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사회 편집자주] 한국대표팀의 16강 진출여부에 전 국민이 미쳐있었던 6월 13일 조용하고 침울하게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진행되었습니다. 48%라는 낮은 선거참여율은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극에 달했다는 것을 나타내었습니다. 그러나 모두에게 선거가 귀찮은 것만은 아닙니다. 지문날인거부자은 주민등록증이 없어서, 장애인은 투표소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아서, 영세사업장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공식적 휴무날인 이 날에도 아침부터 밤까지 일해야하기 때문에, 재외국민과 청소년들은 원래부터 선거권이 없어서 그 '신성하다'는 한 표를 던지고 싶지만 투표하지 못합니다.
이 글에서는 잘못된 선거법과 행정체계에 의해 투표권이 봉쇄된 이들의 입장을 통해 현행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합니다.
[연재순서]
① 지문날인거부자
② 장애인
③ 재외국민
④ 노동자 (서비스업, 영세사업장, 일용직 건설사업장 등)
⑤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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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참정권, 이제는 되찾아야 한다.
2000. 4. 13 총선 당시, 투표소의 편의시설 부재로 투표소 바로 앞까지 갔다가 투표도 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다시 집으로 돌릴 수밖에 없었던 8명의 장애인들은 '국가가 실질적인 참정권을 보장하지 못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낸 바 있다. 200만원에서 500만원까지 약 2,000여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는데 1심에서 10만원-50만원으로 승소를 이끌어 내, 국가가 장애인의 선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 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의무를 다시 확인시켜 주는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에 즉각 항소했고, 결국 2심에서는 서승연씨를 제외한 나머지 7인이 모두 패소해, 다시 상고했고 지난 5. 31 대법원의 최종 확정 판결이 있었다. 결과부터 보자면, 원고들의 상황이 모두 달랐기 때문에 최종적으로는 서승연씨 한 명만 승소를 이끌어냈다. 서승연씨의 참정권 박탈은 너무나 명백했기 때문이다. 당시 언론에서도 보도되었듯이, 투표소의 위치도 2층이었고, 선거관계자들조차 '내년에 해라, 그럼 당신들을 위해 투표소를 들판에 설치하란 말이냐?'며 도움을 주기는커녕 오히려 모멸감을 주었기 때문이다.
2년간에 걸친 지리한 싸움이었지만 마침내 장애인 참정권 확보 측면에서 국가의 책임을 분명히 했고, 이를 계기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책대안 마련과 투표편의대책 마련에 전보다 훨씬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중앙선관위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위 소송과 대전 한마음복지시설에서 있었던 원장의 부재자허위신고 및 재활교사의 대리투표 문제가 사회문제화 되자, 그제야 뭔가 행동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중앙선관위는 그 동안의 소극적이고 일방적으로 외면하는 자세에서 2001년 5월 선거법 개정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고, 6. 13 지방선거와 관련해서는 장애인단체와의 간담회를 갖고 의견을 수렴하거나 장애인복지관과 함께 모의투표를 진행하면서 참여하기 어려웠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 동안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하며 '노력하고 있다'라는 답변에서 벗어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치권에서 선거법 개정 논의과정에서 정작 주요한 정책적 사안은 제외한 채, 정치적 사안만을 통과시켜 결국 미진한 의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선관위는(선관위는 법개정의 권한은 없고 단지 의견 제출 권한만을 갖고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23조(선거권등의행사의편의제공)「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선거권 행사의 편의를 위하여 편의시설·설비의 설치, 선거권 행사에 관한 홍보, 선거용 보조기구의 개발·보급 등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의 근거에 의해, 국가의 선거사무를 총괄·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마땅히 장애인의 실질적인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관련 법·제도를 개선해야 하는 의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5월에 제출한 의견서를 살펴보면, '거소투표에서 통, 반장의 확인도장을 거쳐 신고하는 것을 삭제해 절차를 간소화'한 것과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중 30명 이상이 부재자신고를 할 경우 선거관리위원이 직접 시설에 가서 참관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 단 2개뿐이어서 실질적인 참정권을 보장하기에는 매우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지난 3월 4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참여연대, 장애인편의시설촉진시민연대, 한국뇌성마비연합회는 더 이상 선관위나 정치권에 기대할 것이 없다는 판단아래 개정
선거법(안)을 만들어 직접 청원하기로 하고 공청회를 가졌다.
주요골자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투표소 설치를 1층에 강제하고 부득이한 경우 지하나 2, 3층에 설치할 경우 승강기 등의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했다. 또한 거소투표의 경우 그 동안은 통, 반장의 확인도장을 받아야 신고가 가능했는데, 몸이 불편한 사람이 일일이 확인을 받으러 다닌다면 투표소까지의 접근도 문제없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있었다. 따라서 통, 반장의 확인도장 없이 지자체에서 먼저 거소투표에 대한 안내문을 발송하고 신청하도록 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했다.
청각장애인의 경우 TV토론회나 연설회 등에 수화통역과 자막방송을 의무화하고, 시각장애인의 경우 점자공보물의 제작·배포 및 다른 홍보물과 동일한 규격제한 철폐(점자의 특성상 분량이 초과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하고 선거와 관련된 정보 등을 녹음테이프로 제작·배포하도록 했다.
또한 2000년 10월 대전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시설장애인이 참정권을 빼앗긴 사건을(고발 결과 재활교사만 50만원의 벌금형, 원장은 기소유예 됨) 계기로 시설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의 부재자신고가 30명을 초과할 경우 일반부재자 투표처럼 선관위의 감독 하에 진행하도록 강제했다.
요약하자면, '할 수 있다'는 임의조항을 '해야 한다'는 강제조항으로 바꾸어 실효성을 담보했다는 것이 개정안의 특징이다. 장애인의 참정권이 보장되어야 하는 이유는 장애를 가진 '시민'으로서 당연한 권리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식에서 출발하여 오는 6월 지자체 선거전에 개정안이 통과되길 바랬지만 정치권은 또 한번 외면하고 말았다.
하지만 올 해 12월 다시 대통령선거가 있다. 반드시 대통령선거 때에는 개정선거법 통과로 투표환경 마련과 접근성 보장이 당연한 권리로 자리매김하고, 이제는 장애인의 올바른 정책을 만들어내는 후보를 선출하는 구체적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길 바란다...
여준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간사 cowalk@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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