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기 대멸종 충돌 시나리오: 공룡을 멸종시킨 소행성 충돌의 시간대별 재구성

출처: Javier Miranda, Unsplash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한 마리가 자신의 영역인 침엽수 숲 사이를 걸어간다. 공기 냄새를 맡던 그는 어제 먹다 남긴 뿔 달린 공룡 트리케라톱스 사체의 냄새를 감지한다. 그는 그곳으로 다가가 남은 고기 조각을 뜯어 먹지만, 그 냄새는 그에게조차 역겹다.

그는 물을 마시려고 호숫가로 내려간다. 작은 악어와 거북들은 재빨리 물속으로 몸을 숨긴다. 그러나 그는 거의 신경 쓰지 않는다. 그의 관심은 근처에 숨어 있는 갑옷 공룡 안킬로사우루스에 쏠린다. 하지만 그는 이 공룡을 쉽게 사냥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굳이 위험을 감수할 만큼 굶주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에게 더 큰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알지 못한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희미한 파직거림과 치직거리는 소리를 동반한 밝은 빛이 아래로 빠르게 떨어지는 모습을 본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저주파 소리를 매우 잘 듣는다. 그는 몸으로 느껴지는 진동에 불안해한다. 그러나 그 불안은 오래가지 않는다. 순식간에 그는 새까맣게 타버리고, 그의 세계는 영원히 바뀐다.

이 모든 일은 6,600만 년 전 오늘날 카리브해 지역에 해당하는 곳에서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면서 벌어졌다. 백악기 말 당시 해수면은 현재보다 100~200미터 더 높았기 때문에 카리브해 연안은 멕시코 동부와 미국 남부 내륙 깊숙한 곳까지 이어져 있었다. 충돌은 완전히 이 바다 한가운데서 발생했다.

이 사건은 지구와 대기에 즉각적인 변화를 일으켰고, 공룡과 지구 생물 종의 약 절반을 멸종시켰다. 그렇다면 이처럼 거대한 충돌을 실제로 경험했다면 어떤 느낌이었을까? 우리는 무엇을 보고, 듣고, 냄새 맡았을까?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죽었거나 살아남았을까?

운석학과 고생물학 전문가인 우리는 수십 년 동안 축적한 연구를 바탕으로 상세한 시간표를 재구성해 여러분을 그 현장으로 데려간다. 이제 백악기의 마지막 날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충돌 하루 전

모든 것은 평온하며 백악기의 하루는 평소처럼 흘러간다. 곧 충돌 중심지가 될 지역의 기온은 약 26도이며 따뜻하고 습하다. 늘 그렇듯 비도 자주 내린다. 약 일주일 동안, 이 소행성은 밤에만 보였다. 거대한 암석 덩어리가 지구를 향해 곧장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하늘에서는 움직이지 않는 별처럼 보인다. 극적인 꼬리는 없다. 이것은 혜성이 아니라 암석질 소행성이기 때문이다.

충돌 하루 전에는 거의 아무런 경고도 없었다. 출처: Phạm Nhật, Unsplash

지난 24시간 동안 그 빛은 낮에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충돌 직전 몇 시간 동안 점점 더 밝아질 뿐 여전히 하나의 별이나 행성처럼 보인다.

T = 0: 충돌

만약 당신이 충돌 지점 근처에 있었다면, 가장 먼저 짧은 빛과 소리의 장면을 경험했을 것이다. 충돌 수분 전에서 수초 전 사이에 당신은 밝은 화염구와 함께 파직거리거나 치직거리는 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이러한 치직거리는 소리는 광음향 효과(photo-acoustic effect) 때문에 발생한다. 화염구의 강렬한 빛이 지면을 가열하고, 지면이 다시 그 위의 공기를 가열해 압력파, 즉 소리를 만들어낸다.

이어서 귀청이 찢어질 듯한 음속 폭음이 발생한다. 이는 소행성이 음속보다 빠르게 이동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소행성은 지름이 약 10킬로미터에 이를 정도로 거대해, 충돌 지점 근처의 생명체는 피할 시간을 거의 얻지 못한 채 소행성이 지표에 충돌한다.

소행성의 막대한 에너지는 몇 초 안에 연속적인 과정을 거쳐 거대한 충돌구를 형성한다. 소행성이 지표와 충돌하는 순간 운동 에너지는 운동 에너지, 열에너지, 지진 에너지의 형태로 즉시 지표에 전달된다. 그 결과 충격파가 발생해 소행성과 충돌 지점을 동시에 가열하고 압축한다.

충격파가 퍼져나가면서 암석은 균열하고 부서져 밖으로 방출되며, 충돌 약 10초 후에는 그릇 모양의 일시적 공동(transient cavity)이 형성된다. 열과 압축은 소행성 자체를 포함한 대량의 물질을 녹이고 기화시키며, 섭씨 9,726.85(10,000K)를 넘는 백열 증기 기둥을 만들어낸다.

그 뒤 몇 초 동안 공동은 원래 소행성 지름의 수 배 크기로 커진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충돌 약 20초 후 일시적 공동은 최소 30킬로미터 깊이에 도달한다. 이는 현재 지구에서 가장 깊은 곳으로 알려진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해연 약 11킬로미터보다 훨씬 깊다. 충돌구 가장자리 높이는 20킬로미터를 넘으며, 이는 해발 8,900미터인 에베레스트산의 두 배를 초과한다.

그러나 이 거대한 구조는 1분도 채 지속하지 못하고 곧 붕괴하기 시작한다. 충돌 3분 이내에 충돌구 중심부는 반동하며 수 킬로미터 높이의 봉우리를 형성한다. 그러나 이 봉우리도 약 2분 뒤 다시 충돌구 안으로 붕괴한다.

티라노사우루스든 쇠똥구리든 일시적 공동 근처에 있었다면 폭발에 의해 즉시 불타 사라졌을 것이다. 그러나 충돌 중심에서 최대 2,0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해도, 충돌 지점에서 퍼져나가는 열복사와 초음속 바람 때문에 빠르게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이 크다.

충돌 후 5

충돌 5분 후 바람은 카테고리 5 허리케인 수준으로 약해진다’. 그러나 충돌 지점 반경 약 1,500킬로미터 이내의 모든 것을 완전히 파괴한다. 물론 아직 불타지 않은 것들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이 지역 대기의 온도는 500K(섭씨 226.85)를 넘는다. 이는 거대한 오븐 안에 들어간 것과 같은 상태이며, 화상과 열사병을 일으켜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다. 나무와 식물은 불이 붙으며 곳곳에서 화재가 발생한다.

또한 소행성이 바다에 충돌했기 때문에 대기는 초고온 수증기로 가득 차며, 허리케인급 바람은 더욱 치명적으로 변한다.

이어 암석과 물이 대량으로 밀려나면서 거대한 해일이 발생한다. 높이 약 100미터에 달하는 메가쓰나미는 오늘날 멕시코만 연안에 먼저 도달하며 육지를 삼킨 뒤, 물이 빠져나가면서 막대한 양의 퇴적물을 남긴다.

쓰나미 파도는 높이가 100미터를 넘었다. 출처: Ray Harrington, Unsplash

이 시점에서 충돌구는 거의 최종 크기에 도달한다. 직경 약 180킬로미터, 깊이 약 20킬로미터다. 그러나 충돌은 단지 지표에 거대한 구멍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충돌 과정에서 밀려난 암석과 증기는 어디론가 이동해야 한다. 북아메리카 여러 지역에서는 충돌로 발생한 미터급 암석 파편이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날아간 흔적을 확인한다.

따라서 충돌 중심에서 2,000~3,00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고 초기 몇 초를 살아남았다고 해도, 당신은 과열, 지진, 허리케인, 화재, 쓰나미 홍수, 또는 충돌로 녹은 암석 파편 때문에 결국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훨씬 먼 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충돌 후 첫 5분 동안 오늘날 중국이나 뉴질랜드에 해당하는 지역의 백악기 숲을 돌아다니던 공룡들은 아직 아무 일도 감지하지 못한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는다.

충돌 후 1시간

육지와 바다를 가로지르는 충격파는 여전히 하늘에서 쏟아지는 불길에 비하면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다. 충돌 에너지 일부는 대기로 전달되며 공기와 먼지를 백열 상태까지 가열한다.

곳곳에서 거대한 화재가 발생했다. 출처: RO Kazui, Unsplash

충돌 1시간 후 먼지 띠는 지구를 한 바퀴 둘러싼다. 굳어버린 용융 방울(충돌 구상체, impact spherules)과 광물 입자는 남쪽 뉴질랜드에서 북쪽 덴마크에 이르는 수많은 지역에서 발견한다. 이 지역에서는 아메리카 대륙 주변의 쓰나미나 대규모 산불을 직접 인식하지 못했겠지만,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는 현상은 분명히 느꼈을 것이다.

충돌 후 하루

이 시점에서 거대한 쓰나미는 동쪽으로는 대서양을 가로질러 이동하고, 서쪽으로는 태평양을 지나 양방향에서 인도양으로 진입한다.

쓰나미 높이는 여전히 약 50미터에 이르며 전 세계 많은 해안에서 죽음과 파괴를 일으킨다. 비교하자면 2004년 박싱데이 쓰나미의 최대 높이는 약 30미터였다. 쓰나미는 물고기와 해양 생물을 해안 높은 곳까지 쓸어올린 뒤 다시 내던지며 죽이고, 해안 숲을 파괴하며 육상 동물을 익사시킨다. 그러나 쓰나미는 점차 약해지며 단독으로는 특정 종 전체를 멸종시키지는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허리케인급 바람도 점차 약해졌지만, 열대성 폭풍 수준의 강풍은 여전히 파편을 휘몰아치며 쓰나미 피해 지역 전반에 추가적인 혼란과 파괴를 일으킨다. 불타는 하늘은 전 세계 곳곳에서 산불을 촉발하며, 산불은 다시 더 많은 그을음을 대기로 방출한다. 이러한 산불의 흔적은 K-Pg 경계층, 6,600만 년 전 형성된 얇은 점토층 퇴적물 속 탄소 입자로 남아 있다.

오늘날 유럽과 아시아에 해당하는 더 먼 지역에서도 하늘은 먼지와 그을음으로 점점 가득 찬다. 이는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마찬가지다. 햇빛이 차단되면서 기온은 떨어지기 시작한다. 나무와 식물, 그리고 식물플랑크톤까지 광합성을 할 수 없게 되며 마치 겨울처럼 활동을 멈춘다. 따뜻한 환경에 의존하는 동물들은 결국 몸을 웅크리고 죽어간다.

충돌 후 일주일

세상은 점점 더 어두워진다. 충돌 이후 지표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를 시뮬레이션한 결과에 따르면 약 일주일 뒤 태양 플럭스, 즉 일정 면적에 도달하는 열과 빛의 양은 충돌 이전의 천분의 일 수준까지 감소한다. 이는 대기 중 먼지와 그을음 입자 때문이다.

빛의 감소와 함께 지표 평균기온은 전 지구적으로 최소 섭씨 5도 이상 하락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공룡과 거대한 비행·해양 파충류는 첫 일주일 안에 동사했을 가능성이 크다. 더 작은 파충류 가운데 신진대사가 느리거나 먹이에 덜 의존적인 종은 더 오래 살아남았을 수 있다. 기온 하강과 두꺼운 구름층은 비를 불러온다. 그러나 그것은 평범한 비가 아니다. 전 지구적으로 산성비 폭풍이 쏟아진다.

산성비는 두 가지 메커니즘으로 생성한다. 첫 번째 원인은 충돌 지역의 지질학적 특성이다. 소행성은 황이 풍부한 퇴적층 지역에 충돌했고, 황은 기화해 황산화물을 대기 중 플라스마 기둥 속으로 방출했다. 황산화물은 황과 산소로 이루어진 자극적이고 산성인 기체 화합물이다. 두 번째 원인은 충돌 에너지 자체다. 충돌 에너지는 질소와 산소를 질소산화물로 변환하기에 충분했으며, 이 반응성 기체는 스모그를 형성할 수 있다.

기온이 계속 하강하면서 수증기는 물방울로 응결하고,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은 녹아 황산과 질산을 형성한다. 이 과정은 대기 pH를 급격히 떨어뜨린다. 초기 모델은 산성비의 pH1 수준까지 낮아질 수 있다고 제시한다. 이는 배터리 산과 같은 수준의 산성도다.

이 시점에서 지구는 결코 살기 좋은 장소가 아니다. 썩어가는 식생, 숨 막히는 연기, 황 에어로졸이 뒤섞이며 행성 전체에서 악취가 난다. 육지와 얕은 바다에서 어둠과 추위를 견딘 식물과 동물들마저 부식성 산성비와 해양 산성화로 죽어간다. 산성비는 또한 토양에서 칼슘, 마그네슘, 칼륨 같은 영양분을 씻어내 나무를 고사시킨다. 얕은 바다의 조개류, 갑각류, 산호 역시 산성 해수가 골격을 파괴하면서 사라진다.

충돌 후 1

바람은 잦아들고 산불은 꺼지며 바다는 다시 평온해진다. 겉보기에는 소행성 충돌이 단지 해저에 남은 상처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영향은 여전히 파괴적이다. 대기는 여전히 먼지로 가득 차 있으며 태양은 1년 동안 제대로 빛나지 못한다. 기온은 계속 하강해 평균 지표 온도는 충돌 이전보다 섭씨 15도 낮아진다. 겨울이 찾아온 것이다.

첫 일주일 동안의 혹한을 견딘 공룡이나 해양 파충류가 있었다고 해도 곧 죽었을 것이다. 충돌 1년 후 남은 것은 이 거대한 생물들의 썩어가는 골격뿐이다. 여기저기서 쥐 크기의 포유류와 곤충 같은 작은 동물들이 틈새에 숨어 썩어가는 식물과 남은 먹이로 가까스로 생존한다.

실제로 이 시기는 지구 생명체에게 최악의 한 해였다. 추위와 햇빛 부족 때문에 식물의 절반 이상이 멸종했고, 육상 동물과 산성화된 얕은 바다의 생물들도 비슷한 수준의 피해를 입었다.

암모나이트는 곧 멸종했다. 출처: David Clode, Unsplash

대부분의 식물군과 현대 곤충, 어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의 상당수는 비교적 빠르게 회복했지만, 다른 생물들에게 상황은 매우 암울했다. 육상의 공룡과 익룡은 멸종했고, 바다에서는 대형 해양 파충류와 암모나이트, 벨렘나이트, 루디스트 이매패류도 사라졌다. 암모나이트와 벨렘나이트는 먹이사슬 상위에 위치했기 때문에 추위와 산성화뿐 아니라 작은 해양 생물 같은 풍부한 먹이 자원의 붕괴에도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충돌 후 10

지구는 여전히 혹독한 겨울 속에 갇혀 있다. 황 대부분은 대기에서 제거되었지만 먼지와 그을음 입자는 여전히 남아 있다. 평균 지표 온도는 충돌 이전보다 여전히 약 섭씨 5도 낮다. 주요 대양은 얼지 않았지만 전 세계 내륙의 호수와 강은 얼음으로 덮여 있다.

물론 이 시기에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더 큰 포유류조차 없었다. 그러나 살아남은 종 대부분이 땅속으로 파고들거나 물 아래에서 생활한 생물들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간 역시 이 정도 기간을 살아남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

거북, 작은 악어, 도마뱀, , 일부 지상성 조류와 작은 포유류 같은 살아남은 생물군은 이 시점에서 다시 지구를 채워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들은 충돌 지점에서 멀리 떨어진 상대적으로 안전한 제한된 지역으로 밀려난 상태다. 이 지역은 이제 식물과 식물플랑크톤이 다시 광합성을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햇빛을 받는다. 잎과 씨앗은 육지와 바다 먹이사슬의 기초가 되며, 생명은 다시 회복하기 시작한다.

결국 생명은 황폐해진 대지로 돌아오지만, 생태계는 완전히 달라졌고 공룡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충돌 후 6,600만 년

오늘날 충돌 6,600만 년이 지난 현재, 충돌의 흔적은 지질층 속에 묻혀 있으며 과학자들은 이를 해독하기 시작했다. 연구자들이 충돌 증거를 처음 보고한 것은 1980년이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루이스 알바레즈와 공동 연구진은 고전적인 논문에서 덴마크와 이탈리아 특정 점토층에서 이리듐 농도가 갑자기 증가한 현상을 설명했다.

이리듐은 대부분 지구 형성 초기 핵 속으로 가라앉았기 때문에 지표 암석에서는 매우 희귀하다. 그러나 운석에서는 이리듐을 발견한다. 알바레즈 연구진은 퇴적물 속 금속 축적 속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에서 이것이 거대한 운석 충돌로만 설명할 수 있다고 추론했다.

당시 과학자들은 이리듐 급증 현상을 두 지역에서만 관측했기 때문에 충돌 가설을 거부했다. 그러나 1980년대 동안 육상, 호수, 해양 퇴적층 등 점점 더 많은 지역의 점토층에서 이리듐 급증 현상을 확인했다.

1991년 올바른 연대를 가진 충돌구를 발견하면서 충돌 가설은 더욱 강력한 지지를 얻었다. 이 충돌구는 더 젊은 암석 아래 묻혀 있었지만 지구물리 탐사에서는 분명하게 드러났다. 충돌구는 멕시코 유카탄 반도의 육지와 연안 바다에 걸쳐 자리한다. 1990년 이후 충돌 증거는 계속 증가했으며, 특히 과학자들은 백악기 말에 실제로 급격한 냉각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까지 밝혀냈다.

뉴멕시코에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발자국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발견됐다. 출처: 위키피디아, CC BY-SA

전체적으로 백악기 말에 존재했던 식물과 동물 종의 절반이 사라진 것으로 추정한다. 한때 과학자들은 많은 식물, 곤충, 연체동물, 도마뱀, 조류, 포유류 같은 생존 집단이 별다른 피해 없이 살아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상세한 연구는 그렇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이들 역시 모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우연 혹은 행운 덕분에 일부 개체와 종은 추위와 식량 부족을 견뎌냈고, 또는 충돌 영향이 덜 극단적이었던 지역에 존재했다. 세계가 다시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이들은 이전 생태적 지위를 빠르게 회복할 기회를 얻었고, 동시에 멸종한 집단이 남긴 빈 공간까지 차지했다. 실제로 공룡 멸종의 중요한 결과 가운데 하나는 당시 최상위 포식자였던 공룡이 사라지면서 포유류가 성공적으로 확산하고 진화했다는 점이다.

알바레즈와 공동 연구진은 처음 충돌 이후 기온 하강을 설명하면서 이를 핵겨울이라고 불렀다. 이는 1980년대 초 정치적 분위기를 반영한 표현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이러한 현상을 보다 글로벌한 기후변화로 설명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 역시 홍수와 기온 변동 같은 유사한 현상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행성 충돌이 없었다면 영장류는 오늘날과 같은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동시에 현대 인류가 한때 파충류 조상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것과 유사한 대기 변화를 일으키고 있으며, 언젠가 그것이 우리 자신의 멸망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 역시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출처] What it would have been like to experience the dinosaur-killing asteroid armageddon: a blow-by-blow account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마이클 J. 벤턴(Michael J. Benton)은 브리스틀 대학교(University of Bristol) 척추고생물학 교수다. 모니카 그래디(Monica Grady)는 오픈대학교(The Open University) 행성과학 및 우주과학 교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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