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정책 VS 정책 ②감군ㆍ복무단축]남북 주도 포괄적 합의위한 대화 필요

왜 ‘한반도 프로세스’인가?

김수현/민주노동당 평화군축운동본부 정책위원
북한 핵개발 시인과 관련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일반 국민들의 북한에 대한 시선과 대북 및 안보정책에 대한 인식이 다시 싸늘해지는 것 같다. 이런 상황을 반영해서일까.

한 후배는 필자에게, “민주노동당의 평화프로세스가 ‘불안’프로세스로 받아들여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고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권영길 후보도 토론회에서 “북한이 핵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군축과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주장하는 것이 과연 현실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는 패널의 공박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과연 ‘평화프로세스’는 상황에 대한 근거없는 낙관적 판단과 비현실적인 이상을 주장할 따름인 운동권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분단과 대결구조가 엄존하는 한반도의 현실에 대한 직시, 그것을 남북간의 교류와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한 협력정책만으로는 타개할 수 없으며, 그 자체를 반석 위에 올려놓기 위해서도 평화체제정착을 위한 안보 및 외교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부시행정부 들어 지체·악화되고 있는 북미관계의 전환을 위해서도 남북이 함께 평화정착을 위한 선행노력을 과시함으로써 미국을 이끌어내자는 자주적이고 적극적인 발상, 그것으로부터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와 체제안전보장 및 수교, 나아가 평화협정체결로 이어지는 평화체제 정착의 프로세스를 제창한 것이다.

이런 프로세스가 추동·진행·심화되는 것과 결부시켜 군축의 단계적 심화,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 등 관련 정책을 추진하자는 것이었다. 필자는 북한 핵 문제가 불거진 이 시점이야말로 ‘평화프로세스’의 적실성이 보여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북한 핵 정책의 배경 및 한계를 살펴봄으로써 명확해진다. 북한은 왜 남한과 적극적인 교류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와중에도 핵개발을 추진했는가. 그것은 주지하듯이 90년대 이후 심화된 체제 위기에서 기인한다.

핵개발은 날로 심화되는 경제적 격차에 따른 남한과의 재래식 군비경쟁에서의 열세를 만회해줄 뿐만 아니라, 체제보장 등 미국과의 일괄타결을 위한 협상의 지렛대를 제공할 카드로 상정됐을 것이다.

94년 10월 제네바합의가 타결됨으로써 북한의 핵카드는 성과를 거두는 듯 했다. 하지만 제네바 합의의 둘째 사항인 북미간 정치 및 경제관계의 완전 정상화 등 정치·경제적 성과는 거의 얻지 못했다. 경제협력과 개혁을 한다해도 안보위기는 여전하다. 하지만 핵카드가 과연 그것을 보장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리고 판문점에서의 소요를 통한 북미평화협정 체결 공세가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90년대 후반까지 북한이 실시한 군사적 지렛대를 이용한 대외정책이 궁극적으로 실패한 상당한 원인은 군사안보문제와 관련한 북한의 남한배제정책, 이에 대한 남한의 반발 등에 기인했다.

그리고 소위 대포동미사일(혹은 광명성 위성발사체) 시험발사건 등으로 일본 및 미국내 보수우파적 견해의 입지를 강화시키는 등 부작용을 낳았다. 핵과 관련한 논란 때문에 부시행정부를 견제했던 유럽연합 등이 북한으로부터 등을 돌리는 모습이다. 평화체제 달성을 위한 평화적 접근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현재의 핵개발 시인 국면은 조속한 시일내에 타개책을 마련하지 못할 시, 경제적 봉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들 한다. 경제적 봉쇄라는, 평화적 해결책이란 이름하의 대결국면으로 넘어갈 때 남한정부 및 화해협력정책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상황을 주도할 미국의 영향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부시행정부가 북한과의 협상테이블에 빠른 시일내에 나와 포괄적인 타결에 순순히 응할 것 같지는 않다.

지금이야말로 남북이 주도적으로 핵을 포함한 제반 군사·안보적인 문제에 대한 타개책을 모색함으로써, 포괄적 타결을 이룩하는 대화에 미국이 동참할 것을 압박할 때이다. 즉, ‘평화프로세스’를 적극 제안하고 현실화시켜야할 때다.
[ 109호] 10.28 ~ 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