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19일 결의대회 앞두고 긴장 고조

포스코 본사 전기 차단, 암흑 속 농성 계속

포항지역건설노동자들의 포스코 본사 점거농성이 엿새째 계속되고 있다.

보수 언론에서는 포스코 본사를 점거한 건설노동자들이 매일 상당수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며, 집안에 급한 사정이 생긴 조합원이나 환자를 제외하고는 2천5백여 명의 조합원 대부분이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포스코 본사 농성장은 조합원들이 쌓아놓은 바리케이트 등으로 경찰 진압이 쉽지 않은 상태다.

민주노총 경북본부와 건설산업연맹, 플랜트노조협의회 등은 18일 오전 10시에 포항 철강관리공단 내 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하중근 조합원의 생명을 위태롭게 만든 경찰 폭력을 규탄하고 무리한 농성 진압 시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경찰 방패에 의해 머리를 크게 다쳐 생명이 위독한 것으로 알려진 하중근 조합원은 현재 대구 동산병원에서 다시 포항 동국대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으나 회복 여부가 불투명해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6일, 결의대회가 열린 포스코 본사 앞에 경찰들이 노동자들의 진입을 차단하고 있다.

포스코 본사 전기, 에어컨 차단

한편, 17일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박승호 포항시장이 "노조원들의 포스코 점거농성은 포항시에 대한 국내외 투자 유치에 결정적 타격을 초래하고, 기업의 투자의욕 상실로 이어질 것"이라는 호소문을 발표한 데 이어, 18일에는 정부 관계부처 장관이 '강경 대응'을 시사하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포항지역전문건설협회도 18일 기자회견을 열어 "노조가 자진 해산하지 않으면 협상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발표했고, 포항지역의 우익단체 회원 만여 명이 '포항경제 살리기 범시민 궐기대회'를 열어 "지역경제 망치는 불법파업 중단하라"고 촉구하는 등 건설노동자들을 옥죄고 있다.

포스코 사측도 17일 낸 보도자료에서 "건설노조가 포스코 본사 건물을 불법 무단 점거한 채 시설물을 훼손시키면서 회사의 중요 서류를 손괴할 위험에 처해 있다"면서 "자진해산을 유도하는 마지막 방안의 하나로 단전, 단수 및 에어컨 중단 등을 심각히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으며, 18일 오후 1시를 기해 전기를 차단했다.

포항 시내에 하루종일 비가 쏟아지는 가운데, 포스코 건물을 점거한 노동자들은 캄캄한 암흑과 찜통더위 속에서 농성을 하게 됐으며, 경찰은 포스코 본사에 배치된 병력에 손전등을 지급하고 있어 오늘 밤 사이 또다시 무리한 진압이 시도될 경우 위험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총파업 상황실이 마련된 포항 철강관리공단 내 근로자종합복지관에는 포항지역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원하기 위해 광양 전남동부건설노동자들이 모여 있다.

19일 영남지역 결의대회 앞두고 긴장 고조

이같은 압박에도 포스코 점거농성이 굳건히 이어지고 있는만큼, 노동계도 이를 지지하기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포항지역건설노조 총파업 상황실이 마련돼 있는 포항 근로자종합복지관에는 19일 오후 3시에 개최될 영남권 노동자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남 광양에서 천 오백여 명의 전남동부건설노조 조합원들이 도착해 있다. 다음날에는 울산플랜트, 여수플랜트노조 조합원들을 비롯해 화물연대도 합류해 위력적인 투쟁을 벌인다는 계획이라, 일전을 준비하는 상황실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민주노총은 19일 영남권 노동자대회에 이어 오는 22일 오후 3시에 '포항건설노조 투쟁승리 및 경찰폭력 규탄 민주노총 결의대회'를 긴급히 개최하기로 했으며, '폭력시위', '경제불황', '여론악화'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일부 보수 언론 보도에도 적극 대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