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편집자주] 스포츠는 언제나 국민화합을 위한 중요한 계기이자 국위선양의 통로였습니다. 2002년 월드컵을 맞아 정부는 체육정책을 운운하고 스포츠 강국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즐기는 스포츠가 과연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고 일상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인지 의심스럽습니다. 현재 스포츠는 정부의 잘못된 문화체육정책으로 인해 국가주의, 자본주의와 맞물려 왜곡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화사회>는 7차례의 기획연재기사를 통해 문화체육정책의 현실과 문제점들을 살펴볼 것입니다.
기획연재시리즈 : 문화체육
1. 스포츠 : 아직도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2. 생활체육의 활성화: 잊혀진 약속?
3. 스포츠 망치는 금메달 지상주의: 땀과 수고와 보람에는 색깔이 없습니다.
4. 국가대표선수에게 미래는 없다!?
5. 골프: 개발도상국 대중스포츠
6. 도박공화국
7. 월드컵, 그렇게 좋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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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선수에게 미래는 없다!?
기존의 엘리트체육정책을 고수하며 과시적 성과에 치중하는 정부의 태도는 생활체육과 엘리트체육의 공존, 그리고 엘리트체육과 학교체육의 조화로운 발전을 불가능케 했다. 이 문제는 결국 2000년 5월 중학교 2년생인 수영국가대표 장희진의 자격박탈 파문으로 표출된다. 기말고사 기간 오후에만 태릉선수촌에 입촌하겠다는 장희진의 바램을 수영연맹은 거절했을 뿐 아니라 1년간 선수자격을 박탈해 버렸다. 미래를 못 보고 오늘만 생각하는, 자라나는 청소년은 생각 않고 자신만 생각하는 어른들의 결정이었다.
이후 수영연맹에 대한 여론의 공격으로 양측은 결국 절충안에 이르게 되었지만 당시 수영연맹이 보인 태도는 일단 국가대표에 선발되면 학생이라도 공부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또 이는 곧 한 청소년의 미래는 올림픽에서의 성적에 비하면 그다지 중요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 사례는 국민의 정부에 들어서도 국가가 우리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국가를 위해 존재한다는, 전근대적 발상의 실체를 증명한다. 그리고 또 이 사례는 체육계에 바람직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독선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비도덕적인 사고를 가진 이들이 그 중추에 자라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당시 어느 체육학 교수는 글에서 선수들이 "선수촌에서 흘린 땀방울 하나 하나가 금메달이라는 이름으로 국민의 가슴을 뿌듯하게 했고, 여기에서 선수들도 큰 보람"을 느낀다고 언급하면서 장희진과 같은 학생선수들에게는 "상당한 희생이 따를 수도 있다"고 이야기한다. 문제점을 지적하자면 첫째, 국민의 가슴을 뿌듯하게 해서 큰 보람을 느낀 선수들이 있다면 그것은 금메달 딴 선수들뿐이라는 것이고, 둘째, 국가를 위해 청소년이 희생해야한다는 말, 작금의 사회에서 듣도 보도 못한 희한한 이야기이다.
몇몇 '어른'들의 공명심을 위해 아이들의 미래가 희생될 수는 없는 것이다. 사실 대회 전에 그리도 열심히, 침 튀어가며 독려하던 어른들, 대회 끝나면 자기들끼리 잔치 벌이고, 그러곤 자리 훌훌 털고 일어나 가 버릴 뿐이다. 거기에 남아 앉아 어찌해야할지 모르고 두리번거리는 이들이 바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할 기회를 빼앗긴 어린 학생선수들이다.
태릉선수촌은 상징적인 장소이다. 문제는 태릉선수촌마저 학생들의 학업을 소홀히 여기니 학원스포츠 담당자들이 학생선수들을 운동장으로만 내모는 것이다. 현재의 학원스포츠는 학생선수들에 대한 억압과 착취와 학대 위에 기반하고 있다. 교장선생님, 동문회, 감독 등 학교 당국은 그들 각자의 이해관계를 위해 운동부를 키우면서 선수들을 학생으로 보지 않고 있다. 학업에 접근할 기회가 없으니 어찌 학생이라 할 수 있겠는가? 또 지금의 사회는 학생선수들을 거기에서 그렇게 지낼 수밖에 없도록 현혹하고 있다. 박찬호니, 김병현이니, 박세리니, 온 나라가 그들을 부러워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사회나 선수들이나 박찬호가 되려다 결국 실패한 선수, 박세리가 되려다 결국 짐 싸들고 쓸쓸히 퇴장하는 이들은 보지 못한다. 1980년대 프로스포츠가 처음 도입될 당시, 많은 이들은 프로선수만 되면 팔자 고치는 줄 알았다. 빛 좋은 개살구인데 말이다. 지금의 학원스포츠시스템은 고대 검투사양성과정과 많이 닮아 있다. 잘 할 땐 마구 먹여주고 대접해 주고 나이 들면 용도 폐기되는.
어린 학생에게 어른들이 고통을 준 사실은 심각하게 반성해야할 일이다. 그리고 나아가 바꿔야한다. 현재 학생선수들의 저학력 정도는 대단히 심각하다. 구조적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고등학교와 대학교 진학시 연합고사나 수능에서 요구되는 최소한의 점수를 점진적으로 상향조정한다. 둘째, 모든 교육기관의 운동부 감독, 코치의 업적평가에 학생선수들의 학업성적이나 졸업율을 포함시킨다. 셋째, 시범적으로 태능선수촌의 학생선수들이 학업과 운동을 병행할 수 있도록 탄력운영한다. ("선수촌도 최대한의 학교생활을 보장하고 있다"는, 그런 금방 들통날 거짓말은 이제 그만 했으면 한다.) 넷째, 학원스포츠 또는 학생선수들의 훈련지침 및 규정을 확립하여 제도화한다 (예: 훈련시간이나 합숙기간의 한도설정 등). 다섯째, 토너멘트형식의 대회가 연중 열리는 것을, 방학중의 리그전으로 통합한다. 마지막으로, 차범근 축구캠프와 같이 공부하며 운동하는 분위기의 캠프를 집중육성하고, 유소년에서 청소년까지는 학교운동부보다 클럽스포츠를 권장한다.
우리도 언젠가는 운동선수출신 의사, 변호사, 대통령, CEO 등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마냥 그날을 기다리고 있기에는 어딘가 찜찜하다. 그 이기적인 어른들에 둘러 쌓여 멋모르고 자신의 미래를 준비할 기회를 놓칠 아이들을 그냥 두고만 볼 수는 없다.
정희준(동아대 체육대학 체육학부 교수) chunghj@daunet.dong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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