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2주기, 서울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열린 시민 기억식 현장. 참세상 류민.
무덥고 “잔인한 4월”의 한낮, 타오르는 볕을 온 몸으로 마주하며 500여 명의 시민들이 서울 ‘세월호 기억 공간’을 지켰다. 16일 오후 4시 16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 공간 ‘기억과 빛’에 모인 시민들은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맞아 열린 시민 기억식에 참여해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들은 ‘기억’은 곧 ‘책임’이라며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향한 연대와 실천을 함께 다짐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신애진 씨 어머니 김남희 씨(오른쪽), 아버지 신정섭 씨(왼쪽). 참세상 류민.
세월호 참사 12주기,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이야기..."기억은 책임". 참세상 류민.
이날 기억식에는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고 신애진 씨의 어머니 김남희 씨와 아버지 신정섭 씨도 참여했다.
신정섭 씨는 고인이 된 딸 애진 씨와 “10년 전 세월호 추모 집회에 참여해 함께 구호를 외쳤던 특별한 곳”이 바로 서울 세월호 기억 공간이라 소개하면서, 오늘 기억식에 앞서 기억 공간을 지키기 위한 피케팅을 하는 동안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또 그리고 다른 사회적 참사는 개별적인 다른 참사가 아니라 사실은 하나의 참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한 “지금 팔레스타인에서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죽음 역시 우리 모두의 고통으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유가족이 되고서야, 고통은 함께 나눌 때 비로소 견딜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사실 유가족의 고통이라고 특별한 것도 아니라, 여러분 각자의 삶의 고통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정섭 씨는 “다만 한 가지 유가족의 고통이 특별한 것은 작별의 이유를 모르기 때문”이라며 “참사의 진실이 밝혀질 때 참사의 희생은 우리 사회가 생명, 안전 사회로 가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하고, “저는 세월호 참사의 희생이 의미로울 수 있도록 유가족으로서 또 시민으로서 함께 연대하겠다”며 마음을 전했다.
애진 씨의 어머니, 김남희 씨는 “기억은 책임”으로 “세월호를 기억하는 것은 두 번 다시 참사가 없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자 “생명이 최우선되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이어갔다.
남희 씨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인식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나 진상 규명과 더불어 아직 미진한 것이 너무나 많다”라며 “생명안전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도 국회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고 환기했다. 그는 “생명안전기본법이 있었더라면 이태원 참사의 진상규명은 지금보다 한 걸음 더 앞에 있었을 것”이라며 “생명안전기본법을 통해 가장 기본이 되는 생명권이 보장되길 바란다”, “상설 조사기구가 만들어져 특조위를 만들기 위해 더 이상 누구도 투쟁의 시간을 겪지 않길 바란다”, “생명안전기본법을 시작으로 헌법에 국민의 가장 기본이 되는 생명권이 들어가길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끝으로는 “우리 사회가 생명이 최우선이 되는 그날을 꿈꾸며 세월호의 아이들을 기억하고 이태원에서 떠난 저희 애진이와 그 친구들을 기억하겠다. 잊지 않겠다”고 힘 주어 말했다.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부르는 서산초등학교 합창단. 참세상 류민.
서산초등학교 합창단이 부르는 "천개의 바람이 되어". 참세상 류민.
서울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도 이날 세월호 기억공간을 찾았다. 충남교육청이 4월 기억의 달을 맞아 민주∙인권∙평화∙안전의 가치를 기억하고 실천하기 위해 진행한 탐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지역 초등학생과 학부모, 교육청 관계자 80여 명도 기억식에 참여했다. 탐방단의 일원인 서산초등학교 합창단은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불러 시민들의 마음을 깊이 울렸다.
'세월호 참사 12주기 시민분들에게 드리는 글'을 낭독하는 활동가·시민들. 참세상 류민.
'세월호 참사 12주기 시민분들에게 드리는 글'. 참세상 류민.
기억식은 세월호 기억공간 지킴이 활동가와 시민들이 함께 “세월호 참사 12주기 시민분들에게 드리는 글”을 낭독하며 마무리됐다.
이들은 참사 후 지난 “12년 동안 우리는 걷고 또 걸었다”라며 “광화문에서 법원에서 청문회장에서 팽목항에서 목포신항 앞에서 그리고 또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진상을 밝히라고,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는 나라를 만들라고 외쳤다”고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함께 해온 시간들을 환기했다. 그러면서 “두 개의 특별조사기구를 거쳤고 세 번의 정부가 바뀌었으나, 왜 침몰했는지, 왜 구하지 않았는지, 누가 왜 진실을 숨겼는지 진짜 책임자는 누구인지 이러한 지극히 당연한 질문에 아직 아무도 완전히 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우리가 멈출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며 “이태원에서 오송에서, 화성에서, 무안에서 그리고 대전에서 참사는 계속 반복됐다”, “세월호가 온몸으로 가르쳐준 교훈인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가 여전히 이 사회에 새겨지지 않고 있다”, “12년이 지나도록 생명안전기본법 하나 제정되지 않은 나라에서 세월호 참사는 지나간 사건이 아닌 오늘의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오늘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첫 번째 봄을 맞아 우리는 다시 요구한다”라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 책임 인정과 공식 사과 △대통령 기록물을 포함한 세월호 참사 관련 비공개 기록 전체 공개 △4.16 생명안전공원과 기억 추모시설의 차질 없는 건립 △생명안전기본법 즉각 제정”을 네 가지 핵심 요구로 제시했다.
끝으로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304명의 이름을 기억하고 진실을 향한 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생명 안전 사회를 만들기 위한 행동을 이어나갈 것”이라며 “가족과 시민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참사 피해자와 함께 진실과 생명 안전을 향한 노란빛 동행은 계속된다”고 밝히고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함께 걷겠습니다”라고 마음을 모았다. 또한 시민들에게 “이 나라에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이 언제든 참사의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라며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과 함께 걸어 주십시오. 노란 리본 하나를 달아주십시오. 이름 하나하나를 불러주십시오. 목소리를 보태주십시오. 시민 여러분이 함께 할 때 진실은 더 강하게 살아납니다. 생명, 안전 사회는 더 빠르게 가까워집니다”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기억식이 열린 세월호 기억공간 ‘기억과 빛’은 본래 광화문 광장에 자리했으나, 지난 2021년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 재구조화'를 이유로 기억 공간 철거 방침을 세우면서, 서울시의회로 축소 이전되어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임시’로 자리하고 있다. 2022년 6월에는 ‘임시’ 사용 기한마저 끝이 나, ‘무단 점용’에 대해 서울시의회가 요구하는 변상금을 내며 버티고 있다. 오후 9시 이후에는 단전이 되어 “기억과 빛”이라 이름 붙인 공간에 불조차 들어오지 않는 상황이다. 4.16 연대에 따르면 지난 한 해에만 5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평일 점심과 저녁, 주말에도 매일같이 기억 공간 존치를 요구하는 피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기억공간에 자리한 희생자들 영정에 헌화하기 위해 기다리는 시민들. 참세상 류민.
"나에게 세월호가 남긴 것"을 묻는 피켓을 작성하는 시민들. 참세상 류민.
세월호 참사 12주기 시민 기억식 현장. 묵념하는 시민들. 참세상 류민.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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