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경제정책은 총체적 실패

집권 전반기 노무현정권 경제성적표

장상환(진보정치연구소장)  / 2005년08월25일 11시43분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지 2년 반이 지났다. 어떤 성적표를 매길 수 있을까. 최근의 참여정부 전반기 평가토론회에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모두 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F 학점을 매겼다. 전문가들도 부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다. 이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참여정부 경제정책 기조는 성장론이었다. 경제부처 인선의 기준으로 ‘안정과 개혁의 결합’을 내세워 경제부총리로 김진표, 이헌재, 한덕수를 차례로 선임했고 분배를 중시하는 이정우 교수를 정책실장으로 앉혔다. 그러나 김상조 교수가 적절히 지적했듯이 그것은 개혁도 안정도 아니고 최악의 조합을 낳았다. 개혁세력은 안정 쪽을 보면서 참여정부를 불신하게 되었고, 안정을 요구하는 기득권세력은 개혁 쪽을 보면서 반시장 정서를 운운하게 되었다.

실제로 경제를 주도한 것은 보수 관료들이었고 이들은 분배보다는 성장을 중시했다. 그 결과 참여 정부 2년간 양극화가 더욱 심화된 것이다.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에 대해서 우파에서는 반시장주의 내지 좌파로 비판한다. 그러나 이들 우파들의 공격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재벌과 부동산 소유자, 서울 강남 거주자들의 협소한 이익을 대변할 뿐으로 자본주의 경제에서의 시장 실패에 대응한 정부의 역할 자체를 경시 내지 간과하는 주장일 뿐이다. 참여정부 경제정책이 분배를 경시하고 성장을 우선했다는 것은 최근까지 참여정부 정책기획위원장을 맡은 이정우 교수도 인정하고 있다.

재벌개혁과 부동산 문제 해결 실패

참여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을 살펴보면 우선 경기회복을 위한 적극적 재정확대정책을 추진하지 않았다. 정부 채무가 2003년말 136조원에서 2005년6월말 현재 202조원으로 늘어났지만 GDP 대비로는 26.1%로 OECD 국가 평균 76.8%에 비하면 아직 낮다. 그런데도 정부는 적자재정 편성을 통한 경제회복 정책에 소극적이다. IMF 조차도 ‘한국의 재정정책이 지나치게 중립적인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재정이 좀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제시할 정도이다. 예산부족을 이유로 재정투자 대신 민간투자유치사업(BTL, Build-Transfer-Lease) 방식이라는 새로운 재정사업 추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경기회복을 위한 재정정책에 소극적인 것은 재정정책의 기조가 신자유주의이기 때문이다. 재정금융정책의 핵심은 물가안정으로서 금융자산가의 이익을 지켜줘야 하고 또 경기회복정책도 법인세 인하 등으로 민간자본 투자를 활성화시키는 간접적 방법이 중심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재벌개혁을 통해 시장의 공정성과 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해 경제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속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증권 집단 소송제, 재벌금융회사에 대한 계열 분리청구제 도입, 출자총액제한제 유지, 재벌금융회사의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금지를 5대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형식상으로는 달성했지만 각종 예외조치를 통해 이를 완화시켜 재벌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재벌들에게 투자를 늘려줄 것을 하소연했다. 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하반기 금융감독정책을 설명하면서 “어떤 지배구조가 이상적인지는 ‘기업’이 결정할 일이며, 수익을 많이 내서 세금, 임금 배당 많이 주는 기업의 지배구조가 좋은 기업지배구조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재경부는 재벌 금융기관의 계열사 기존 보유주식에 대해서 처분의무 면제와 의결권 행사를 내용으로 하는 금산법 개정안을 내놓아 재벌을 옹호하고 있다.

참여정부 경제정책 최대의 실패는 부동산정책이다. 2003년에 부동산 투기가 극성을 부리자 2003년 10월29에 투기이익에 대한 조세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주택시장 안정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과 협의과정에서 대폭 후퇴하여 보유세 인상은 종이호랑이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렇게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는 정책은 흐지부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판교개발이나 길음, 왕십리, 진관내동 뉴타운 개발 등 개발사업은 추진되자 투기적인 개발이익을 노리고 투기자금이 일시에 몰려들어 2005년초부터 투기과열현상이 벌어졌다.

2005년 6월 말 아파트 매매가격은 노대통령 취임 직전(2002년 12월)과 비교해 전국적으로 12.9%, 서울 강남구는 23.4% 폭등했다. 이에 따라 올해 6월 말 기준 도시근로자 가구 연소득대비 33평 아파트 구입 소요 연수도 전국은 5.3년, 서울 강남구는 21.87년으로 길어졌다. 이에 따른 대책으로 8월 31일 발표할 예정인 부동산종합대책도 부동산조세 강화가 중심 내용이나 최근 선의의 피해자 구제 명목으로 시행시기 수년간 유보와 세율 인하 등으로 알맹이가 약해질 전망이다.

복합적 경제위기 심화

이러한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결과 한국경제는 현재 ‘경기침체의 장기화’, ‘독점자본 지배 강화와 과도한 양극화’, ‘세계경제 속의 위치 위협’이라는 형태로 경제위기가 복합적으로 심화된 상태이다.

우선 한국경제는 2000년 4/4분기 이래의 경기침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 2005년 2.4분기 실질국내총생산은 3.3% 성장했다. 통계청이 2005년 8월 4일 발표한 ‘6월 및 2.4분기 서비스업 활동동향’에 의하면 소비에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대중적인 소비가 둔화되고 있다. 경제위기 장기화의 원인은 유효수요 부족인데 수요 가운데 수출은 잘 되고 있으나 내수부진이 문제이다. 민간소비는 2003년 3월부터 11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임기 26개월(2003년 3월~2005년 6월) 중 무려 21개월 감소세를 기록했다. 투자가 부진한데 이것도 소비부족 때문이고 소비 부진은 양극화의 탓이다. 아무리 저금리로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해도 투자, 소비 등의 실물경제에 전혀 영향을 못 미치는 이른 바 유동성 함정에 빠져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정부는 저금리를 고집하고 있고, 그 결과 토지·주택가격을 인상시켜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재벌의 지배력이 강화되어 국가까지도 지배하고, 국제금융자본과도 ‘협력관계’를 확립하게 되었다. 2005년 4월 현재 38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38개의 경우 총수일가는 4.94%의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간 순환출자 등으로 높은 내부지분률 51.21%를 확보하고 있다. 그리고 재벌 계열사간의 내부거래도 여전하다. 2004년에 들어와서 재벌은 약진했다. 자산규모 5조원 이상 23개 기업집단의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은 505조원과 46조원으로 전년대비 각각 18.1%, 42.4% 증가했다. 순이익도 34조원으로 72.3%나 늘었다. 삼성그룹의 '왕재벌' 위상도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삼성의 비금융부문과 금융부문의 자산규모는 각각 88조와 125조원으로 전체 기업집단에서 차지하는 비중 각각 21.1%와 58.9%를 차지해 세계적인 제조업체인 삼성전자의 이미지와 달리 금융그룹 성격이 더 강하다. 경제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전반에 걸친 삼성그룹의 지배력 강화가 두드러진다.

삼성전자는 2004년에 당기순이익 100억달러(10조원) 클럽에 가입했고, 삼성그룹의 14개 상장 계열회사의 시가 총액은 107조원으로 주식시장 전체 시가총액 476조원의 22.5%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은 법조인과 관료출신을 대거 영입하여 인적 지배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은 공정거래법의 금융기관 보유 계열사 주식 의결권 제한 규정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노무현 대통령 또한 최근 “이미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간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삼성그룹 문제의 핵심은 삼성이 수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국민경제를 지배하고 있는데도 자신은 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기업의 성장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외국자본은 재벌과 힘을 합쳐 중소기업과 노동자의 임금을 압박하여 이윤 극대화를 추구한다. 한마디로 재벌과 외국자본은 ‘긴장적 협력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협력’이 기본이고 긴장은 부차적이다. 재벌총수가 높은 이윤을 남겨주면 추켜세우고, 이윤을 남기지 못하면 퇴출을 압박하고 때로는 인수하여 수익성을 회복하여 많은 차액을 남기고 다시 팔아넘긴다. 독점 대기업은 막대한 이윤을 올리는 반면 중소기업의 경영은 날로 악화되고, 노동시장에서 비정규직의 확대와 정규직과 비정규직간 임금 격차의 확대 등 극심한 양극화가 이루어지는 배경에는 이러한 재벌과 외국자본의 협력에 의한 독점자본의 지배력 강화가 도사리고 있다.

참여정부 출범 후 수출산업과 내수산업간의 양극화, IT 산업과 여타 산업간 양극화, 수도권과 기타 지역간의 경제적 불균형 확대, 소득격차 확대, 비정규직의 양적 확대와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격차 확대 등 경제 제반 영역에서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2005년 8월 2일 통계청이 발표한 「2.4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의하면 비농어민 전국 가구 소득배율(1분위소득/5분위소득)은 2003년 7.23에서 2004년 7.35로, 지니계수는 0.341에서 0.344로 소득분배가 악화되었다. 집값 상승이 빈부격차를 더욱 벌렸다. 조세연구원이 8월 24일 발표한 ‘우리나라 공동주택 거주 가구의 소득과 주택자산 소유분포 비교’ 자료에 따르면 국세청 기준시가에 근거해 2003년 현재 아파트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에 거주한 사람들의 주택자산 소유 분포를 분석한 결과, ‘부(富)의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0.714로 나타났다.

또한 한국경제는 과도하게 급속한 경제개방에 따른 경제 불안정문제를 안고 있다. 경제위기 후의 개방 확대로 경제개방도([수출+수입]/GDP)는 외환위기 이전인 1996년에 65.4%에서 2002년에는 90.5%로 급격히 높아졌다. 특히 농업조기 개방은 농업의 피폐를 격화시켰다. 중국의 추격에 직면하고 있고, 산업공동화현상이 두드러진다. 이에 대응해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생산적 서비스산업이 취약한 결정적 이유는 이것을 담당할 능력이 있는 노동자를 충분히 양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케인즈주의 복지국가 정책 도입의 전망은?

경제위기의 심화와 장기화의 원인은 자본주의의 모순에 대응하는 국가의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발국가에서 케인즈주의 복지국가(Keyesian Welfare State)를 거치지 않고 바로 신자유주의국가, 즉 슘페터적인 근로국가(Schumpeterian Workfare State)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화된 제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략하고 넘어간 케인즈주의 복지국가 정책을 본격적으로 도입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참여정부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계급적 지지기반이 미국식 합리주의를 확립하자는 온건 보수세력이고, ‘시장질서의 확립’,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천명하는 등으로 신자유주의 기조를 벗어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무현 대통령은 지지도가 폭락하는 등 정권의 위기에 처하자 최근 한나라당과의 대연정을 주장하는 등 우파지배세력과의 연대 강화와 반민중적인 지향을 더욱 분명히 하고 있다.

경제민주화와 소득 재분배 없는 개혁은 자본의 지배력만 강화시키고 다수 민중의 삶을 더욱 피폐케 할 따름이다. 참여정부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최대 피해자인 민중이 개혁이라는 정책의제의 허구성을 진정으로 깨닫게 될 때 진보정치세력은 강화되고 경제정책의 전환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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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필자 주 : 이 글은 '문화과학' 2005년 가을호 게재 예정인 “참여정부 경제정책 2년 평가”에서 간추리고 그 후의 자료를 보완한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문화과학 2005년 가을호를 참조하기 바란다.
장상환 경상대 교수는 민주노동당 진보정치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