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안 mulu@kdlpnews.org
“어떻게 해서라도 환자가 자주 병원을 찾게 한다. 좀 더 비싼 약을 처방하거나 투약한다. 돈 받고 특정 병원에 교통사고 환자를 보내준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시술법이나 기기를 쓴다. 의료 사고가 나면 진료기록부를 조작하거나 환자들에게 떠넘긴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환자들을 볼모로 집단 파업도 할 수 있다.”
이는 지난 5월 안종주 의학전문기자가 펴낸 책 <한국 의사들이 사는 법>에 나오는 대한민국 의사들이 돈 버는 방법이다. 2002년 의료대란 현장을 발로 뛰며 취재한 이 의학전문기자는 “한국은 의사만의 천국이며, 의사가 없어야 환자가 산다”고 단언한다.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거나 다소 의사들을 폄하하는 듯 보이지만, 일부 의사들이 아주 전투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발언도 무리는 아니다.
일부 의사들은 지난 2년간 국민의 원성 속에서 1백일에 가까운 진료봉쇄뿐 아니라 2000년 의료대란을 시작으로 시도때도 없이 파업을 ‘남발’했다. 국민은 어쩔 수 없이 의사들에게 백기를 들었고, 의사들은 전리품으로 대폭 인상된 의보수가를 챙겼으며, 그들에게 지급된 돈은 곧장 건강보험재정파탄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도 의사협회는 ‘의약분업철회와 대안마련을 위한 의정협의체구성’을 목표로 4월 17일 파업을 계획했다가 번복했으며, 지난 16일에는 소화제 등 일부 소화기관용 약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제한을 뼈대로 하는 보건복지부 고시를 이달 말까지 철회하지 않을 경우 파업을 전제로 한 전국집회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때문에 의약분업 이후 국민들이 의사들을 보는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2000년 5월 대한의협이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에게 의뢰해 실시한 ‘의약분업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연구’에 따르면, 의사파업에 대해 의사와 의사단체가 가장 이익을 보았다고 지목하며(45.9%), 의사파업을 피할 수 있었다고 보는 사람이 다수(72.4%)에다가 의사파업이후 의사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졌다고 평가한 사람이 52.9%에 달한다. 이러한 인식은 의보수가에 대해서도 수가인하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85.7%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결과로 나타났다.
특히 약사법 재개정 논의과정에서 국민의 입장은 배제된 채 의료계나 의약계 등 이해당사자의 입장만 반영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일반 시민들의 불만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의사 처방전이 대표적 사례. 의약분업 시행초기부터 이를 의료법시행규칙에 규정했음에도 대한의사협회가 1부 발행을 결의한 이래 종합병원을 제외한 동네의원 대부분은 법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의료계는 환자가 유효기간이 지난 처방전을 갖고 약국에 가서 약을 구입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환자용과 약국용으로 현재 2부를 작성하는 처방전은 약국용 1부만 발행할 것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용 처방전을 발행하지 않는 것은 환자의 알권리를 무시하는 처사다.
이에 대한 처벌을 해도 미흡할 판에 정부는 또다시 의사들의 요구에 두 손을 들었다. 처방전을 1장만 발행하되, 환자의 요구가 있을 때만 추가발행 한다는 내용으로 의료법시행규칙을 개정하자는 의료계의 주장을 최근 복지부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사 처방전을 특정 약국에 집중적으로 주고받는 ‘담합의혹’까지 제기돼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대형 약국 중에는 약품을 소비한 대가로 제약사로부터 수수료를 챙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료비 부담으로 돌아갈 터. 아주 전투적인 의사들 덕분에 이래저래 국민들만 분통터지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 97호] 7.22 ~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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