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아 dodani@kdlpnews.org
2000년 7월부터 시행된 의약분업이 꼭 2년째를 맞았다. 의약분업으로 인한 이익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혜택축소와 본인부담인상, 의료보험료인상으로 국민들의 주머니가 비는 사이에 돈을 챙긴 집단들은 따로 있었다. 의약분업 시행 전후 무엇이 달라졌고, 또 무엇이 그대로일까.
달라진 것들
의약분업 실시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물론 처방과 조제권의 분리다. 병·의원을 가지 않고도 동네 약국에서 약을 지어먹던 것에서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로 바뀐 것이다. 이는 의약분업을 실시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즉, 분업전 연간 1억7천만건으로 추산되던 약국의 임의조제를 금지시켜 의사의 전문적인 진료를 받도록 해 의약품의 오남용을 막고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
의약품에 대한 오남용 실태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지는 않지만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대표적인 오남용 약제인 항생제의 경우 건수비가 분업 전에 비해 9.2% 감소한 것으로 드러남- 장기적으로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의약분업 실시 후 달라진 중요한 변화 중에 하나가 바로 국민들의 의료비 지출이 증가했다는 점이다. 의약분업 후 1년간 국민들의 건강보험 의료비 지출은 34% 증가했다. 여기에 산업재해, 자동차보험, 의료보호까지 포함하면 추가 재정지출 규모는 대략 5∼6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자연증가분을 뺀 4∼5조원이 국민부담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국민부담은 늘어났는데 보험혜택은 늘어나지 않았다. 의사와 약사들, 그리고 병원자본과 제약자본이 그 돈을 챙겨간 것이다. 의약분업으로 가장 큰 수혜를 입은 곳 중 하나가 바로 동네의원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의약분업 이후인 지난해 1∼6월 약제비를 뺀 월평균 건강보험 진료비 수입이 3천만원을 초과한 의원은 모두 5천36개소로 전체의 25.6%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약분업 실시전인 2000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무려 3천여 곳이 늘은 것.
동네의원 4곳중 1곳은 진료비 수입만 월 3천만원이라는 말이다. 이는 의약분업 도입 과정에서 잇단 의료수가 인상이 개원의들의 수입증가로 직결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약분업으로 인한 약품취급이익 손실에 따른 반발로 의사들이 폐업에 들어가자 99년 11월부터 2001년 1월까지 스스로 만든 법조차 위반하면서 다섯번에 걸쳐 수가를 인상(약 49%)시켰다. 수가인상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부담액은 총 2조4천4백21억원으로 이는 의약분업 때문에 건강보험 재정이 파탄났다는 의사들의 주장이 얼마나 억지인지를 입증하고 있다.
제약회사들의 주머니 또한 두둑해졌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제약회사들의 매출규모는 분업전에 비해 평균 19% 가량 증가했다. 특히 외자회사가 가장 높은 성장률(73%)을 보였는데 지난해 하반기 청구된 약품비 분석 결과 청구금액 상위 10개 역품 가운데 다국적 제약사 품목이 8개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처방전 발행에 따라 의사들이 고가의 오리지날 의약품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폭로된 외국계 제약사들의 전방위적인 로비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대로인 것들
의약분업 시행과 함께 환자의 알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처방전 2매 발행을 의무화했으나 시행 2년만에 폐지될 위기에 놓여 있다. 대다수의 의원들이 처방전 2매 발행의무를 지키지 않은 채 환자보관용 처방전을 발행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정부가 “처방전을 1장만 발행하고 환자가 원할 때 1장을 추가 발행하자”는 의사협회 주장에 또한번 백기를 들었다.
의원과 약국간 담합행위는 여전하거나 더욱 교묘해져가고 있다. 친인척 혹은 지인들 간에 의원과 약국을 차려놓고 처방약 바꾸기 등의 담합을 통해 환자들이 다른 약국으로 가는 것을 막고 있는 것.
현행 약사법에 의하면 의원이 밀집된 빌딩내에 동일층이라도 다른 업종이 한곳 이상 있으면 담합약국으로 규정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 1평짜리 꽃집 등을 위장으로 개설해 약국이나 의원을 차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의사와 약사간 상호감시를 통해 의약품의 오남용을 줄이자는 의약분업의 애초 취지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는 것이다.
제약회사와 의사간 리베이트 관행 역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의약분업 실시 전에는 제약회사들이 등재하는 약값과 병원이나 약국에 공급하는 약값 사이에는 45∼50%의 차액이 존재했었다.
의약분업 실시 뒤 ‘실거래가제’가 도입되면서 그 차액이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10∼15% 정도가 리베이트 비용으로 쓰이고 있다. 게다가 의료기관이나 약국이 도매상을 겸업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실거래가제는 무용지물이 되고 있는 형편이다.
[ 97호] 7.22 ~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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