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물질은 다른 우주에서 온 블랙홀로 이루어져 있을까?

우주 거대구조(cosmic web)’를 시뮬레이션한 모습이다이는 우주 전반에 걸쳐 뻗어 있는 거대한 실과 필라멘트의 네트워크다왼쪽의 파란색–보라색은 암흑물질 밀도를 나타내고오른쪽의 주황색–빨간색은 가스 밀도를 나타낸다출처ESA

새로운 연구는 빅뱅 이전에 형성된 잔존 블랙홀들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은하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제시한다이러한 블랙홀은 우주론에서 가장 큰 미해결 문제 중 하나인 암흑물질을 설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블랙홀은 물질이 매우 작은 공간에 압축된 시공간 영역이다한편 암흑물질은 빛을 반사하거나 흡수하지 않는 물질이다우리는 암흑물질이 은하와 다른 우주 구조에 미치는 중력적 영향 때문에 그 존재를 안다.

사람들은 암흑물질을 은하를 하나로 묶어 주는 접착제로 볼 수 있지만우리는 그것이 근본적으로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는 알지 못한다대부분의 물리학자는 암흑물질이 아직 발견되지 않은 아원자 입자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빅뱅 이전에 존재했던 고대의 블랙홀도 이러한 조건을 충족한다이들은 빛을 내지 않으면서도 질량을 가지므로요구되는 성질을 정확히 갖는다.

나는 새로운 논문에서 이 아이디어를 탐구했다물론 잔존 블랙홀이라는 개념은 빅뱅 자체에 대한 재고를 요구한다.

거의 한 세기 동안 우주론자들은 우주의 역사를 이 하나의 극적인 순간까지 거슬러 올라가 설명해 왔다그러나 이것이 시간의 절대적인 시작이 아닐 수도 있다빅뱅 이전에 또 다른 우주가 존재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우주가 한 번 붕괴한 뒤 다시 팽창을 겪는다빅뱅은 이 두 단계 사이의 전이를 나타낸다.

우주가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설명하는 전통적인 관점이다이 그림에서 빅뱅 직후에는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르는 급격한 팽창 단계가 곧바로 이어진다출처: BICEP2 협력단(BICEP2 Collaboration)

빅뱅 모형은 매우 성공적인 이론이다이 모형은 초기 우주의 잔광인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를 설명하고은하의 대규모 분포를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예측한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빅뱅은 특이점이기도 하다이는 밀도가 무한대로 발산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물리 법칙이 붕괴하는 지점이다.

많은 물리학자는 이를 물리적 실재라기보다 어떤 것이 빠져 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특이점은 물리적 대상이라기보다 수학적 경고에 가깝고현재의 이론으로는 우주의 가장 초기 순간을 설명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빅뱅이 아니라 반동

대안 중 하나는 바운스 우주론이다이 그림에서 우주는 빅뱅 이전에 수축 단계를 겪으며매우 높지만 유한한 밀도에 도달한다우주는 특이점으로 붕괴하는 대신 반동하며 새로운 팽창 단계를 시작한다.

연구자들은 수십 년 동안 바운스 모형을 연구해 왔으며이들은 종종 중력 이론의 수정이나 새로운 이국적인 요소를 필요로 했다그러나 우리의 연구는 중력과 양자역학의 효과—자연의 가장 작은 규모를 지배하는 법칙—를 일관되게 고려하면 표준 물리학 안에서도 바운스가 정상적인 해로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표준 우주론에서 빅뱅 직후에는 초기 우주가 빠르고 지수적인 팽창을 겪는 시기가 이어진다인플레이션이라 부르는 이 단계는 이전 구조의 흔적을 사실상 모두 지운다.

거대한 블랙홀을 묘사한 그림이다잔존 블랙홀이 암흑물질의 수수께끼를 설명할 수 있을까출처NASA/Caltech-IPAC/Robert Hurt

그러나 바운스 우주에서는 상황이 다르다우리의 연구에서 우리는 90미터보다 큰 구조는 수축에서 팽창으로의 전이를 견뎌낼 수 있음을 확인했다이로 인해 이전 우주 시대의 정보를 담고 있는 잔존물이 남는다이러한 잔존물에는 블랙홀중력파그리고 밀도 요동이 포함된다.

양자물리는 이러한 현상이 가능한 이유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양자이론의 핵심 원리인 파울리 배타 원리에 따르면물질은 매우 높은 밀도에서 축퇴’ 상태에 도달한다이때 물질은 열이 없어도 추가적인 압축에 저항하는 압력을 만들어낸다.

우리 모형에서는 이와 유사한 효과가 우주론적 규모에서 작용한다이 효과는 우주가 완전히 붕괴하지 않는 이유와바운스 이전이나 도중에 형성된 구조가 팽창 단계까지 살아남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종말을 견뎌내기

우리는 잔존 블랙홀이 형성되는 두 가지 주요 경로를 제시한다.

첫 번째 경로는 직접적인 생존이다우주의 수축 단계에서 생성된 조밀한 천체와 섭동(밀도 또는 중력의 요동)은 바운스를 거쳐서도 유지될 수 있다.

두 번째 경로는 더욱 흥미롭다수축 동안 물질은 중력에 의해 자연스럽게 뭉치며오늘날 은하를 품고 있는 헤일로와 유사한 구조를 형성한다바운스 이후 이러한 구조는 효율적으로 붕괴해 블랙홀로 이어진다.

수축 단계에서 존재하던 은하와 별은 사실상 붕괴해 블랙홀이 되며대부분의 세부 구조는 사라지지만 질량은 보존한다.

이러한 블랙홀이 암흑물질일 수 있을까수십 년 동안 가장 유력한 후보는 기본 입자였지만광범위한 탐색에도 불구하고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JWST가 관측한 리틀 레드 닷(little red dots)’이 잔존 블랙홀을 나타낼 수 있을까출처NASA, ESA, CSA, STScI, Dale Kocevski(Colby College)

잔존 블랙홀은 설득력 있는 대안을 제시한다바운스 과정에서 충분한 수의 블랙홀이 생성된다면이들은 암흑물질의 상당한 부분어쩌면 지배적인 비율까지 차지할 수 있다.

이 아이디어는 최근 몇 년간 가장 흥미로운 관측적 수수께끼 중 하나와도 연결될 수 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James Webb Space Telescope)은 초기 우주에서 작고 매우 붉은 천체 집단을 발견했으며이를 리틀 레드 닷(little red dots)’이라고 부른다이 천체들은 빅뱅 이후 수억 년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예상보다 훨씬 큰 질량과 밝기를 보인다.

많은 천문학자는 이들이 빠르게 성장하는 블랙홀과 관련되어 있으며오늘날 은하 중심에 존재하는 초대질량 블랙홀의 씨앗일 가능성을 제기한다그러나 이들의 존재는 표준 우주론으로 설명하기 어렵다어떻게 이렇게 거대한 천체가 그렇게 짧은 시간 안에 형성될 수 있었을까?

잔존 블랙홀은 이에 대한 자연스러운 설명을 제공한다만약 바운스 직후 이미 큰 질량의 씨앗이 존재했다면초기 우주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가 없다초대질량 블랙홀은 새롭게 형성된 것이 아니라 고대의 생존자로부터 성장했을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JWST는 이미 바운스 이전에 존재했던 잔존물의 후손을 관측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우주론적 틀

이들을 종합하면바운스 시나리오는 우주론에서 오랫동안 남아 있던 여러 문제를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을 제시한다.

· 빅뱅 특이점은 양자 전이로 대체된다이 전이는 시공간의 서로 떨어진 두 영역을 연결하는 수학적 구조인 아인슈타인–로젠 다리(EinsteinRosen bridge)’ 개념과 관련될 수 있다.

· 인플레이션은 바운스 근처의 동역학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 암흑에너지는 유한한 우주의 전역적 구조와 관련될 수 있다.

· 암흑물질은 잔존 블랙홀로 구성될 수 있으며어쩌면 우리 우주 자체도 하나의 블랙홀에서 시작했을 수 있다.

· 중력파는 이전 우주 단계의 신호를 담고 있을 수 있다.

· 초대질량 블랙홀은 최근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James Webb Space Telescope) 관측과 일치하는 고대 기원을 가질 수 있다.

아직 많은 연구가 남아 있다우리는 중력파 배경은하 관측그리고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복사의 정밀 측정 등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 이러한 아이디어를 검증해야 한다.

그러나 그 가능성은 매우 심오하다우주는 단 한 번 시작된 것이 아니라 반동했을 수 있다그리고 오늘날 은하를 형성하는 암흑 구조는 빅뱅 이전 시기의 잔존물일 수 있다.

[출처] Could dark matter be made of black holes from a different universe?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엔리케 가스따냐가(Enrique Gaztañaga)는 포츠머스 대학교(University of Portsmouth) 우주론 및 중력 연구소(Institute of Cosmology and Gravitation) 천체물리학 교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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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암흑 물질 바운스 우주론 잔존 블랙홀 빅뱅 이전 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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