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이 저버린 ‘직접고용’ 약속…아스팔트에 무릎 꿇은 콜센터 노동자들

6년 전 정규직화 약속에도 전환은 0명...삼보일배 나선 노동자들 “우리는 소모품 아냐”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들이 대출 절차를 몰라 전화를 걸 때, 그 절박한 목소리를 쉴 새 없이 받아낸 사람이 누구입니까. 여기 있는 우리 고객센터 노동자들 아닙니까.”

“겉으로는 소상공인을 위한다며 생색은 다 내고, 뒤에서는 그 사업을 지탱하는 노동자들을 소모품 취급하며 길거리로 내쫓으려 하는 것. 이것이 오세훈 시장의 추악한 민낯입니다.”

“세 걸음을 걷고 한 번 무릎 꿇는 삼보일배를 하며, 우리가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버텨왔는지 몸으로 이야기했습니다. 우리는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약속을 지키라는 것, 책임을 다하라는 것, 그리고 노동자답게 살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구름이 드리운 한낮의 하늘은 회색빛으로 어두웠지만, 때 이른 무더위로 기온은 30도 가까이 올랐다. 가만히 서 있기에도 숨이 막히는 거리에서, 시민과 소상공인의 절박한 고민들을 함께 나눠온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몸을 낮췄다. 서울시는 2020년 투자·출연기관 콜센터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약속했지만, 오세훈 시장 취임 뒤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시민들에게는 안정적인 공공서비스를 말하면서도, 정작 그 서비스를 담당해온 노동자들의 고용 책임은 위탁 구조 뒤로 밀려났다. 이들이 삼보일배에 나선 것은 “특혜”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서울시가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고 공공서비스를 지탱해온 노동에 책임을 다하라는 요구였다.

“직접고용 약속 미이행, 원청교섭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 규탄 기자회견” 현장. 참세상 류민

민주노총 서울본부와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는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캠프 인근 보신각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오세훈 시정이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 노동자 직접고용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고, 서울시와 산하 공공기관의 원청 사용자 책임을 부정한 채 교섭 요구마저 거부해 왔다고 규탄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참가자들은 보신각에서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캠프 앞까지 종로 일대 수 킬로미터를 삼보일배로 행진했다. 오세훈 시정의 약속 파기와 책임 회피를 규탄하는 걸음은, 동시에 차기 서울시정을 책임질 가능성이 높게 거론되는 정 후보에게도 향했다. 참가자들은 정 후보가 서울시의 ‘반노동 시정’을 바로잡겠다고 한다면,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 노동자 직접고용과 원청 교섭 문제에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서울시 공공서비스의 최전선에 서 왔다. 코로나19 시기에는 폭주하는 상담 속에서 시민과 소상공인의 전화를 받았고, 최근에는 오 시장이 TV토론에서 치적으로 내세운 서울신용보증재단의 소상공인 금융지원 사업 안내도 맡아 왔다. 박지현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지부 사무국장은 “안심통장 대출 절차를 몰라 발을 동동 구르며 전화를 건 절박한 목소리를 받아낸 사람이 누구냐”며 “(오세훈 시장이 자랑하는) 서울시 사업들의 최전선에는 상담사들의 피와 땀이 갈려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직접고용 약속 이행을 촉구하며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캠프 인근에서부터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 캠프 앞까지 삼보일배에 나선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지부 노동자들과 연대 시민들. 참세상 류민.

그러나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고용 안정이 아니라 외주화 구조 속 불안이었다. 서울시는 2020년 12월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콜센터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직접고용 정규직 전환 추진을 공식화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도 그 대상이었다. 그러나 오 시장 취임 이후 현재까지 단 한 명도 직접고용으로 전환되지 못했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박 사무국장은 “일터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12명 조합원의 생존권을 지키고, 6년 전 서울시가 스스로 했던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가 결정했고 재단이 집행하면 되는 일이었지만, 오세훈 서울시장 체제 아래에서 이 약속은 완전히 쓰레기통에 처박혔다”고 비판했다. 올해 10월이면 다시 계약 종료 시점이 다가온다. 박 사무국장은 재단 이사장이 “콜센터는 AI로 인해 소멸될 직종이라 직접고용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답했다며, 공공 서비스를 지탱하는 “노동자들을 소모품 취급하며 길거리로 내쫓으려 한다”고 규탄했다.

노조는 재단이 노동자들의 투쟁 이후 상담사 연결 메뉴를 숨기는 방식으로 ‘보이는 ARS’를 조작했다고도 증언했다. 박 사무국장은 “안심통장을 신청하려는 소상공인들, 당장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서울 시민들이 상담사들과 연결되지 않아 1시간이 넘도록 전화를 붙잡고 있다”며 “공공서비스를 스스로 망가뜨리는 진짜 주범은 노동자의 목소리를 지우겠다고 시스템까지 조작하는 재단과 이를 방관하는 오세훈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세훈 후보 캠프 인근에서 낭독된 기자회견문은 오세훈 시정을 “불통과 퇴행, 차별과 배제”의 시정으로 규정했다. 참가자들은 노조법 2·3조 개정 이후 공공부문에서 원청 교섭 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서울시가 지난 4월 8일 자로 일괄 거부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또 한강버스, 서울교통공사 구조조정,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종묘 앞 초고층 개발, 공공돌봄 파괴 등을 거론하며 “민생과 관련 없는 난개발 대형 사업들을 시민과의 소통 및 공론장도 거치지 않은 채 밀어붙였다”고 비판했다.

수 킬로미터를 삼보일배로 행진해,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 캠프 사무실 앞으로 진입하는 노동자들. 참세상 류민.

보신각에서 시작된 삼보일배 행렬은 종로 일대를 지나 정원오 후보 캠프 앞에 이르렀다. 마무리 기자회견에서, 윤미영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지부 조합원은 이날 삼보일배를 하면서 “무릎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불안 속에서 견뎌야 했던 시간들이 떠올랐고,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고용 불안 속에서도 시민들의 목소리를 놓지 않았던 우리의 시간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윤 조합원은 고객센터 노동자들이 13년 동안 “서울시 공공서비스의 가장 가까운 현장”에서 시민과 소상공인을 연결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책과 예산은 서울시가 결정하고 실질적인 사용자는 서울신용보증재단이지만 책임은 하청업체 뒤에 숨겨졌다”며 “시민들에게는 안정적인 공공서비스를 이야기하고 상시지속 업무라면서, 정작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들은 2년마다 업체 변경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우리는 서울시 공공서비스를 지켜온 현장의 노동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세 걸음을 걷고 한 번 무릎 꿇는 삼보일배를 하며, 우리가 얼마나 간절한 마음으로 버텨왔는지 몸으로 이야기했다"라며 "우리는 특혜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약속을 지키라는 것, 책임을 다하라는 것, 그리고 노동자답게 살게 해달라는 것”이라 힘 주어 이야기했다.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삼보일배를 이어가는 윤미영 공공운수노조 더불어사는희망연대본부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지부 조합원. 참세상 류민.

이날 참여자들은 윤석열 탄핵 이후 새 사회를 모색해야 할 지방선거에서, 오세훈 시정이 남긴 불통과 퇴행, 차별과 배제, 반노동 행정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개정 노조법 2·3조 시대에 서울시부터 노정교섭과 원청교섭을 실현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재명 정부가 공공기관부터 모범적 사용자가 되겠다고 밝힌 만큼, 지방정부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서울시가 산하 공공기관과 간접고용 노동자 문제에 책임 있게 나서는 것이 전체 공공부문에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더불어민주당 정원오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러한 변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서울시에 노동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지방공기업·자치단체·간접고용 부문에서 집단교섭을 촉진하는 일은 단체장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과제라는 설명이다. 참여자들은 이것이 정 후보가 내세운 “이재명 정부와 함께 일 잘하는 서울시장”이라는 약속을 실제로 실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8일 서울시장 후보 TV토론회에서 권영국 정의당 후보가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 노동자 직접고용 약속 이행 여부를 묻자, 정 후보는 전임 시장의 약속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취지로 답한 바 있다는 사실도 환기됐다. 김진억 민주노총 서울본부장은 “정원오 후보는 토론회에서 전임 시장이 했던 약속이라도 이를 지켜야 한다고 확인했다”며 “구체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반드시 공공기관 콜센터 정규직 전환 약속이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미 공공운수노조 서울본부장도 “직접고용은 새로운 요구가 아니다. 서울시가 이미 발표한 정책, 노동자들이 6년 동안 기다려온 약속”이라고 짚었다. 그는 “일 잘하는 시장은 거대 개발 공약만 내놓는 시장이 아니라, 시민과 노동자 앞에서 한 약속을 책임지는 시장”이라며 정 후보가 직접고용 문제 해결 의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남신 사단법인 희망씨 공동이사장은 서울신용보증재단 고객센터 상담노동자들의 업무가 “상시지속 업무이자 공익적 성격의 업무”라고 말했다. 그는 6년 동안 지연된 직접고용 약속을 바로잡는 일이 오세훈 시정의 반노동 기조를 노동존중으로 전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을 마친 참여자들은 정원오 후보 캠프 관계자와 면담을 이어가며 직접고용과 원청교섭 문제에 대한 후보자의 구체적 입장과 이행계획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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