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이야기]한국통신 KT 산재 사망사고

민영화 구조조정이 노동자를 죽이고 있다

한국통신노동조합 조합원

사랑하는 가족 중에 한사람이 그것도 한가정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아침에 출근하며 밝게 지었던 미소를 마지막으로 오후에 싸늘한 시신으로 가족에게 돌아온다면, 그 날 아침까지 얼굴 보며 함께 일했던 동료 조합원이 오후가 되어 이제는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는 모습으로 우리들 곁에 돌아온다면, 그 가족들과 동료조합원들이 받은 충격과 심정은 어떨까?
2002년 민영화된 한국통신 KT 안산지사에서는 7월8일 조합원이 맨홀 작업 중 가스질식으로 사망했고, 강화지점에서는 7월9일 고장수리를 위해 오토바이로 이동 중에 사고가 나서 또 한 동료가 이 세상을 등졌다.

한국통신은 이제껏 한국사회에서 통신의 공공성을 지켜내며 국민들에게 보편적 서비스를 담당했던 공기업이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과 조합원들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대중 정부와 한국통신에 군침을 흘리던 국내외 독점자본은 올 6월 결국 한국통신에 대한 정부보유 지분을 완전 매각함으로써 민영화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조합원들이 얻은 것이라고는 고작 이제 한국통신 직원의 신분이 아닌 사기업 KT로서 세계적인 통신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World Class Company"의 직원이라는 강요된 자긍심뿐이다. 오히려 정부와 자본의 민영화 요구를 실현시켜주기 위해 조합원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들은 이루 말로 다할 수 없다. 12000명이 넘는 정규직과 7000여명의 계약직 직원들이 일터를 떠나야만 했고 남아있는 이들은 계속된 구조조정에 의해 임금과 복지를 동결·축소 당하고 날로 강화되는 노동강도 속에 하루하루를 힘겹게 버텨야만 했다.
회사에서는 현장 조합원이 맨홀 작업 중에 가스에 질식해 사망하거나 중태에 빠지는 7,80년대에나 있을법한 원시적인 산재사고를 그저 해당 조합원이 작업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치부하며 사고원인의 본질을 은폐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안산에서 발생한 사고를 예를 든다면 이번 사고가 단순 개인과실이 아닌 인원감축 등의 구조조정에 따른 과도한 업무량 증가에 의해 필연적으로 발생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안산지사 선로기술과는 기존 15명에서 구조조정에 의해 현재 10명으로 줄었으나 작업량은 오히려 늘었다. 2인1조의 작업조는 평균 하루 5건 이상을 점검해야 하는데, 지하 맨홀 작업시 맨홀의 산소량을 측정하고 산소마스크를 착용한 뒤 작업을 하는 안전수칙을 지킬 경우 하루 2건 이상을 처리하기 힘들다. 결국 계속된 구조조정에 의한 고용불안 속에서, 작업량을 채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안전수칙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대다수의 조합원들은 최근 발생한 사망사고의 원인을 결코 우연적이거나 조합원 개인의 과실정도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조합원들은 일상적인 작업 및 이동 중에 항시적으로 사고의 위험성에 노출되어 있었고, 또한 최근 들어서는 경영진과 관리자들의 경영평가를 위해서 직원들에게 무리하게 PCS, ADSL등의 상품판매 강요 때문에 스트레스가 더 쌓여 힘겨워 하고 있던 상황에서 사망사고가 연속해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동료 조합원들은 아쉽고 억울하지만 그들을 보내며 또다시 자신들이 돌아가야 할 곳 이 경쟁과 효율, 수익만이 강조되는 작업현장이라는 것에 한숨짓고 있다.
더욱이 현재 한국통신에서는 그나마 유일하게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지켜줄 수 있는 노동조합이 회사의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상황 속에서 조합원들이 구조조정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자본의 요구에 순응, 적응하는 방법밖에 없는 상태이다.
한국통신에서 이와 같은 사고의 재발을 막고, 조합원의 생명과 소중한 권리를 지켜낼 수 있는 길은 노동조합을 바로 세우는 것, 민주노조를 건설하는 것뿐이다. 이것이 노동자의 생존권을 담보로 한 자본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P.S-두명의 조합원이 죽음으로 우리 곁을 떠나간 다음날 KT 이상철 사장은 한국통신에 대한 민영화 성과를 인정받아 김대중 정부의 정보통신부 장관으로 영전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