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 지속적인 투쟁에 대하여

박하순  / 2004년09월17일 12시10분

들어가며

70년대 중반 미국주도 세계자본주의는 위기에 빠진다. 65년 경부터 하락하던 이윤율은 결국 경제위기를 야기하고 말았다. 5-60년대 미국주도 세계자본주의의 황금기는 그렇게 막을 내린다.

각국에서 신자유주의 정책이 도입된다. 케인스주의 시대에 억압된 소유-금융이 권력을 되찾으면서 발언을 하기 시작하였다. 노자타협은 해체되었고 노동의 신축화가 진행되었다. 사회복지는 축소되었고 공공부분에도 금융의 원리가 강제되었다. 외채위기를 당한 남미제국들은 구조조정을 진행하였다.

노동자와 주변-반주변의 희생을 기초로 하여 80년대 초반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이윤율이 다시 상승하기 시작하였다. 물질적 팽창에 뒤이은 금융적 팽창이 시작되었다.

금융세계화는 두 단계를 거친다. 70년대 런던의 유로달러시장과 초민족적 은행(Transnational Bank; TNB)이 주도한 금융화가 고금리-달러강세로 외채위기로 한계를 드러냈다. 외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베이커플랜(외채상환조건의 재조정)과 브래디 플랜(외채의 증권화)이 등장하였다.

그 결과 금융자본의 형태가 대부자본(은행신용)에서 가공자본(증권)으로 변하고, 신흥공업국은 이른바 초민족적 금융자본에게 엄청난 수익을 보장해주는 '신흥시장'으로 변모한다. 이어 90년대 뉴욕의 증권시장과 금융화한 초민족적 자본(Transnational Capital; TNC)이 주도하는 금융세계화가 시작되었다.

초민족적 법인자본은 지주회사를 핵심 조직으로 하는 '산업을 지배적 요소로 갖는 금융그룹'이다. 이들에게 직접투자와 증권투자는 더 이상 구별이 되지 않은데, 증권투자가 인수합병의 주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금융세계화의 이득은 미국에게 집중되었다. 미국 자본은 90년대에 이윤율을 회복하고, 미국경제는 새로운 축적과 상당한 성장을 이룩하였다('좋은 시절'). 반면 일국적 세계적으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었고, 세계의 많은 지역이 발전과 성장에서 배제되었다.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에 도전하거나 장애를 조성하는 집단적인 행동이 없을 수 없다.

1990년대 말 그 윤곽이 그려졌으며, 2002년 9월 17일 미국 부시 정부가 공표한 『미국의 국가안보전략』은 '부시 독트린'(전쟁억지론에서 예방전쟁론 또는 선제공격론으로의 전환)을 천명하였으며, 이에 따르면 "테러리스트적 폭력과 혼란"에 의해 야기되는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취해지는 예방적, 선제적 행동은 "인간적 존엄성의 협상할 수 없는 공동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데, 이 가치는 "자유 민주주의 자유기업" 또는 "평화 민주주의 자유시장 자유무역"이라고 하고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의 '통치성'을 유지하는 것에 그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하겠다.

금융세계화와 미국경제

금융세계화로 미국이 어떤 이득을 얻고 있는지 알아보자. 최근 발표된 미국의 국제투자(직접투자, 주식, 국공채, 은행대출 등 일체) 잔액 대조표에 의하면 2003년 미국인에 의한 해외투자 잔액은 약 7조 2,003억 달러, 같은 해 미국 국내총생산 약 11조 40억 달러 대비 65.5%가 된다.

1976년도에는 이 수치가 약 4,570억 달러, 같은 해 미국 국내총생산 대비 25%였다. 2003년 외국인의 미국 내 투자는 약 9조 6,333억 달러, 같은 해 미국 국내총생산의 약 87.5%가 된다. 1976년도에는 이 수치가 약 2,921억 달러, 같은 해 미국 국내총생산 대비 16%였다.

그래서 미국의 순 국제투자 잔액[= 미국인의 해외투자 잔액 - 미국 내 외국인투자 잔액]은 1980년 약 3,608억 달러(국내총생산의 약 13%)로 최고치에 이르렀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1986년에 마이너스로 돌아갔다.

즉 미국 내 외국인투자 잔액이 미국인에 의한 해외투자 잔액보다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이후 더욱 강화되어 순 국제투자 잔액은 2003년 현재 약 -2조 4,307억 달러(국내총생산의 약 -22%)에 이르고 있다. 미국인에 의한 해외투자와 외국인의 미국 내 투자 모두 급격히 증가해 왔지만 외국인의 미국 내 투자 증가속도가 더 빠르다. 그리고 외국인의 미국 내 투자는 90년대 후반 즉 '아시아 위기' 이후 급격히 증가해 왔다.

미국인의 해외투자에서는 직접투자(1인이 10% 이상의 주식을 취득하는 경우) 비중이 높고, 외국인에 의한 미국 내 투자에는 주식 및 채권 투자 비중이 높은 반면 직접투자는 비중이 낮다. 한편 외국인의 미국 내 직접투자에서의 수익률은 99-2002년 시기에 경상가격 기준으로는 5.3%, 4.5%, 1.2%, 3.3%인데 반해, 미국인의 해외 직접투자에서의 수익률은 99-2002년 사이에 10.1%, 10.3%, 8.0%, 8.5%를 기록해 미국인의 해외 직접투자는 외국인의 미국 내 직접투자에 비해 두세 배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이런 수익률 격차로 인하여 미국은 순 국제투자 잔액이 국내총생산의 -22%가 되고서도 자본소득 수지상의 역조는 거의 없다.

그래서 2000년의 경우 미국인의 해외 직접투자로부터의 이윤은 국내이윤의 53%에 달했고, 미국의 해외로부터의 총 금융소득(미국의 기업 가계 펀드의 직접투자, 포트폴리오 투자로부터 얻는 총 소득)의 국내 이윤에 대한 비율은 2000년에 100%에 달했다.

이 후자의 과거 수치들을 살펴보면 1948년 10%에서 70년대 말까지 조금씩 오르다가 78년에 45%가 되었고, 그 이후 이 수치는 급격히 치솟아 80년대 신자유주의 시기 이후 약 80%대를 유지하였다. 이 수치가 이렇게 높아진 데는 신자유주의적 반격의 효시인 79년의 (실질)금리 인상과 이후 거대해진 배당 때문이었다. 즉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는 미국의 해외로부터의 금융소득을 엄청나게 증대시켰다. 이것이 신자유주의 시대의 제국주의의 주된 특징이라 하겠다.

결국 미국으로서는 금융세계화로 인해 소비와 투자를 위한 자금을 값싸게 조달하고 있거니와, 정보기술에 기초한 독점력, 아이엠에프 세계은행 등 국제 금융기구의 매개, 각국 정부에 대한 직접적인 압력 등을 통해 해외 직접투자에서는 높은 수익을 내고 있다.

한국경제와 금융세계화

한국경제에서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의 효과는 어떻게 나타나고 있을까? 재벌체제의 과잉축적으로 인한 이윤율 저하와 금융세계화 압력으로 아이엠에프 위기를 겪은 한국경제는 혹독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실시하였고 금융세계화로의 편입을 심화하였다.

그 결과 98년 이후 2002년까지 약 1,153억 달러의 누적 상품수지 흑자를 냈고 이에 힘입어 약 906억 달러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냈다. 이는 아이엠에프 초기 대폭적인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및 내수 소비와 투자의 감소에 따른 수입의 감소, 실업과 비정규직으로 상징되는 노동의 불안정화에서 비롯한 노동비용의 하락으로 인한 수출증대 등이 원인이 되었다.

이런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라면 아이엠에프의 위기의 한 원인이었던 외채를 많이 갚고 한국경제가 이제 외국자본의 지배에서 상당히 벗어났을 법도 하다. 왜냐하면 경상수지(상품수지 서비스수지 소득수지) 흑자는 외채를 갚거나 외환보유고를 확충하거나 아니면 내국인의 해외투자를 늘리는 데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국자본의 지배는 줄어들지 않았고 최근에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분과 외국인투자로 유입된 달러로 인해 외채가 약간 감소하고 그 나머지 대부분이 외환보유고로 쌓이면서 외채걱정은 없어졌지만, 국내에 직접투자와 주식투자를 위해 들어온 외국자본은 엄청난 투자수익과 투기이득을 올리면서 국내 외국인투자 잔액을 엄청난 속도로 불려나간 반면, 해외로 나간 내국인 직접투자와 주식투자는 원본도 유지하지 못하는 저조한 실적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증권거래소 상장주식에서 98년부터 2003년 사이 외국자본이 얻은 평가이익만 해도 80조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이 되고 있고, 직접투자에서 외국자본이 얻은 이익 또한 이에 못지않다. 그래서 대외채권(외환보유고도 이것의 구성요소이다)과 대외채무에다 직접투자와 주식투자를 전부 감안한 2003년 순 국제투자 잔액 규모는 -1,000억불에 육박할 것으로 추측되는데, 그렇다고 한다면 2003년 순 국제투자 잔액 마이너스 규모는 엄청난 규모의 외채( 및 순국제투자의 마이너스)로 인해 외환위기가 발생한 아이엠에프 위기 당시의 순 국제투자 잔액 추정액 -858억 달러보다 더 커지게 된다.

즉 2003년의 순 국제투자 잔액은 아이엠에프 위기 당시보다 마이너스 규모가 약 142억불이 커진 것이 된다. 한국경제는 여전히 초민족적 자본의 볼모가 되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에서 생각할 수 있는 외국자본의 지배의 축소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그 지배형태가 외채형태에서 주식형태로 변하고 있으며('debt-equity swap' 또는 '외채 주식 전환') 그 지배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결국 한국은 아이엠에프 구조조정협약이 의도한대로 '신흥 시장'(emerging market)이 되었다. 한국의 공기업 금융기관 재벌기업들이 초민족적 금융자본의 투자/투기대상이 되면서 이들 기업들의 주식은 초민족적 자본의 손으로 넘어갔다.

위기 당시 막대한 외채를 짊어지고 있던 한국경제는 98년 이후 외채를 줄일 수 있었고 엄청난 규모의 외환보유고로 쌓을 수 있었다. 계속해서 수출이 수입보다 많아 막대한 상품수지 흑자가 났고, 외국인 직접투자와 주식투자를 통해서도 국내에 달러가 많이 유입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외채권이 대외채무보다 많아져 한국은 순 채권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외자유치를 한다고 금융세계화에 깊숙이 통합해 들어가면서 늘어난 외국인직접투자와 주식투자는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자신의 몸집을 계속 불려나갔다. 그 결과 대외채무 및 대외채권과 직접투자와 주식투자를 전부 합해서 초민족적 금융자본의 한국경제에 대한 지배력을 따져보면 아이엠에프 위기를 겪을 당시에 비하여 전혀 줄지 않았고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외국자본의 형태가 외채에서 주식으로 변한 것이다. 단적으로 2004년 4월 현재 증권거래소 상장기업 주식의 43%(시가기준) 이상을 초민족적 금융자본이 장악하고 있다.

초민족적 금융자본의 엄청난 수익과 이에 따른 가치 상승은 주주자본주의 또는 금융의 원리의 철저한 관철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노동권과 공공서비스는 악화되고 엄격한 재정규율이 강제된다.

신자유주의 구조조정과 금융세계화로의 통합의 심화로 인한 초민족적 금융자본의 한국경제에 대한 지배력 증대는 이 외에도 경영권 간섭, 금융투기의 만연으로 인한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의 불안정화 등의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한국경제는 위기 이후 국가 부채가 급속히 늘고 있다.

투자와 성장 또한 애초의 기대를 벗어나고 있다. 투자부진과 저성장이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 중에 금융투기 거품이 지속적으로 생겨났다가 붕괴되는 과정을 되풀이하고 있다. 한편 신자유주의 금융세계화에 편입된 계층들의 초민족적 소비행태와 생활양식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사회의 양극화와 자본 및 두뇌유출이라는 경제적 문제도 낳고 있다.

나가며

1980년대 초반의 남미의 경제위기, 1994년 멕시코 페소화 위기,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0/2001년 세계적인 증시 붕괴, 2002년의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금융위기 등은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에서 초래되었다.

경제위기를 당한 나라에서는 위기를 극복한다고 격렬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 진행되었고, 금융세계화로의 편입을 심화하였다. 그 결과는 대량해고와 불안정노동의 확산, 두뇌유출, 국부유출 및 정부부채의 증대, 부익부 빈익빈의 확산 등이었다. 2002년 아르헨티나 사태가 잘 말해주고 있다.

금융세계화와 더불어 '무한전쟁'도 지속되고 있는데 아프간과 이라크 침략 뒤에도 북한, 이란, 시리아, 베네수엘라, 쿠바, 콜럼비아 등 끊임없이 희생양을 찾고 있다. 이 새로운 전쟁은 식민지 쟁탈을 위한 고전적인 제국주의 전쟁이라기보다는 중심부가 금융세계화에서 주변부를 선별적으로 포섭하거나 배제(또는 심지어 절멸)하는 과정에서 야기되는 갈등을 관리하는 것이라 할 수 있고, 그 원인은 주변부에 대한 중심부의 신자유주의적 '공동지배'에 있다.

전쟁과 빈곤으로 수억의 민중들이 살해당하고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은 곧 도래할 '최종적 위기'의 시기, 즉 미국경제의 '좋은 시절'이 끝난 이후에 도래할 시기에 비하면 그래도 나은 상황이라고 해야 할까? 하나의 운동일 수밖에 없는 전쟁과 신자유주의적 금융세계화에 대한 반대운동에 박차를 가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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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박하순 씨는 노동조합기업경영연구소 소장으로, 사회진보연대 집행위원장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