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동지를 추모할 때가 아니다"

민주노총, 포항에서 '하중근 열사 살인규탄 결의대회' 열어



경찰 폭력에 의해 유명을 달리한 하중근 포항지역건설노조 조합원과 관련, 민주노총이 포항에서 결의대회를 열어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4일 오후 2시부터 하중근 열사의 시신이 안치된 포항 동국대병원 앞에서 열린 '고 하중근 열사 살인규탄 및 책임자 처벌 민주노총 결의대회'에는 폭염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7천여 명의 조합원들이 모였다.

조준호 민주노총 위원장은 "하중근 열사를 절대 그냥 보낼 수 없다"면서 "폭력경찰과 살인정권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짓밟고 있는데도 쓰레기 같은 보수언론들이 사태를 왜곡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조준호 위원장은 "건설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인 주5일 근무와 유급휴일 주장에 대해 노무현 정부는 답하라"면서 "아직은 하중근 동지의 추도사를 할 때가 아니다, 승리할 때까지 힘차게 투쟁하자"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9일과 15일, 19일, 27일에도 하중근 열사와 건설노조의 임단협 관련 결의대회를 연다는 계획이다.

단병호 민주노동당 의원은 "우리가 여기에 모인 이유는 하중근 열사를 도저히 그냥 보낼 수 없기 때문"이라며 "백주대낮에 공권력에 의해 살해된 억울한 이 죽음에도 사과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나"며 분개했다.

지갑렬 포항지역건설노조 위원장 직무대행은 "우리는 2박 3일 동안 서울에서 상경투쟁을 했고 이지경 위원장을 비롯한 간부들이 옥중에서 단식중"이라고 밝히며 "우리의 정당한 요구인 5가지 요구를 관철시키고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어야 열사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것"이라며 눈물을 삼켰다.

지갑렬 직무대행은 "포스코 점거농성에서 우리는 비록 자진해산했지만 탄압에 굴복하지 않고 또다른 투쟁을 열어나갈 것"이라며 "열사의 영정 앞에 승리의 결의를 다지자"고 말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투쟁결의문을 통해 △하중근 동지를 죽인 살인폭력집단 경찰청장과 현장책임자 처벌 △노무현 대통령 사죄 △재발방지 대책 수립 △건설노조 공안탄압 중단과 손배가압류 철회, 구속자 석방 △유족들에 대한 사죄와 보상 △포스코 자본의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 등을 요구했다.




오후 4시경 결의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열사의 영정과 만장을 들고 '더이상 죽이지 말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워 포스코까지 평화행진을 시도했으나 형산로터리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찰 병력과 충돌했다.

아무런 도구없이 맨손으로 경찰과 충돌한 조합원들은 하중근 열사가 방패에 맞아 쓰러진 장소인 형산로터리에 도착하자 분노를 이기지 못하는 듯 "차라리 날 죽여라"고 소리치며 맨몸으로 경찰과 부딪혔다. 조합원들의 기세에 경찰들은 한때 수십 미터 뒤쪽으로 밀려나기도 했으나 이내 강한 물살의 물대포를 쏘며 공격해와 두 시간이 넘도록 공방을 벌였다.

이 와중에 폭염과 물대포 세례 등으로 수십여 명의 참가자들이 탈진해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가기도 했다. 결의대회 참가자들은 "오늘은 반드시 포스코 앞까지 행진하겠다"는 결의로 늦게까지 경찰과 대치하다가 오후 8시 30분경 아쉬움 속에 정리집회를 갖고 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