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킬로노바를 발생시킨 연쇄 반응 사건의 재현 이미지. 칼텍(Caltech) / K. 밀러(K. Miller) 및 R. 허트(R. Hurt) (IPAC), CC BY-SA
우주의 가장 극단적인 현상은 지구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조건에서 물리 법칙과 새로운 이론을 실험할 수 있는 자연적 실험실을 제공한다. 최근 수년간 중력파 검출기와 망원경의 결합을 통해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의 병합과 같은 점점 더 드물고 격렬한 현상들을 관측할 수 있게 되었다.
2025년 8월, LIGO와 Virgo가 포착한 중력파 신호와 지상 망원경들이 관측한 폭발은 과학계의 주목을 끌었다. 처음에는 새로운 킬로노바 후보로 보였지만, 이 사건은 기존 분류 체계를 넘어서는 특성을 보여주었고, 완전히 새로운 현상인 ‘슈퍼킬로노바(superkilonova)’의 가능성을 제기했다.
킬로노바란 무엇인가?
킬로노바는 극도로 에너지가 높은 천체물리학적 현상으로, 쌍성계를 이루는 두 중성자별이 병합할 때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중력파와 함께 강력한 전자기 방출이 발생하며, 이는 중원소의 형성과 그 이후 붕괴 과정에서 기인한다. 이러한 이유로 킬로노바는 우주에서 금이나 백금과 같은 중금속 원소의 주요 생성원 중 하나로 간주한다.
이러한 병합은 중력파뿐만 아니라 감마선 폭발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2017년, LIGO와 Virgo는 중력파와 함께 광학 망원경을 통해서도 관측된 GW170817 사건을 최초로 검출하면서 킬로노바에 대한 실험적 증거를 확보했다. 이 발견은 중대한 이정표로 평가되었고, 다양한 천체 신호를 결합해 우주를 연구하는 새로운 방식인 다중신호천문학(multi-messenger astronomy)의 문을 열었다.
중력파가 후보 천체를 가리키다
2025년 8월 18일, LIGO와 Virgo의 간섭계는 S250818k라는 이름의 중력파 신호를 포착했다. 이는 두 개의 조밀한 천체가 병합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그중 하나는 알려진 중성자별보다 비정상적으로 낮은 질량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몇 시간 후, 즈위키 과도현상 관측소(Zwicky Transient Facility, ZTF)는 같은 하늘 영역에서 ‘AT2025ulz’로 명명된 단기간의 붉은 광원을 포착했다. 이 방출은 2017년 GW170817 사건에서처럼 중원소 붕괴로 인한 킬로노바의 전형적인 광도 특성과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3일 동안, AT2025ulz의 광도 변화와 진화 양상은 전형적인 킬로노바의 특성과 잘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초기 단계를 지나면서, 이 천체의 방출 양상이 예기치 않게 변화했다. 방출된 빛이 점점 푸른색으로 이동했으며, 이는 킬로노바보다는 초신성의 스펙트럼 특성에 훨씬 더 가까웠다.
킬로노바인가, 초신성인가, 아니면 슈퍼킬로노바인가?
S250818k와 AT2025ulz에 대한 관측은 현대 천체물리학에 두 가지 흥미로운 도전 과제를 제시한다. 첫째, S250818k 중력파 신호는 병합한 쌍성계 구성 천체 중 적어도 하나가 비정상적으로 낮은 질량을 가졌음을 시사한다. 현재의 항성 진화 모형에 따르면, 중성자별은 대개 태양 질량에 근접한 질량을 갖기 때문에, 이처럼 가벼운 천체의 존재는 설명하기 어렵다.
둘째, 이 사건과 관련된 전자기 방출은 초기에는 킬로노바와 일치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며칠 후에는 명백히 초신성에 가까운 특성을 나타냈다.
슈퍼킬로노바라는 가능성
이러한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The Astrophysical Journal Letters》에 게재된 연구의 저자들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시나리오, 즉 ‘슈퍼킬로노바(superkilonova)’를 제안했다.
이 모델에 따르면, 사건은 일반적인 초신성 폭발로 시작된다. 그러나 이 폭발 동안 극단적인 회전과 밀도 조건에서 항성의 중심핵 또는 주변 물질 디스크가 분열해, 통상보다 가벼운 두 개의 중성자별이 형성될 수 있다. 이후 이 두 중성자별이 병합하면서, 킬로노바에서 관측되는 중원소 붕괴로 인한 중력파 및 전자기파 신호가 생성된다. 이 모든 과정은 원래의 초신성 폭발에서 비롯된 방출과 겹쳐 일어난다.
결과적으로, AT2025ulz에서 나타난 두 가지 양상이 뚜렷하게 전환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혼성(hybrid) 현상이 만들어진다.
중성자별의 새로운 기원
슈퍼킬로노바의 존재 가능성은 매우 깊은 함의를 지닌다. 이는 중성자별의 새로운 형성 경로를 확인하게 되며, 현재의 중성자별 기원 및 특성에 관한 이론을 수정하도록 만든다. 또한 중력파의 새로운 발생 원천을 추가하게 되고, 다중전령신호가 전통적인 천체물리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훨씬 더 복합적인 현상을 포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중력파 신호와 관측된 초신성이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 가능성도 아직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사건은 다중전령천문학이 새로운 물리 현상의 발견에 얼마나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주며, 우주가 여전히 우리를 놀라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출처] Una explosión en cadena pudo generar la primera superkilonova observada en el cosmos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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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로드리게스 카보(Sara Rodríguez Cabo)는 오비에도 대학교(Universidad de Oviedo) 물리학 연구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