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민(노동자의 힘 회원)
프랑스 혁명기에 사회주의 사상에 깊이 빠진 베토벤은 자신의 음악이 가난한 자만을 위해 연주되기를 희망하면서 '예술창고'를 주장하였다. 그는 출판업자에 보낸 편지에서 "세상에는 예술창고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 예술가는 거기에 자신의 작품을 가져다 놓기만 하고, 그가 필요한 만큼의 돈을 받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예술가가 어느 정도 사업가가 되어야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토로하면서 진정한 예술가이기를 원했다. 이러한 정보 공유 사례는 비단 예술분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X-선을 발견하여 첫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렌트겐은 X-선의 특허 출원을 거부했다. X-선 이란 것은 태고 때부터 있었던 것이고 다만 자기가 우연히 발견 한 것뿐인데 독점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러한 특허권 포기는 X-선이 의학분야에서 혁명적인 공헌을 이끌어 내는데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당시 자유로운 생산을 주도했던 과학자와 기술자들이 자신의 연구 성과물들을 공개함으로써 인류의 발전에 기여한 사례는 이외에도 수없이 찾을 수 있다. 이러한 공유의 전통은 사적소유가 기본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로운 생산을 위한 '저항'의 형태를 띄며 다채롭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자유소프트웨어 운동
1980년 이전까지 자유롭게 개발하고 이용하였던 소프트웨어가 저작권에 의해 마이크로 소프트와 같은 독점기업들의 소유로 전락하자, 리차드 스톨만은 저작권 제도에 반기들 들어 자유로운 소프트웨어들만으로 컴퓨터 운영체제를 완성한다는 목표로 1984년부터 '그누(GNU)' 프로젝트를 시작하였다. 그누 프로젝트의 성공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독점 프로그램에 대항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개발했다는 것에만 한정되지는 않는다. 그누 프로젝트가 해낸 것은 독점 소프트웨어에 맞선 새로운 정보 생산과 유통의 생산자 공동체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자유 소프트웨어는 누구라도 아무런 제한 없이 복제, 배포,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도, 독점을 막기 위해 자유소프트웨어를 이용한 2차 저작물도 자유소프트웨어 규약(GPL, General Public License)에 따라야 하는 강제성을 부과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보다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었다.
1990년대 후반에는 자본에 타협하는 기회주의적 운동이 싹트기 시작했는데 '오픈소스 운동'이 그것이다. 1997년 에릭 레이몬드(Eric Raymond)는 그누/리눅스가 갖고 있는 사상보다는 그 개발방식의 효율성에 주목하였다. 특히, 자유소프트웨어 규약에 2차 저작물에 대한 강제 조항 때문에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없다고 비판하며 이 규정을 폐기 처분하였다. 현재 이 운동은 IBM, SUN마이크로 시스템 등 자본의 지지를 이끌어 내고 있다.
정보 공유 운동의 확대
정보 공유 운동은 비단 소프트웨어 분야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1971년 마이클 하트에 의하여 시작된 '프로젝트 구텐베르그(http://promo.net/pg/)'는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저작물들을 디지털화하여 전 세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자 시작하였다. 이 프로젝트는 저작권 기간이 끝난 책들의 목록과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난 날짜를 공개하면, 자원활동가들끼리 해당 책을 할당하여 전자책의 형식으로 책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작업이 이루어졌다.
출판계에도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의 영향을 찾아 볼 수 있다. 미국 브리엄 영 대학에 박사과정 학생인 데이빗 윌리는 출판물도 공개 소프트웨어처럼 자유롭게 복사, 배포하고 수정하자는 '열린 컨텐츠 프로젝트(www.opencontent.org)'을 시작하였다. 그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의 자유 소프트웨어 규약(GPL)를 참고로 열린 출판 규약(OPL, Open Publication License)를 만들었다. 열린 출판 규약에 따르는 저작물은 누구든지 자유롭게 복사하고 원하는 대로 내용을 고칠 수 있지만, 원저자를 명시해야하고 수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누가 어떻게 고쳤는지를 표기해야 하며 또 돈을 벌기 위해 판매하는 행
위도 규제를 받는다.
음악분야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은 존재한다.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적 정보운동 단체인 EFF(Electronic Frontier Foundation)는 2001년 4월 열린 오디오 규약(OAL, Open Audio License, http://www.openmusicregistry.org)를 발표하였다. 열린 오디오 규약은 음악가의 인류에 대한 공헌을 기려 음악가의 이름을 표시한다면 누구든지 그 음악을 자유롭게 복제하고, 공유하고, 연주하고, 수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유를 부여하는 라이센스이다.
이 밖에도 과학과 의학분야의 자유 과학 규약 (FSL, Free Science License, http://www.publiclibraryofscience.org/)이 있는데 1990년에 연구자료를 공유하기 위하여 설립된 비영리 단체인 EServer에서 시작하였다. 이들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와 온라인 출판활동을 하며, 현재 예술과 인문학의 전 범위를 아우르는 42개의 테마에 1,664개의 파일들이 올라와 있어서 다운로드를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헝가리 출신의 유명한 투기꾼 조지 소로스(George Soros)가 과학 잡지를 무료로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인터넷 도서관 설립에 나섰다. 소로스의 열린 사회 재단(OSI, Open Society Institute)은 3년간 300만 불의 예산을 투입하여 과학논문과 자료들을 인터넷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Budapest Open Archive Initiative' 프로젝트를 지난 2월14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시작하였다. 그외에 2001년부터 시작된 MIT대학의 강의 자료 공유 프로젝트도 역시 정보공유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http://web.mit.edu/ocw).
정보 공유 운동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이러한 다양한 정보 공유 운동은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처럼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생산자들의 연합체에 의해 대안적인 자유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경우가 있고, 이미 저작권 기간이 끝난 저작물들을 인터넷에 올리는 헌신적인 참여를 필요로 하는 경우와 '자비로운' 자본가의 혜택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다양한 움직임 중에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자본주의에 위협적인 운동은 '어느 정도 자유로운' (이용자가 아닌) '생산자'들에 의한 자유소프트웨어 운동이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생산자들이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었던 것은 자본주의 역사 특수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정보 생산의 경우 기존의 정보에 인간의 지적 노동력(지력)을 투입하여 생산하는 경우가 있고, 그리고 기존의 정보에 다양한 실험(노동력)과 지력이 동시에 투입되어야 하는 경우가 있다. 전자의 경우 정보를 생산하는 생산 수단이 어느 정도 노동자의 통제 속에 '있었으며', 후자의 경우는 철저하게 자본에 종속되어 있다. 이러한 차이가 정보 분야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운동들이 다른 생산 현장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이유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더 이상 '어느 정도 자유로운' 노동자를 허용하지 않는다. 정보 생산 노동자들이 굶어죽지 않기 위해 자신의 지력을 자본가에게 팔 수밖에 없는 시스템(대표적인 것으로 지적재산권 시스템을 들 수 있다), 그러하기에 자본가들이 요구하는 정보를 생산하고, 그들이 요구하는 시스템으로 정보 생산 노동자들을 끊임없이 몰아 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보 공유 운동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일반 생산 현장에서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일상속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생산'을 위해 '어떻게 정보 공유 운동을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인가'를 새롭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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