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파행 부르는 서울대 2008대학입시요강

교육운동단체들이 교육부와 서울대를 상대로 전면전을 하는 이유

김정명신(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 2005년07월06일 22시16분

‘교육부는 서울대와 싸워서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며칠 전 본고사위주의 2008 서울대입시안 철회를 촉구하기 위해 만난 교육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최근 교육시민운동단체가 교육부와 서울대를 상대로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그 이유는 지난 6월 27일 발표한 2008서울대입시안과 잇따라 발표한 여러 대학들의 입시안이 공교육에 미칠 파장과 부작용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에 200여 개 대학이 있고 서울과 수도권, 일부 국립대 20개 대학 정도만 학력이 우수한 신입생을 선발하는데 골몰하고 있으며 나머지 대학들은 생존 자체를 염려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소위 SKY 대학이 온 나라의 중등교육을 휘젓고 있는 것이다. 교육운동이 시작된지 17년째, 교육부의 대학 입시확정안과 각 대학의 전형계획이 거의 확정 발표된 마당에 교육운동단체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강력하게 저항하는 적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6월 27일, 서울대는 2008대학입시요강을 밝혔다. 그 주요 내용은 첫째, 수능을 자격 고사로서만 활용하고, 내신반영을 현행 5% 수준으로 묶는다. 둘째, 논술 시험 범위를 통합 교과로 두고 영어 지문을 내거나 각 학과목에 대한 지식을 묻는 다수의 문제도 출제할 수 있다. 셋째, 특목고 동일계 특별 전형을 포함하지 않고 특기자 전형을 확대한다. 넷째, 입시사정관제도를 도입하지 않는다.

2008년 입시는 내신9등급제, 수능 9등급제, 대학자율화가 기본축이다. 2004년 하반기 교육운동단체들은 <올바른 대학입시수립을 위한 공동대책위>를 구성해 단식농성, 집회, 기자회견를 통해 학벌 철폐 등을 포함해 지난한 투쟁을 벌여 고교등급제금지등 3불을 사회적으로 공론화시켰으나 역부족으로 법제화를 관철해내지 못했다.

그간 고교내신 부풀리기가 문제가 되어 내신9등급제를 도입하였으나 대학들은 아직 이를 변별력이 없다며 불신하고 수능을 자격고사화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대학 입시에서 수능이 가졌던 비중을 모두 대학별 전형-통합교과형 논술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지금 기말시험 기간이라 중학생 이상 학생들은 독서살에서 밤 12시가 넘어 귀가하는 등 피말리는 내신전쟁을 하고 올봄에는 중간고사 중에 10명 가까운 학생들이 성적과 직간접으로 연결되어 자살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대학들은 학생들의 입시부담을 줄여주기는커녕 이를 악용해-대입본고사인 통합형 논술시험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대학들은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본고사’ 란 학과목 지식을 측정하든, 사고력을 측정하든 간에 고등학교 교사들이 3년간 산출한 내신성적이나 생활기록부자료에 의하지 않고 이의 실질반영률을 낮춰 무용지물이 되게 한후 대학 측이 낸 시험문제로 수험생을 줄세워 당락을 결정하면 본고사가 아닌가?

세상이 모두 한 목소리로 본고사라고 지적하는데 대학들만 본고사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논술시험 때문에 아이들이 사교육기관을 찾고 있다. 논술이라는 과목 자체는 고교 교육과정 속에 없다. 학교에서도 당연히 가르치지 않고 국어교사가 억지로 맡은 실정이다. 지금 논술도 고교로서는 벅찬데 각 대학들이 다투어 논술 난이도를 높인다며 통합교과형 논술을 출제하면 학교교육은 어찌 될 것인가?

통합교과형 논술이란 예를 들면 수학과 과학문제를 영어로 낸다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통합논술은 다시 강남학원가의 석박사출신 강사들의 전유물이 될 것이다. 이를 증명하듯 초등 SKY 입시반과 초등 논술교실의 신설(주요수강과목 영어와 논술)이 붐을 이루고 있다.

또한 지난해 고교 특목고생에 대한 집착에서 고교 등급제가 이루어졌다고 할 때, 이번 서울대의 입시안은 신고교 등급제라고도 할 수 있다. 특목고에 보이지 않는 특혜를 주는것이다, 학력차가 없는 특목고에서는 고등학교 과정을 고1동안 일찌감치 끝내 놓고 통합논술반을 2년동안 편성하여 입시대비를 시키면 특목고 도입취지는 사라지고 대학진학만을 위한 특수목적만 남아 명문대입시의 우회로로 활용될 것이다.

그 결과 특목고의 입시학원화, 어린 초등학생들까지 입시경쟁에 뛰어들게 될 것이다. 그러니 만약 서울대입시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공교육은 파행이라는 ‘건널수없는 강’을 건너게 되고 그 부작용 때문에 우리 사회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다시 한 번 입시 개혁의 수순을 밟게 될것이다.

교육운동단체들이 이의 심각성을 느껴 교육혁신위 농성과 서울대앞 집회, 항의방문, 교육부 후문의 농성과 집회 등을 벌이는 사이 그 동안 두 번 면담에서도 서울대측을 옹호하며 꿈쩍도 않던 교육인적자원부는 열린우리당과 당정협의를 통해 ‘서울대의 통합교과형 논술 도입 발표로 불거진 본고사 부활 논란에 대해 재정적, 행정적 수단 및 국회차원의 법제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본고사 부활 움직임을 막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서울대에 입시가 가져올 부작용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의 철회를 요구한 것이다. 늦었지만 다행한 일이다.

그러나 서울대 측의 반론도 만만치 않고 서울대 본고사 부활을 대학자율화의 표상인양 이를 엄호하는 일부 대학들의 반박도 간단치 않다. 최근 대교협을 통해 기여입학제 도입을 입시선발권의 자율로 주장하고 나선 대학들의 사고방식으로 보아 사태는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그동안 교육부는 서울대입시안에 대해 허용적, 유보적 태도를 보여왔고 그런 애매한 태도가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해야한다.

또한 교육부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고교등급제 의혹이 있거나 본고사 부활에 대해 국민들이 직접 소송이 가능할수있도록 3불을 법제화하여야 한다. 참여정부는 경제문제에 올인한다며 경제논리로 교육을 재단하고 온 국민의 고통이 된 교육개혁 문제에 ‘잘해야 본전’이라는 입장으로 유보적, 관망적 태도를 취해왔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온 나라의 교육주체들이 바라는 교육개혁과 입시개혁, 학벌철폐 대책 등에 대해 좀더 적극적인 태도로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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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명신 님은 '함께하는교육시민모임' 공동회장, '본고사부활저지 살인적입시경쟁철폐교육시민단체공대위'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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