문제유형은 오는 10월에 발표한다고 했는데 논술문제는 창의성을 요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대학입시가 창의력 테스트장인가? 고등학교 교과과정중 창의력을 배양하는 수업이 어느 과목이길래 서울대는 입시당락을 좌우하는 60%의 큰 비중으로 창의력이 필요한 논술문제를 출제한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아도 지금 일부 고교에서는 7차교육과정의 여파로 서울대반을 따로 운영하는 파행을 교육당국과 서울대는 알고 있기나 한것인가? 교육의 강남불패를 불러오는 서울대의 2008년 논술형본고사는 즉각 철회되어야하며 국립대학의 사회적 책무를 받아들여 지역균형선발제를 확대해야한다.

2008학년도 대학입시정착을 위해 교육부는 대학입시 관련 협의회를 구성하였다고 한다. 제도는 사람이 만들지만 사람들의 요구와 참여수준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가변적이다. 2008학년도 입시안은 이제 출발점에 서 있다. 2008학년도 입시를 둘러싼 줄다리기는 이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입제도개선은 정답이 없다고들 체념하는데 한국 교육문제의 핵심은 치열한 경쟁에 있고 치열한 입시경쟁은 대학서열구조와 학벌사회에 원인이 있으며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어떠한 개혁도 성공할수없다는 것이 국민적공감대를 얻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대입 내신강화에 따른 중장기조치들-대입경쟁완화책, 더 나아가 대학서열화와 학벌해소책들을 서둘러 가시화하고 3불 법제화를 확보하여 사회적 책임을 다하여야한다.
참새회원이라면 누구나 참세상 편집국이 생산한 모든 콘텐츠에 태그를 달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내용을 잘 드러내줄 수 있는 단어, 또는 내용중 중요한 단어들을 골라서 붙여주세요.
태그:
태그를 한개 입력할 때마다 엔터키를 누르면 새로운 입력창이 나옵니다.

트랙백 주소 http://www.newscham.net/news/trackback.php?board=newsers_column&nid=26884[클립보드복사]

민중언론 참세상의 재도약에 힘을 보태주세요

덧글 쓰기

덧붙임

김정명신 님은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대표로 참세상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