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서울시는 서울이 "살맛나는 문화도시"라고 주장해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의 "서울은 절대 문화도시가 아니다!"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서울은 반드시 문화도시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문화사회>는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서울의 문화정책에 대한 평가와 전망"을 4회에 걸쳐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비판을 기대하면서.
[서울, 지방선거 그리고 문화도시]
1. 도시계획 : 거대한 서울'특별'시와 초라한 문화정책
2. 예산/행정 : 빈곤한 문화예산, 무너진 문화행정
3. 문화기반시설 : 시민도 프로그램도 없는 문화시설
4. 서울시장을 꿈꾸고 있는가? : 정책개혁과제 제안
도시계획 : 거대한 서울'특별'시, 초라한 문화정책
주한 미군 헬기장 옆에 건설되고 있는 새 국립중앙박물관, 살벌한 군사 경계를 마주보고 있는 세종문화회관, 과천에 유배되어진 국립현대미술관, 남산에 숨겨져 있는 국립중앙극장, 남부순환도로를 경계로 일상과 괴리된 예술의 전당....
서울시는 서울이 '문화도시'라고, 앞으로 10년 안에 서울을 "살맛나는 문화도시"로 만들겠다고 큰 소리 치고 있지만, 장담컨대 서울에서 하루 이상을 살아본 사람 중에서 이러한 말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은 매우 특이한 곳이다. 서울은 이제 너무나 난개발되어 더 이상 개발하기도 뭐한 곳이자, 수많은 인간과 기계로 가득찬 '공해빛' 회색도시이며, 스스로의 정체성은 물론 "어떠한 지역성도 없는 지역적 특성"을 가진 역설의 도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거대한 서울은 이 시간에도 끊임없는 변하고 있다. 먼저 서울이라는 도시 공간의 기반과 구조 자체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서울은 이제 공장단지를 중심으로 한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산업적 기반과 이별하고 문화, 환경, 정보 인프라 중심으로 재구조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이제 서울이라는 도시의 경쟁력이, 그 지향점이 양적 발전보다는 질적 발전을, 외형적 성장보다는 내적 성장을 갈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음으로 이러한 도시 구조의 변화 속에서 도시 공동체와 그 기반인 도시 문화 자체도 변동하고 있다. 거대한 매스미디어의 발달은 물리적 공간의 지역 공동체에서 문화적 상징과 규범에 기반한 문화 공동체를 잉태하였고, 서울 역시 도시의 정체성과 도시 공동체의 규범을 새롭게 작성하고 있다. 서울은 이제 생산을 중심으로 한 도시에서 벗어나 소비, 취향, 욕망, 놀이의 공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언젠가부터 "문화도시 서울"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도시의 하드웨어는 물론이고, 그 내적 정체성 자체가 문화를 매개로 구성된 하나의 도시 공동체를 꿈꾸고 있는 것이다. 파괴된 도시 생태계, 도시민의 삶과 정체성, 도시 공동체 등을 복원하고 재구성하기 위한 가장 좋은 매개체이자 궁극적인 지향점이 바로 문화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기간 서울시의 문화정책은 실패한 도시정책과 왜곡된 문화정책이라는 이중성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 지금까지 서울시는 문화를 정치, 경제, 교통, 개발 등에 종속된(혹은 부차적인) 문화로 규정하였고, 이는 서울시의 문화정책을 매우 단편적이고 협소한 틀에 가두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문화도시 서울"이라는 서울시의 도시발전 전략에서 정작 문화는 언제나 "부재"와 "지연"의 대상이었다. 서울시라는 관료 조직에게는 오직 무차별적인 개발주의, 경제주의의 알리바이로서의 "문화"가 필요했을 뿐이다.
단적으로 서울시는 <2010년 도시기본계획>에서 서울의 미래상으로 "인간 중심의 살고 싶은 도시 건설"을, 이에 대한 7대 주요 계획목표 중의 하나로 "살맛나는 문화도시"를 선정하였으나 불행히도 문화도시에 대한 어떠한 주요 과제도 추진계획도 존재하지 않는 공염불일 뿐이다. 다시 말해 너무나 놀랍게도 "문화도시 서울"을 강조해 온 서울시의 문화정책이나 도시정책에는 문화 자체, 문화를 기반으로 한 어떠한 기본계획도 정책방향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서울시의 문화정책에서 가장 먼저 개혁돼야 할 것은 바로 "문화"에 대한 시각 교정과 이에 기반한 "문화도시"의 새로운 중장기 계획 설립이다. 즉 "문화도시"란 문화민주주의에 기반한 문화계획적인 도시접근전략을 전제로 추진돼야 하며, 이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첫째, 문화도시 서울의 새로운 중장기 계획은 문화민주주의, 참여민주주의의 기반을 전제로, 문화에 기초한 도시 공동체 및 문화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 : 문화가 경제와 산업의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에 기반한 도시경제 및 산업의 재구조화, 활성화가 계획돼야 한다.
둘째, 문화도시 서울의 새로운 중장기 계획은 문화복지, 생활문화, 문화예술, 전통문화, 문화산업 등이 공공성과 다양성의 기반 아래 조화와 특성을 이룰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문화도시 서울의 새로운 중장기 계획은 문화분포지도, 문화실태조사 등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마련돼야 한다 : 서울의 문화공간, 문화시설, 문화프로그램, 문화 관련 전문인력, 지역 축제 및 행사, 시민 이용·만족도 등 문화행정 관련 기초 조사 시급.
넷째, 서울의 환경, 공간, 시설 등을 통해 다수의 시민들이 활발한 문화활동의 기회를 보장받고, 문화적 다양성과 지속가능성을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조직, 예산, 법제도 등 서울시의 문화행정에 대한 과감한 개혁 및 지원을 통해 문화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한 중장기 계획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여섯째, 문화도시 서울의 추진과정 자체가 과거의 관료주의, 개발주의와 단절한 채,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도시문화, 도시 공동체 건설 및 운영의 과정으로 자리 메김 돼야 한다.
이제 서울은 더 늦기 전에 문화에 기반한 중장기 발전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는 도시기본계획과 괴리된 부차적인 문화예술정책, 또는 일회적인 문화행사 중심의 보여주기식 행정과 철저하게 단절돼야 한다. 문화를 도시 경제의 발전을 위한 부차적인 도구로 전제한 채, 오히려 과도한 개발주의만을 반복하는 것이 지금까지 서울시의 문화정책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서울의 문화정책은 도시와 문화가 분리된 채 분절적으로 추진되는 과정이 아니라 문화도시라는 중장기적이고 포괄적인 목표 및 계획 아래 문화를 기반으로 하여 구체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문화도시는 서울이 직면하고 있는 경제제일주의에 기반한 난개발 및 지역 이기주의와 단절하고, 문화를 매개로 아래로부터 형성되는 새로운 도시 공동체, 문화 공동체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글 : 이원재(문화연대 정책실장) redgang@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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