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걸프 지역 순방 중,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에 2조 달러(1조 5천억 파운드) 이상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 계약들이 미국에 가져다줄 일자리와 자금 규모에 대해 “이와 같은 것은 한 번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관심은 단지 미국 경제에 활력을 주는 데에만 있지 않았다. 중동 전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빠르게 확장되고 있으며, 2023년에는 오랫동안 적대적 관계를 이어온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사이의 긴장 완화를 중재할 수 있을 정도였다.
트럼프가 중동 국가들과의 유대를 강화하려는 시도는, 중국의 지역적 야심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적인 움직임일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중동과의 경제적‧정치적 관계를 꾸준히 구축해왔다. 2020년, 중국은 바레인, 쿠웨이트, 오만,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를 포함하는 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에 대해 EU를 제치고 최대 무역 파트너가 되었고, 중국과 이들 국가 간의 양자 무역 규모는 1,610억 달러를 넘겼다.
중동 지역은 중국의 광범위한 일대일로(BRI) 구상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파트너가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고속철도 노선 같은 대규모 인프라 사업들은 중국 기업들에게 막대한 수익 기회를 제공했다.
2024년, 중국의 중동 내 건설 및 투자 계약 총액은 390억 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세계 어떤 지역보다 많은 규모였다. 그 해 BRI 관련 건설 계약 및 투자가 가장 많았던 세 국가는 모두 중동에 위치해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였다.
중국은 또한 중동 국가들, 특히 UAE 및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금융 협력도 강화해 왔다. 세계 무역에서 미국 달러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중국의 전략의 일환으로, 이들 국가와 함께 국경 간 무역 결제, 통화 스와프 협정, 디지털 화폐 협력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미국의 안보 보장은 걸프 국가들과 서방 간의 전략적 연계를 가능하게 했지만, 트럼프가 이번 중동 순방 중 체결한 일련의 협정들은 이들 국가를 중국으로부터 떼어내고 다시 워싱턴의 영향권으로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반영한다.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은 2022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도착했을 때 사우디 왕실 인사들의 환영을 받았다. 출처 : 시진핑 홈페이지
중국 견제
트럼프의 중동 순방에서 가장 중요한 성과 중 하나는 미국과 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간 기술 협력을 심화하기로 한 합의였다. 특히 미국과 UAE는 아부다비에 미국 외 지역 중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를 공동 건설하기로 발표했다.
기술 분야는 중국이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핵심 영역 중 하나다. 중국 중심의 글로벌 디지털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한 베이징의 ‘디지털 실크로드‘ 구상을 통해, 중국 기업들은 중동 국가들과 5G 이동통신망 기술 공급 계약을 체결해 왔다.
중국의 기술 대기업 화웨이(Huawei)와 알리바바(Alibaba)도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의 협력과 연구를 위해 이 지역 통신사들과 파트너십을 체결 중이다. 이들 기업은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기술 개발을 통한 경제 다각화 전략 등 국가 정책 목표와 밀접히 연계되면서 입지를 넓혀왔다.
한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미국의 주요 기술 기업들 역시 수년간 걸프 지역에서 기술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트럼프는 이 흐름을 되살리려 하고 있으며, 중동 순방에는 30명 이상의 미국 주요 기업 CEO들이 동행해, 걸프 지역 기업들과 여러 상업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미국의 양자컴퓨팅 기업 퀀티뉴엄(Quantinuum)과 카타르의 투자사 알 라반 캐피털(Al Rabban Capital)은 최대 10억 달러 규모의 합작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 합의는 미국과 카타르 양국의 양자 기술과 관련 인력 개발에 대한 투자를 포함하고 있다.
지난 5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트럼프. 출처 : 백악관 홈페이지
그는 중동 순방 중 두 개의 핵심 분야, 에너지와 국방에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협약들을 추진했다. 우선, 미국 기업들과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ADNOC)는 600억 달러 규모의 에너지 파트너십에 합의했다. 중국은 에너지 면에서 중동 의존도가 매우 높으며, 중국이 사용하는 원유의 거의 절반이 중동에서 수입된다. 따라서 중동 국가들이 미국과 더 긴밀히 연계될수록 중국이 필요한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또한, 트럼프는 카타르 및 사우디아라비아와 대규모 방위 계약도 체결했다. 여기에는 미국 항공우주 대기업 레이시온 RTX로부터 카타르가 드론 방어 기술을 도입하는 10억 달러 규모의 계약과,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 방산업체들로부터 군사 장비를 구매하는 1,420억 달러 규모의 협정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중요한 방산 분야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제한하려는 워싱턴의 의도를 분명히 보여준다. 중국은 상업용 및 군사용 드론 분야의 핵심 공급국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전투용 드론의 상당 부분을 중국으로부터 조달해왔다.
트럼프 순방의 마지막 주요 장면은 시리아 과도 대통령 아흐메드 알샤라(Ahmed al-Sharaa)와의 짧은 회동이었다. 트럼프는 제재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후 실제로 제재 일부가 해제되었다. 이는 단순한 외교적 해빙 그 이상을 의미했다.
현재 중국은 지역 중재자 역할을 자임하고 있고,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러시아는 그 영향력이 약화된 상황이다. 이 틈을 타, 미국은 다시금 중동 지역에서 핵심 중재자이자 주도국으로서의 지위를 재확립하려 하고 있다.
[출처] Trump’s Middle East pivot aims to counter China’s rising influence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
마리아 파파게오르기우(Maria Papageorgiou)는 뉴캐슬대학교 지리·정치·사회학에서 레버훌름(Leverhulme) 초기 경력 연구자로 활동하고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