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케이바르 셰칸 미사일(중거리 지대지 탄도 미사일). 출처: Daily Iran Military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시점과 표적은, 베냐민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총리가 단기적으로 이란의 핵 시설을 파괴해 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심각하게 약화시키려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지만 네타냐후는 또 다른 목표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이란과의 전쟁이 이슬람 공화국의 정권 교체로 “확실히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이스라엘이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Ali Khamenei)를 암살하려 했다는 계획이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 의해 거부되었다는 보도 이후에 나왔다.
이스라엘이 오랫동안 이란의 현 정권 붕괴를 바라왔다는 것은 비밀이 아니다. 미국의 많은 정부 관료들도 마찬가지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정권이 실제로 무너진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란의 86세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Ayatollah Ali Khamenei). 출처: The Office of the Supreme Leader
오늘날 이란에서 권력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수립된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민주주의적, 신정적, 권위주의적 요소가 혼합된 정치 구조를 갖고 있다.
이슬람 공화국의 창립자인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Ruhollah Khomeini)는 모든 정책이 이슬람 율법에 부합하도록 보장하는 성직자와 율법학자들이 국가를 운영하는 체제를 구상했다.
이란은 혁명 이전에 입헌군주국이었기 때문에, 의회, 행정부, 사법부와 같은 기존의 공화국적 요소 위에 신정적 요소가 실질적으로 덧붙여졌다.
이란은 ‘마즐리스(Majles)’라 불리는 단원제 입법부와 대통령(현재는 마수드 페제시키안, Masoud Pezeshkian)을 보유하고 있다. 두 직위 모두 정기적으로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그러나 이 체제에 민주주의적 요소가 존재하더라도, 실제로는 최고지도자에 대한 도전을 차단하고 성직자 엘리트가 권력을 유지하도록 만드는 ‘폐쇄 회로(closed loop)’로 작동한다. 이 체제는 명확한 위계질서를 갖고 있으며, 최고지도자가 그 정점에 자리한다.
혁명 전까지 이란을 통치했던 샤에 맞선 1978년 12월 11일 테헤란 아슈라 시위 속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Ayatollah Ruhollah Khomeini)의 포스터. 출처: wikimedia commons
하메네이는 1989년 호메이니 사망 이후 최고지도자로 취임한 이래 35년 넘게 권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이란의 전직 대통령이었고, 88명의 이슬람 율법학자로 구성된 ‘전문가회의(Assembly of Experts)’에 의해 최고지도자로 선출되었다.
이 회의의 구성원은 국민이 선출하지만, 후보자들은 12명으로 구성된 강력한 ‘헌법수호위원회(Guardian Council, Constitutional Council)’의 심사를 받아야 한다. 이 위원회는 절반을 최고지도자가 임명하고, 나머지 절반은 마즐리스가 승인한다.
이 위원회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후보자에 대해서도 심사권을 갖고 있다.
작년 선거에서 헌법수호위원회는 마즐리스와 전문가회의, 그리고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던 다수 후보들을 자격 미달로 탈락시켰고, 여기에는 중도 성향의 전직 대통령 하산 루하니(Hassan Rouhani)도 포함되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최고지도자는 점점 더 국민들로부터 정당성을 잃고 있다. 선거는 반복적으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작년 대선에 개혁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이 후보로 출마했음에도 불구하고, 1차 투표율은 40%에도 미치지 못했다.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는 이란에 100점 만점 중 단 11점이라는 글로벌 자유 점수를 부여했다.
최고지도자는 또한 사법부, 군, 이슬람 혁명수비대(IRGC) 등 핵심 통치 구조의 수장들을 직접 임명하고 있다.
“누가 이란에서 실질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가?”
Who calls the shots in Iran? https://t.co/XuD0DS10Nv pic.twitter.com/OiBgHxuqjQ
— Council on Foreign Relations (@CFR_org) January 8, 2018
절대 권력의 혁명수비대(IRGC)
따라서 이란은 민주주의 국가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정권 교체가 이스라엘과 미국에 우호적인 완전한 민주주의 체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가능성이 매우 낮다.
이란 정치에는 극심한 파벌주의가 존재한다. 개혁파, 중도파, 보수파 같은 이념적 파벌들은 핵심 정책 사안에서 자주 격렬하게 의견 충돌을 일으키며, 최고지도자와 다른 성직자 엘리트들과 영향력을 놓고 경쟁한다. 이들 중 어느 파벌도 미국에 우호적이지 않으며, 특히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이념적 파벌 외에도 제도적 파벌이 존재한다. 이란에서 가장 강력한 세력은 최고지도자가 이끄는 성직자 엘리트이며, 그다음으로 강력한 세력은 혁명수비대(IRGC)다.
혁명수비대는 원래 최고지도자를 위한 개인 경호 조직으로 창설되었지만, 현재 그 전투력은 정규군에 필적한다.
혁명수비대는 정치적으로 극단적인 입장을 취한다. 때로는 대통령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대통령의 정책에 상당한 압력을 가해왔다. 혁명수비대는 오직 이슬람 혁명 이념과 완전히 궤를 같이하는 대통령만 공개적으로 지지한다.
군사력과 정치적 영향력 외에도, 혁명수비대는 이란 경제와도 깊게 얽혀 있다.
혁명수비대는 현 체제로 인해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고 있으며, 일부는 이를 ‘약탈적(강탈적) 조직(kleptocratic institution)’이라 부르기도 한다. IRGC 간부들은 국가 계약을 자주 수주받고 있으며,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암시장 경제(black economy)’ 운영에도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야간 미사일 공격은 우리가 [이스라엘의] 영공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 이란 혁명수비대(IRGC). 사진은 극초음속 미사일 ‘파타(Fattah)’“
‘This nighttime missile attack demonstrated that we have complete control over [Israel's] airspace’ — IRGC
— RT (@RT_com) June 18, 2025
*Pic shows ‘Fattah’ hypersonic missile pic.twitter.com/FaQQWYjr9H
이 모든 상황을 고려할 때, 성직자 엘리트가 권력에서 축출된다면 IRGC가 이란에서 가장 가능성 높은 권력 승계 세력이 될 것이다.
평시에는, 최고지도자가 사망하더라도 혁명수비대가 쿠데타를 조직할 만큼의 자원이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그러나 명확한 적과의 전시 상황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하메네이 사후의 가능한 시나리오
그렇다면, 만약 이스라엘이 이란의 최고지도자를 암살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나의 시나리오는 혁명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혁명수비대(IRGC)가 단기적으로 계엄 상태를 선포하고 국가를 통제하는 체제를 수립하는 것이다.
만약 극히 드문 경우로 성직자 지도부 전체가 무너진다면, IRGC는 전문가회의(Assembly of Experts)를 재편해 새로운 최고지도자를 스스로 선출하려 할 수 있으며, 하메네이의 아들을 지지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런 결과는 이스라엘이나 미국에 더 우호적인 국가를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간 두 나라에 보다 강경한 대응을 주장해온 파벌에게 권력을 쥐어줄 수도 있다.
또 다른 시나리오는 대중 봉기다. 네타냐후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 가능성을 확신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번에 행동하고 일어설지는 이란 국민이 스스로 결정할 일이다.”
실제로 많은 이란인들은 정부에 오래전부터 환멸을 느껴왔으며, 심지어 중도파나 개혁파조차 불신하고 있다. 최근 수십 년 동안 여러 차례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가장 최근에는 2022년에 발생했다. 당시에도 정부는 강경 진압으로 대응했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혁명을 목격했기에, 이러한 상황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결국 현대 이란 자체도 하나의 혁명으로부터 탄생했다. 그러나 새로운 정치 지도자가 이스라엘이나 서방에 더 우호적일 것이라는 보장은 여전히 없다.
이란인들이 자국 지도자들에 분노하면서도, 동시에 그들의 삶을 뒤흔드는 외세에 대해 적개심을 품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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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토머스(Andrew Thomas)는 디킨 대학교(Deakin University) 중동학(Middle East Studies) 강사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