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랍에미리트 갈등, 페르시아만 동맹 구도 재편하나?

표면적 연합 이면에서 걸프 왕실은 주도권을 둘러싼 조용한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이는 미국의 감독 한계를 시험하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지역 동맹을 재구성하고 있다.

예멘 남부에서의 세력 균형을 둘러싸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지난주 카타르의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국왕이 리야드에 도착해 제8차 카타르–사우디 조정위원회를 공동 주재했다이번 방문은 공식적으로는 사우디와의 관계 심화를 목적으로 했지만그 배경에는 걸프협력회의(GCC) 내 동맹 구도를 조용히 재편할 수 있는 지역 내 외교적 움직임이 자리 잡고 있다.

동맹 속 조용한 전쟁

공식 석상의 악수와 사진 촬영 뒤편에서리야드와 아부다비 간에는 냉전이 흐르고 있다무함마드 빈 살만(MbS) 사우디 왕세자와 무함마드 빈 자이드(MbZ) UAE 대통령 간의 개인적 친분에 기반한 전략적 동맹은이제 워싱턴의 영향력 약화로 생긴 권력 공백 속에서 지역 주도권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경쟁으로 변모했다.

12월 8일 열린 사우디–카타르 정상회담은겉보기에는 정례적인 조정회의였지만 예멘에서 에미리트가 지원하는 세력이 사우디의 영향력을 무시하고 남부 지역에서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민감한 시점에 열렸다회담의 핵심 성과는 2017년 걸프 위기 이후 처음으로 체결된 양국 간 상호방위협정이었다.

리야드–도하 고속철도 프로젝트는 이러한 새 동맹 구도를 상징했다총연장 785km의 철도는 리야드에서 출발해 호푸프(Hofuf), 담맘(Dammam)을 거쳐 도하에 이르며킹살만 국제공항과 하마드 국제공항을 연결한다시속 300km 이상으로 운행되며 소요 시간은 2시간을 넘지 않는다.

사우디 언론은 이 프로젝트를 "외교적 예의가 아닌 상호 의존의 새로운 방정식의 중심에 사우디와 카타르가 자리 잡게 됐다"고 평가하며 양국 관계가 새로운 전략적 국면에 진입했다고 강조했다.

관측통들은 이번 회담이 걸프 지역의 조용한 재구성의 신호이며사우디가 UAE를 지역 내에서 고립시키고 새 동맹을 구축하며 에미리트의 영향력을 무력화하려는 명확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사우디 출신 연구자 푸아드 이브라힘은 《더 크래들(The Cradle)》과의 인터뷰에서사우디–카타르 화해가 에미리트의 영향력 견제를 목표로 한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말한다그는 걸프 지역 외교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의자 바꾸기 게임"이라 표현하며이해관계에 따라 동맹이 자주 재편된다고 강조했다.

이브라힘은 또 아이러니한 상황을 지적한다이번 사우디–카타르 관계 회복은, 2017년 카타르 봉쇄의 배후였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에게 이득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당시 도하는 쿠슈너의 부동산 제국을 자금 지원하지 않았고쿠슈너는 이를 문제 삼았다.

전장으로 확장된 대리전

외교적 냉대는 이제 전장으로까지 확산했다수단에서는 UAE가 신속지원군(RSF)을 지원하며 해상 통로와 광물 자원을 확보하려 하며이는 홍해에서의 사우디 전략에 위협을 가하고 있다이에 사우디는 워싱턴에 도움을 요청했고, MbS는 직접 트럼프에게 분쟁 종식을 요청했다.

UAE는 이에 대응해 예멘에서 공격 수위를 높였다남부이행위원회(STC)가 사우디의 전통적 영향권이던 하드라마우트를 장악했고사우디는 사절단을 파견하고 군사 기지를 강화하며 신중히 대응했다반면, UAE는 알마흐라아덴샤브와 등 남부 전역에서 영향력을 확장했다.

이러한 확장을 저지하기 위해사우디는 수단 군 총사령관 압델 파타흐 알부르한을 환영했으며미국도 사우디에 지지를 표명했다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UAE 외무장관 압둘라 빈 자이드와 통화하며예멘에서의 일방적 행보 자제를 요구하고 수단 내 휴전 진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오래된 상처새로운 전선

정치학자 하산 엘라얀은 《더 크래들》에사우디–UAE 간 갈등은 192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영토와 해양 경계 분쟁에서 비롯되었다고 밝혔다. 1974년 체결된 제다 협정은 UAE의 일부 권리를 인정했지만셰이야 유전 지분은 허용하지 않았다. 2004년 UAE가 지도 재검토를 요구하자 사우디는 이를 거절했고, 2009년에는 이에 대한 항의로 에미리트 국민의 입국을 금지하기도 했다.

엘라얀은 이 경쟁이 단순한 국경 분쟁을 넘어이스라엘 및 미국과의 관계를 활용한 지역 영향력 강화 경쟁으로 확대되었다고 분석한다.

2011년 시리아 내전 발발 이후 양국은 무장 세력 지원을 시작했지만시간이 지날수록 전략은 갈라졌다. UAE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의 안정을 중시했고극단주의 세력의 부상을 경계했다사우디는 2023년까지 소극적 태도를 유지하다중국의 중재로 이란과의 화해가 성사된 후 다마스쿠스와 점진적으로 관계 정상화를 추진했다이는 UAE의 전략에 영향받은 결과였다.

예멘에서는 동맹이 완전히 분열했다사우디는 아덴에 기반을 둔 정부를 지지하며 국경과 전략적 완충지대를 확보하려는 반면, UAE는 항만 통제와 무슬림 형제단 연계 정당 이슬라흐의 영향력 차단을 위해 분리주의 세력 STC를 지원하고 있다.

수단에서도 양국은 상반된 편에 서 있다아부다비는 홍해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RSF를 후원하며리야드는 중앙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자국의 지정학적 목표를 수호하고 있다.

핵심적으로, UAE는 무장 대리 세력과 항만 통제에 의존하고사우디아라비아는 유순한 정부와 외교를 선호하며 정면 충돌 없이 위기를 관리하려 한다.

알라얀은 어떤 화해도 특정 사안에 국한된 일시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워싱턴에 대한 의존과 지역에 대한 상이한 비전이 여전히 구조적인 차이를 만들어내며이러한 요인이 걸프협력회의(GCC)의 내부 역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경제 전선석유와 야망의 경쟁

경쟁은 이제 전략 산업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2009걸프 중앙은행(Gulf Central Bank) 본부가 리야드로 결정되자 UAE는 단일 통화 계획에서 탈퇴했다이 결정은 사우디 주도의 리더십에 대한 에미리트의 불안을 드러냈다.

2021년에는 OPEC+ 회의에서 긴장이 다시 고조되었다. UAE는 사우디가 주도한 감산안을 불공정하다고 거부했고산유 할당량을 늘린 후에야 물러섰다최근에는 사우디가 다국적 기업들의 지역 본사를 리야드로 이전하도록 유도하는 캠페인을 벌이며수십 개의 글로벌 기업에 면허를 발급하고 있다이는 두바이를 겨냥한 새로운 물류 허브로서의 위상을 구축하려는 움직임이다.

항공 분야도 새로운 경쟁 전선이 되었다. 2023사우디는 두 번째 국적 항공사인 리야드 에어(Riyadh Air)’를 출범시켜 에미리트 항공과 직접 경쟁에 나섰으며이는 UAE를 걸프 지역 경제 중심지에서 밀어내려는 더 큰 야망의 일환이다.

개인의 경쟁

이 갈등의 중심에는 두 인물 간의 개인적 경쟁도 자리하고 있다. 2015, MbZ는 당시 29세였던 MbS에게서 걸프 내 권력 재편을 도모할 수 있는 야심찬 파트너를 발견했다그는 MbS의 왕세자 등극을 지지하며 워싱턴과의 유대를 맺어주었다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MbS가 독립적인 리더십을 강화하고 자신을 넘어서는 야망을 드러내자멘토-후계자 관계는 균열되었다.

미국 외교 문서 유출에 따르면, UAE는 오래전부터 사우디의 의도에 대해 의심해왔다. 2009년 한 외교 전문은 UAE 관리들이 리야드를 이란보다 더 큰 위협으로 간주했다고 전한다. 2019년에는 내부 문서에서 MbS를 충동적이며 무능한 인물로 평가하며특히 예멘 전략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또한 MbZ는 사우디 정책이 지역 안정을 해칠 것을 우려했으며와하비즘의 내부 및 외부 영향력에 대해서도 두려움을 드러냈다.

2022년에는 사우디 왕실이 UAE를 봉쇄하겠다고 위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이는 2017년 카타르에 대한 봉쇄 조치와 유사한 맥락이다.

두 개의 축하나의 걸프

오늘날 걸프 지역에서는 두 개의 경쟁 축이 명확해지고 있다. UAE는 텔아비브와 긴밀히 공조하며홍해 및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서 무역과 안보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이스라엘의 지원을 등에 업은 아부다비는 기존 해상 요충지를 우회하는 항만과 무역로를 구축하며 지역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사우디와 카타르 간의 느슨한 축이 형성되고 있다이는 UAE–이스라엘 확장에 대한 공동 우려에 기반한다이 축은 사우디의 더욱 광범위한 외교 행보로 강화되고 있다이란과의 화해시리아 및 튀르키예와의 대화파키스탄에 대한 전략적 접근 등이 이에 포함된다아직은 유동적이지만이는 사우디가 UAE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동맹 구도를 다변화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알라얀은 사우디–카타르 관계가 특히 마나마에서 열린 GCC 정상회의 이후 크게 개선되었다고 평가한다하지만 UAE와의 관계는 여전히 긴장 상태이며리야드와 도하 간의 협력 강화 역시 미국의 선호와 걸프 안보에 대한 워싱턴의 중심성이라는 한계 속에서 전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균열의 관리

이처럼 양국 간의 갈등이 심화하고 있음에도현재로선 사우디–UAE 관계가 완전히 단절될 가능성은 낮다페르시아만에서는 통제된 경쟁이 전개되고 있다. UAE는 지상에서 사실상 기정사실을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고사우디는 카타르의 지원 속에 조용한 맞대응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

이 모든 움직임은 여전히 미국의 우산 아래에서 전개되고 있다워싱턴은 걸프 내부의 경쟁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며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제 걸프 질서는 과거와 같지 않다리야드는 더 이상 아부다비의 야망에 따라가는 후순위 파트너’ 역할을 수용하지 않는다오래된 가정은 무너지고 있으며새로운 정렬이 조용하지만의도적으로 형성되고 있다과거보다 덜 요란할지라도그 파장은 절대 작지 않다.

[출처] Will the Saudi–Emirati rift redraw alliances in the Persian Gulf?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마와다 이스칸다르(Mawadda Iskandar)는 걸프 지역 사안을 전문으로 다루는 언론인이자 연구자이며,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연구 결과를 발표해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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