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10 민간포럼:문화도시②] 세계화와 지속가능한 발전과의 관계

[문화사회 편집자주] 2002년 9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지속가능한 발전 세계정상회의'(World Summit on Sustainable Development, 이하 WSSD)가 열립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번 행사를 10년전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지구환경정상회의'의 중요한 약속인 "지속 가능한 발전"의 정책적 이행을 평가하고자 '리우+10'이라 이름지었습니다. 이에 <문화사회>에서는 세계 각국의 정부는 물론 수많은 민간단체들이 주목하고 있는 '리우+10'에 대한 조명래 교수의 기획 글을 네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참고로 현재 문화연대는 <리우+10 한국민간위원회>의 공동대표 단체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번 리우+10 민간포럼에 '문화도시'(문화, 생태, 공간, 주체와 지속가능성의 문제)와 관련된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세계화와 지속가능한 발전 : 2002년 지구환경정상회의와 관련하여

① 지속가능발전 세계정상회의와 쟁점
② 세계화와 지속가능한 발전과의 관계
③ 지속가능한 세계화의 길과 한국 NGO
④ 보론 : 지구환경정상회의와 파트너쉽/이니셔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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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회의 이후 발전과 세계화

세계화가 WSSD를 위한 행동계획의 쟁점 중 하나가 된 것은, 리우회의 이후 지난 10년간 국제사회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진해 오는 가운데 직면한 가장 큰 어려움 중의 하나가 세계화란 물결이었기 때문이다. 세계화 혹은 지구화라 불리는 세계사적 변화는 "국경을 넘어서는 활동이 빈번해지면서 전 지구를 무대로 하는 정치, 경제, 문화적 통합화가 이루어지는 경향 혹은 현상을 의미"한다.('globalization'을 번역하면 세계화보다 지구화란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지구화는 경제적 통합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세계화 단계를 넘어 문화적 통합이 이루어지는 단계를 중요한 특징으로 한다)

어떻게 정의하든, 이러한 경향의 세계화는 그 전개 과정에서 경제적 활동의 기회와 자원들이 시장교역을 따라 전지구적으로 재배치되면서 그에 따른 부의 집중적 배분과 환경에 대한 부담을 크게 상승시키게 되었다. 세계화의 이 같은 경향은 리우회의 이후 국제사회가 추진해 온 '지속 가능한 발전'의 패턴에 심대한 영향을 끼쳐왔다. 다시 말하면, 1992년 리우회의이후 지난 10년간 국제사회의 지속가능발전의 정도가 기대에 못 치는 결과가 초래된 데는 예상치 못했던 세계화란 경향이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세계화가 지속 가능한 발전에 끼친 영향에 대한 평가는 세계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평가하느냐에 따라 상이하지만, 분명한 것은 지난 10여 년 동안 세계의 발전 상황은 개선되는 측면보다 악화되는 측면이 더 두드러졌으며, 거기에는 세계화가 중요한 까닭으로 작용했다는 인식이 놓여 있다.


1987년 브룬트란트위원회 보고서(Our Common future)에서 적시된 지속가능한 발전은 세대간 형평성에 기초하여 "미래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현 세대의 필요도 동시에 충족시키는 발전"으로 정의된다. 이러한 개념에 비추어 볼 때, 지난 10년 동안 실제 전개된 발전과정에서는 이와 배치되는 경향이 더 두드러졌다. 대표적인 지표로 우리는 세계적인 빈곤의 악화와 생태환경의 악화를 꼽을 수 있다. 전자는 '세대내 혹은 세대간 형평성'이란 관점에서, 후자는 '생태종간의 형평성'이란 측면에서 지속가능성 달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

빈곤과 관련해서 보면, UN은 하루 1달러로 생활하는 절대빈곤 인구를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실제 절대빈곤의 인구는 1990년 29%에서 1998년 23%로 줄었지만 여전히 12억 만 명의 인구가 이러한 상태에 처해 있다. 뿐만 아니라 절대 빈곤층의 감소는 주로 중국과 인도의 경제발전 때문이어서 아프리카의 빈곤문제는 여전히 변화가 없다. 빈곤상태는 생활환경의 악화와 맞물려 지속가능한 삶이 더욱 어려워지는 이중적 고통을 겪는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가령 물 부족, 식수오염, 공기오염, HIV/AIDS 등의 질병,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상이변 등의 환경문제는 빈곤의 지속가능성을 추가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현재 비위생적인 상황에서 삶을 영위하는 인구는 무려 24억 명에 이른다.


환경과 관련해서 볼 때, 세계화의 진전은 자연환경에 대한 추가적인 부담을 가해, 매년 14.6백만 ha의 산림이 황폐화되고, 목초지, 습지 등이 감소하면서 생물종의 다양성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산호초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해 27%가 이미 상실되었으며, 향후 30년 이내에 30%가 추가로 상실할 전망) 이러한 상태는 세계화의 확산과 더불어 점증하는 생산 및 소비의 세계화를 매개로 하여 나타난 지구환경시스템에 의한 영향의 결과이다. 오늘날 지구적 스케일로 이루어지는 생산과 소비활동은 그 스케일에 걸맞게 전지구적인 생산 네트워크를 통해 자원과 에너지를 동원해 다양한 물질로 구성된 복합 상품을 만들고, 또한 지구적인 유통망을 통해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상품을 대량으로 소비하는 가운데, 엄청난 노폐물을 지구 전역으로 배출하는 방식으로 꾸려진다. 세계화는 그래서 필연적으로 지구 환경시스템의 순환을 교란시켜 지구온난화와 같은 환경문제를 낳아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삶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세계화의 상이한 해석

세계화가 가져오는 이러한 결과로 인해 앞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유지·확대시켜 가기 위해서는 세계화를 어떤 방식으로든 지속가능한 발전의 조건으로 이끌어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러한 인식이 곧 WSSD를 위한 행동계획에서 세계화가 핵심적 쟁점의 하나가 데는 배경이 된다. 다시 말해 WSSD 준비와 관련하여 논의되는 세계화는 세계화란 담론 그 자체가 아니라 "세계화를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발전의 조건으로 삼거나 아니면 숫제 세계화 자체를 지속가능하게 할 것인가"하는 실천 행동적 관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래서 협상과정에 세계화는 부인할 수 없는 현실로 공히 받아드려졌고, 그런 만큼 세계화를 마냥 비판하고 거부하는 대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조건으로 연계시키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보다 중요한 관심사로 떠올랐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행하기 위한 조건이나 수단으로 세계화의 쟁점을 접근하지만, 실제 실천방안을 도출하는 과정에서는 선·후진국간에 입장 차이가 현격히 나타나고 있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세계화의 결과를 평가하는 시각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세계화란 자유로운 시장거래가 확산되는 것으로 이를 통해 해외직접투자와 같이 투자자본이 개도국으로 이입해 경제활동을 활성화하며, 교역의 증대로 개도국의 수입증대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지구적 경제거래가 시장을 통해 이루어는 가운데 투자, 고용, 소비 과정의 합리화를 도모해 환경에도 덜 부담을 준다고 본다. 따라서 세계화 과정에 올바르게 적응하고 편승하면 그만큼 해당 국가는 자본의 확보나 교역기회를 확대하는 데 유리하게 되어 소득증대, 나아가 환경관리부문에서 더 많은 개선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현재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빈곤이나 환경악화는 자유로운 경제거래나 활동을 가로막는 비합리적인 정치적 관행이나 정책이 개입함으로서 생긴 것으로 세계화와는 근본적으로 무관하다고 본다. 이러한 입장을 대변하는 선진국 논자들은 대개 시장의 합리성과 순기능을 신봉한다.


반면 세계화의 반대론자들은 이러한 현상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이해한다. 단기금융자본의 지구적 이동을 내용으로 하는 오늘날의 세계화는 단기적인 투기적 이익을 쫓아 나타나는 현상인 만큼 이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각종 투자활동이나 경제거래는 불안정하기 그지없다. 1980년대 이래 금융위기는 150건이 발생했으며, 그 절정이 1997∼8년의 아시아 금융위기였다. 단기투기를 주도하는 금융자본은 대개 선진국에 연원한 것이어서 선진국이 우선 자발적으로 이러한 단기투기자본의 이동을 통제해야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해진다고 본다. 자유교역만 하더라도 선진국은 후진국의 불필요한 시장개입이나 정책적 통제에 의해 자유교역을 가로막아 그에 따른 소득향상의 기회를 상실했다고 보지만, 개도국에서는 시장거래나 시장경쟁에 참여하는 역량과 조건이 이미 선·후진국간에 구조적으로 차별화 되어 있어 자유교역을 하게 되면 후진국의 교역조건은 실제로 악화되며, 그 결과로 국민경제의 재생산구조가 갈수록 취약해진다. 그래서 지금과 같이 선진국이 주도하는 세계무역기구나 초국적 기업들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교역 관행이 개선되지 않으면 세계화는 결코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해 낼 수 없다고 본다. 이런 주장을 펴는 개도국의 논객들은 시장의 폐해를 특히 강조하면서 선·후진국간 불평등한 권력관계의 시정, 특히 선진국이 현재 누리는 기득권의 포기가 무엇보다 세계화의 기회를 평등하게 향유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고 주장한다.


세계화에 관한 이러한 상반된 시각은 우리나라의 WSSD 준비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국가위원회가 주관해서 개최된 'WSSD 제 2차 준비 워크샵'에서 참여자들 사이에 나누어졌던 핵심적인 의견은 바로 세계화의 성격과 결과에 관한 것이다. 그 차이는 다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시장론자들과 비시장론자(혹은 경제학자와 비경제학자), 제도론자와 시민사회론자, 선진국 시각과 개도국 시각 사이의 구분을 매개로 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평가와 인식의 차이가 세계화를 대응하는 행동계획의 내용, 즉 처방의 제시에서 현격한 차이를 불러온다는 점이다. 세계화의 무해론자들은 대개 선진국의 입장에서 시장기제의 활성화를 강조하는 반면, 세계화 유해론자들은 개도국의 입장에서 정책개입과 정치적 결의를 통한 세계화의 선별적인 통제를 선호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세계화를 위한 상이한 처방

세계화에 관한 상이한 입장은 세계화를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유도하는 실천과제를 모색함에서 있어서도 상이한 처방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이어진다. 세계화는 다면적인 과정으로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공히 가지고 있다고 보면서, 이를 어떻게 적절히 관리하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기여가 달라진다는 점에 대해선 양 입장 모두 동의한다. 하지만 긍정적인 기능을 최대화하면서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하는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선택함에서 있어서는 양 입장간에 뚜렷한 차이가 보인다.


이 차이는 2002년 3월 21∼22일 캐나다 몬테레이에서 합의된 내용과 그 후 WSSD 준비를 위한 총괄팀이 수정한 내용간에 가장 극명히 나타났다. 몬테레이 회의에서 지속가능한 세계화를 위한 핵심처방으로 제시된 것은 철저한 '교역과 금융의 자율화'만이 세계화의 병폐를 최소화하며, 아울러 그 이점을 최대화할 수 있는 것으로 처방되었다. 자유교역의 이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자유화, 규제완화, 개방화를 강조한다. 이와 더불어 선진국의 민간자본을 개도국으로 유도하기 위해 해외직접투자(FDI)의 역할을 강조한다. 개도국이 이러한 교역과 금융의 자율화 이점을 향유할 수 있기 위해서는 국내의 통치가 '좋은 거버넌스'의 원리로 이루어져야 할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처방은 그 이념에서는 '시장주의를 표방하면서 국가별 입장에서는 선진국의 관점을 주로 반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주의 처방'을 강조하는 논자들은 오늘날의 세계화가 지속가능하지 않는 까닭이 자유시장논리를 강조하는 서방선진국과 그들의 우군인 국제기구나 국제금융기구가 세계화를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을 의도적으로 묵살하거나 과소평가하고 있다. 시장주의 처방에 회의적인 입장에서 볼 때, 세계화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주류의 세계화 방식이 근본적으로 손질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이런 시각에서 제시되는 대안적 세계화를 위한 방안은 과연 어떤 것이 있을까?

우리는 'WSSD 준비 총괄팀'이 작성한 내부문건 속에서 흥미있는 답을 발견할 수 있다. 이 문건 속에서 제시된 대안적 세계화는 "진정한 삶 혹은 코뮤니티 중심적인 대안을 허용하는 상향적 세계화"(globalisation "from below" of real life-and community-centred alternatives)이다. '지구화된 세계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총괄팀이 처방하는 방안은 다음과 같다.


- 지속가능한 콤뮤니티 형성을 위한 지역주민의 참여와 국가적 자율성의 최우선 강조

- 유기농업, 재생가능한 에너지 프로젝트, 자전거 사용을 중심으로 하는 이동, 내생지식을 이용하는 물보전 프로젝트 등과 같이 지역민들에게 적합한 소규모 사업활동의 적극적 지지

- 선진국의 과도한 소비문제, 개도국의 '역량 형성' 문제를 대응할 수 있는 경각심의 형성과 교육의 촉구


이러한 대안적인 방안과 함께, 총괄팀은 선진국에 의해 저질러진 지구적 생태환경의 파괴와 이로 인해 개도국이 겪는 환경피해를 산정하여 선진국에게 '생태부채'(ecological debt)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조명래 / 단국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