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만에 분열된 AFL-CIO, 갈 길은 멀다

이번 분열이 새로운 노동운동의 장을 열 가능성이 낮아 보여

원영수(노동자의힘)  / 2005년07월28일 12시10분

미국노총 - 우울한 통합 50주년

미국노총 AFL-CIO가 지난 1955년 냉전과 매카시즘의 광풍속에 양대노총 AFL(미국노동연맹)과 CIO(산별조직회의) 간의 통합을 이룩한 이래, 통합 50주년을 맞아 제25차 총회를 앞두고 마침내 분열했다. 미국 노동계의 분열을 이끈 것은 표면상 현 존 스위니 집행부의 불신임과 개혁지도부를 촉구한 ‘승리를 위한 변화 연합’(Change to Win Coalition: CTW)의 이른바 개혁세력이다.

7월 25-28일 시카고에서 열리는 이번 총회는 차기 집행부를 선출하는 대회인데, 개혁파를 이끄는 전미서비스노조(SEIU), 전미팀스터노조(IBT), 섬유호텔식당노조(UNITE HERE), 식품산업노조(UFCW) 등 4개 노조가 총회 보이코트를 선언함으로써 총회는 반쪽짜리로 치러지게 되었다. 이들은 노총탈퇴 및 새로운 노총결성을 선언하고 있어, 미국노동조합운동의 분열은 지난 9개월간의 내부노선투쟁 끝에 노동계의 분열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미국 노동운동의 위기

  존 스위니 AFL-CIO 위원장 [출처: AFL-CIO 홈페이지]
지난 1981년 레이건 정부에 의한 항공관제사노조(PATCO) 파업탄압으로 시작된 자본의 공세앞에 연이은 패배로 미국의 노동조합운동은 연이은 양보교섭과 조직율하락 등 전면적 위기에 봉착했다. 1955년 양노총 통합 당시 35%대의 조직률은 12%로 급락했고, 특히 민간부문 8%로 사상 최악의 조직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995년 존 스위니 위원장을 필두로 한 ‘새로운 목소리’(New Voices) 개혁지도부의 등장과 조직화에 대한 강조는 냉전시대 미국무부와 CIA의 앞잡이로 반공주의와 실리적 조합주의(Business Unionism)로 상징되는 미국식 노동조합제국주의의 종식과 새로운 노동운동의 시대를 여는 것으로 미국 국내만이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상당한 기대를 모았었다.

대학생 활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유니온 서머’(Union Summer) 캠프와 특정도시를 대상으로 한 조직화 캠페인인 ‘유니온 시티’(Union City) 등 참신한 조직화의 시도들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1999년 11월 WTO 각료회담에 대항하는 시애틀 전투에 AFL-CIO의 노동조합대오가 주력으로 참여하면서, 미국의 노동운동은 긴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오는 듯이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조직화의 부분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해외공장이전, 구조조정, 비정규직화 등 자본의 공세에 대한 무기력한 대응의 결과, 조직률은 답보상태에서 머물렀고 하강곡선을 막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9.11이후 스위니 지도부의 애국주의적 전향과 베네수엘라 개입사태에 드러난 구태의 답습, 민주당 지지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조합주의정치 등은 미국 노동운동을 다시금 위기국면으로 몰아넣었다. 그 결과, 스위니의 출신노조인 서비스노조의 앤드류 스턴을 중심으로 한 개혁파의 도전을 불러왔다.

스위니 지도부에 대한 문제제기 - '승리를 위한 변화연합'

2003년 9월 서비스노조의 제안문 ‘승리를 위한 단결. 21세기 새로운 노동자의 힘을 위한 계획’에 따라 결성된 연대체인 ‘새로운 단결협력’(New Unity Partnership: MUP)에서 출발한 자칭개혁파는 팀스터, 건설, 섬유의류, 호텔, 목공노조 등 5개노조를 규합하여, 스위니 지도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제안문은 월마트식 고용중단, 전국민 의료보험 캠페인, 노조결성의 자유, 노조통합을 통한 강화, 노조정치력의 강화, 조직다변화, 조직력강화, 전지구적 노동운동과 국제연대의 강화 등을 주장하였다.

이들은 올해 3월 AFL-CIO 집행위원회에서 세를 규합하여 스위니 지도부 사퇴와 노동조합 개혁을 추진하였지만, 스위니파와의 세대결에 밀려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이후 이들은 ‘승리를 위한 변화’ 연합으로 재편하여, 180만 조합원 서비스노조와 140만 조합원의 팀스터 노조의 연합을 중심으로 7개 산별노조로 확대하여 1,300만 전체 조합원 가운데 600만을 대표하는 세력을 결성하였다. ‘아메리칸 드림의 회복. 승리할 수 있는 21세기 노동운동을 건설’이란 제하의 결성문을 통해 주류파의 노선을 비판하는 한편, 노동운동의 조직역량강화, 대표성 제고, 의료보험과 연금보장, 및 국제연대강화 등을 통한 강력한 노동운동의 기치를 내걸었다.

이들은 7월 25-28일 AFL-CIO 총회를 앞두고, 4개 노조가 보이코트를 선언하였고, 나머지 노조는 총회에는 참석하되 집행위원직을 거부하는 내부투쟁을 벌이기로 결의하였다. 이에 따라 총회 전주에는 독자적 사전집회를 통해 스위니 지도부를 압박하고, 보이코트 기자회견을 통해 AFL-CIO 탈퇴를 공식화했다.

승리를 위한 변화 연합:
- 전미서비스노조(SEIU) 보이코트 및 탈퇴
- 전미팀스터노조(IBT) 보이코트 및 탈퇴
- 북미건설노조(Laborers) 참여
- 의류호텔식당노조(UNITE-HERE) 보이코트, 탈퇴미정
- 전미식품상업노조(UFCW) 보이코트, 탈퇴미정
- 전미농업노조(Farmworkers) 참여
- 전미목공노조(Carpenters) 2001년 노총탈퇴

스위니 지도부의 대응

  앤드류 스턴 SEIU 위원장 [출처: SEIU 홈페이지]
자칭 개혁파의 도전에 직면하자, 당초 사퇴의사를 밝혔던 스위니는 입장을 번복하여 7월 총회 재출마 입장을 밝혔고, 다른 한편으로는 개혁파의 주장에 대응하여 ‘21세기 새로운 노동운동’을 제출하였고, 노총내 개별활동가부터 산별노조 지도부와 각 지부, 지역본부의 간부 등 전면적으로 참여하는 노동운동 논쟁의 불길을 지피기도 했다.

이런 백가쟁명식 논쟁을 통해 반대파의 개혁요구를 수용하면서 지도체제를 유지하려 했던 스위니 지도부의 전략은 앤드류 스턴의 개혁파에 의해 거부당했고, 이들이 총회 자체를 보이코트하는 전술을 택하자, 분열은 불가피해 졌다.

분열의 위기에 직면한 스위니 지도부는 총회를 앞두고 친지도부세력을 규합하여 2000명이 참가한 지지집회를 여는 한편, 이른바 개혁파를 ‘노동운동 분열세력’으로 몰아붙이는 개혁파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AFL-CIO의 연대세력이었던 민주당 역시 개혁파의 분열공세를 비난하고 나섰다.

비판의 목소리

사실상의 도제관계에 있는 스위니와 스턴의 개인적 갈등, 스턴의 서비스노조의 협력세력인 팀스터노조나 건설, 목공노조의 경우 전통적으로 미국노총내 보수파 계열에 속했다는 사실, 전통적으로 미국노조운동의 주력이었던 제조업노조의 불참, 공공부문 노조들의 양분 등의 정황은 사태를 개혁파 대 반개혁파의 구도로 정리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

한편 <레이버노트>를 비롯한 진보적 노동단체와 현장활동가 및 노조간부들은 과연 현재 노동운동의 대립과 분열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들은 현집행부나 반대세력 모두 현재 노동운동에 대한 진단이나 대안에 있어 문제의 핵심을 놓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조직구조의 개편이나 노조통합과 대규모화로 과연 현재의 노동운동이 직면한 위기상황을 과연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근본적인 문제제기이다.

설사 개혁파의 주장대로 더 많은 재정을 조직화에 투여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현재의 조직률 하락추세를 저지할 수 있겠는가? 한편에서 자본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대해 전투적 투쟁을 조직할 의사도 명료하지 않고, 또한 선거때마다 민주당에 대한 비판적 지지를 되풀이하는 잘못된 정치노선을 지향하는 관행에 대한 근본적 처방이 없는 한 어떤 개혁론도 미봉책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불어, 어느 측도 노동운동의 방향과 민주주의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는 점에서 동일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노조운동내 좌파세력의 숙청을 통해 이룩한 통합노총이 반세기만에 변화된 지형에서 개혁파 대 신개혁파의 구도로, 또 야합의 구도로 분열한 것은 미국 노동운동의 아이러니다. 역사적으로 미국의 노동운동이 세계노동운동에서 중요한 요소임에도 긍정적 역할을 한 적이 거의 없다는 역설에 덧붙여, 이번 분열이 새로운 노동운동의 장을 열 가능성이 낮아 보이기에 21세기 미국 노동운동의 갈 길은 더욱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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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영수 님은 노동자의힘 편집위원장 일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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