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헤즈볼라에 사실상 '항복' 요구하며 공격 지속

레바논 민간인 사망자 2백여 명 육박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공격이 엿새째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레바논 사망자가 2백 명을 넘어서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 군의 공격이 주거지역에도 집중되면서 사망자의 대부분이 민간인인 것으로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 헤즈볼라에 사실상 ‘백기투항’ 요구

이스라엘은 17일 레바논 남부 주거지역에 공중 폭격을 감행해 일가족 6명이 사망했다. 또 민간인들이 탑승한 버스 2대에 미사일 공격을 퍼부어 10명이 사망하고, 최소한 7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경찰들의 말을 인용해 외신들이 보도했다. 또 17일 레바논 남부 항구도시 티레와 사이다에도 폭격을 가해 수백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민간인의 피해가 속출하고, 중동의 파리라고 불리던 베이루트가 초토화되고 있지만 이스라엘군의 공격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대한 공격 중단의 조건으로 자국 병사 석방과 함께 병사를 억류 중인 헤즈볼라 측에 사실상의 ‘항복’을 요구하고 있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17일 의회연설을 통해 억류 병사 석방과 함께 "이스라엘에 대한 헤즈볼라의 로켓공격 중단, 그리고 헤즈볼라가 장악하고 있는 레바논 남부의 군 통제권을 레바논 정부군에 넘기지 않는 한 레바논에 대한 공격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올메르트 총리의 발언은 레바논에 대한 이번 공격이 당초 이스라엘이 명분으로 삼은 ‘병사 구출 작전’이 아니라 ‘헤즈볼라 무력화 작전’임을 확인하는 발언이다.

이스라엘의 강경 입장에도 불구하고, 헤즈볼라는 항전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제3의 도시 하이파에 20여 발의 로켓 공격을 감행했다.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지도자는 하이파 공격 직후 “공격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이스라엘군에 대항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랍과 이슬람 민중들이 유대민족주의자들을 무찌를 수 있는 역사적 기회가 왔다”고 덧붙였다.

미국, ‘이스라엘 방위권 인정해야’ 일방적 두둔

압도적인 군사력을 이용한 이스라엘의 공격과 헤즈볼라의 저항이 계속되는 가운데 유엔은 레바논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그러나 미국이 이스라엘을 일방적으로 지지하고 있어 국제사회의 중재 노력이 힘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17일 이스라엘과 레바논 국경지대에 유엔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제안에 대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지금 필요한 것은 시리아를 압박해 헤즈볼라를 설득하는 것 뿐”이라며 거부의사를 밝혔다. 미국은 앞서 레바논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공격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채택하려하자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져 무산시킨 바 있다.

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서는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군사공격 문제를 다룬 성명을 채택했다. 그러나 성명은 레바논과 팔레스타인을 침공한 이스라엘에 대해서는 ‘이스라엘의 방위권을 인정한다’고 두둔하는 한편, ‘극단주의 조직과 그 후원 세력이 중동을 혼란으로 몰아넣게 할 수 없다’는 등 헤즈볼라와 하마스를 겨냥한 미국의 비난 주장이 그대로 반영됐다.

G8 정상들은 이 성명에서 △이스라엘 병사의 석방 △헤즈볼라의 로켓포 공격 중단 △이스라엘의 군사작전 중단과 가자지구 철수 △이스라엘이 체포한 팔레스타인 장관 및 의원 석방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