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투표하고 싶다①] 지문날인거부자

지문날인 반대자는 이제 투표도 못하냐?

[문화사회 편집자주] 한국대표팀의 16강 진출여부에 전 국민이 미쳐있었던 6월 13일 조용하고 침울하게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진행되었습니다. 48%라는 낮은 선거참여율은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나타내었습니다. 그러나 모두에게 선거가 귀찮은 것만은 아닙니다. 지문날인거부자은 주민등록증이 없어서, 장애인은 투표소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서, 영세사업장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공식적 휴무날인 이 날에도 아침부터 밤까지 일해야하기 때문에, 재외국민과 청소년들은 원래부터 선거권이 없어서 그 '신성하다'는 한 표를 던지고 싶지만 투표하지 못합니다.

이 글에서는 잘못된 선거법과 행정체계에 의해 투표권이 봉쇄된 이들의 입장을 통해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합니다.


[연재순서]
① 지문날인거부자
② 장애인
③ 재외국민
④ 노동자 (서비스업, 영세사업장, 일용직 건설사업장 등)
⑤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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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3일은 국가의 주인인 시민이 민주주의 원리를 가장 직접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절차이자 수단중 하나인 '지방선거'를 하는 날이었다. 그러나 정치적 축제인 선거는 월드컵 열기에 묻혀 사상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그렇게 지나갔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론은 성숙하지 못한 시민의식을 안타까워하는 양 제스처들을 취하지만, 정작 그 와중에서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대책 마련에는 도무지 신경을 쓰려고 하지를 않으니 이 얼마나 모순적인 작태인가?

지문날인 반대연대(이하 반대연대)는 올해 양대 선거에서 지문날인제도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주민등록증 없이도 투표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 5월초 참정권 보장을 책임지고 있는 정부기구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질의를 하였다. 그 결과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러 가지 본인 확인 신분증(사진이 첨부된 모든 공공기관의 문서 혹은 신분증)의 종류를 확인하였고, 그 마저도 없는 사람들은 주민등록 등·초본에 사진을 첨부하여 동사무소 직인을 받은 서류를 대체 신분증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답변서를 얻어냈다. 반대연대는 이 내용을 바탕으로 각 동사무소로 공문을 내려줄 것을 행정자치부에 요구하였으나 행자부는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며 거부하였다. 평소에는 국가의 권위를 내세우며 시도 때도 없이 이것저것 시키느라 잔소리하기에 바쁘면서, 사회적 소수자들이 국민의 당연한 권리인 주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면 너무나도 귀찮아하고 불편해하는 모습은 정말 분노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에 국가의 대표적 감시·규제 장치인 지문날인 제도와 현행 주민등록 제도를 비판하고, 사실상의 정치적 참여를 가로막는 이러한 행자부의 악랄한 조치에 대한 반발의 의지를 들어내고자, 불성실하기 그지없는 상대를 맞이하여 정면대결을 펼친 용감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동안 전국적으로 흩어져서 국가의 횡포에 맞서 각종 불편을 감수하고 외롭게 양심과 사상의 자유로서 자신의 신념을 지켜오던 건강한 민주시민정신의 소유자들이 이제 공동투쟁을 전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6월 10일부터 13일 선거 당일까지 나흘 간 반대연대 홈페이지( http://finger.or.kr )를 통해 '지문반대자들의 참정권 확보 집중 행동'이 캠페인 형식으로 홍보되었다. 사전에 마치 약속이라도 했던 것처럼 일제히 시민들의 적극적인 실천투쟁들이 이곳저곳에서 봇물 터지듯이 나왔고, 홈페이지의 자유발언대는 어느새 이들의 피해경험담을 성토하는 자리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이 자리에서 소중한 사례들을 하나하나 소개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짧은 지면에서 그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것은 무리일 듯싶어 간략하게 전개양상과 몇 가지 성과를 공유하는 정도로 글을 마무리짓도록 하겠다.

행동의 출발은 5월30일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의 동사무소 방문이다. 중앙선관위의 권위 있는 유권 해석을 믿고 대체 신분증의 발급을 기대했으나, 행자부의 지시를 받은 동사무소 직원은 발급 요구를 거부했다. 이후 선거직전에 집중적으로 동사무소를 괴롭히자는 취지에서 6월 10일부터 다시 행동이 시작되는데, 전국적 규모로 반대자들이 방문투쟁을 벌여내자 이에 겁을 먹었는지 행자부에서는 아예 공문형식으로 그러한 요구를 묵살하라는 방침을 전국 동사무소에 내렸다. 반대연대 홈페이지에 가면 이 황당한 공문을 확인할 수가 있는데, 결국 많은 반대자들이 그 결과 투표를 하지 못하게 되고 말았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순순히 물러날 사람들이 아닌 지문날인 반대자들은 집요한 싸움 끝에 일부, 구 주민증이나 기간 만료된 여권으로 혹은 주민등록 대장표를 들고 따라온 동사무소 직원의 인우보증 등으로 참정권을 쟁취해내는 경우도 있었다.

정의롭지 못한 법과 명령을 교정해야할 도덕적·정치적 의무가 국가가 아니라 오히려 민주시민에게 있음을 역설하는 시민불복종 운동을 떠올리게 만드는 쾌거라고 할 수 있겠다.

지문날인반대연대 홈페이지 http://finger.or.kr

안승혁(지문날인반대연대 ash04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