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 9인의 공익위원 귀하

[연정의 바보같은 사랑](32)

6월 28일 밤 10시, 서울 강남 최저임금위원회 앞.

저녁 무렵 잠시 내린 비로 더위가 약간 꺾이긴 했지만, 습도는 높고, 푹푹 찌는 날씨 속에 최저임금 현실화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이 투쟁 문화제를 하고 있다.

지난 25일 7차 전원회의에서 노동계의 15% 인상안과 재계의 2% 삭감안에서 논의가 더 진전되지 못했다. 결국 결정안 제출 시한을 하루 남겨두고 이날 오후 5시 8차 전원회의가 속개되었지만, 난항을 거듭하고 있었다.

  6월 28일 최저임금위원회 앞

이 날, 노동계는 시급 5150원(28.7%)에서 4,520원(13%)으로 양보에 양보를 거듭 했지만, 경영계는 3770원(-5.8%)에서 시작했던 삭감안의 폭을 다소 줄인 3,540원(-1.5%)을 여전히 주장했다.

  6월 25일 최저임금위원회 앞

늦은 시간, 최저임금위원회 앞에 모여 있는 노동자들의 공익위원들에 대한 분노가 만만치 않았다. 어떤 면에서 경영계의 그러한 요구야 ‘뻔한 것 아니냐’는 마음이 있었겠지만, 공익위원들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았다.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열린 집회마다 공익위원들에 대한 성토가 빠지지 않았다. 이 날 밤도 민주노총 여성연맹 조합원이 공익위원들에 대한 분노감을 표출한다.

“지금은 더운 거를 모르겠지만, 오전에는 대단했습니다. 머리가 벗어질 것 같았지만, 우리 조합원들을 보니까 같이 힘이 솟습니다.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정부에서 지침을 받고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하고 있는데, 그 뒤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만약 이번에 최저임금을 삭감하게 된다면 최저임금을 삭감했다는 꼬리표가 그 공익위원들에게서 평생 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공익위원들은 자신의 본분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진실이 뭔지 알아야 합니다.”

공익위원들은 “노동계와 경영계의 차이가 커서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다.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 당신들의 역할이 ‘중재’에 있는가? 노동계와 경영계 사이에서 적당히 숫자놀이 하는 것이 당신들의 역할인가?

당신들의 역할은 말 그대로 공익을 대표하는 것이다. 최저임금 논의에서 ‘공익’이란 무엇인가? 최저임금법에서는 최저임금의 목적을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공익위원들 당신들의 역할은 정부와 재계의 눈치를 보며 숫자놀이 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노동자의 노동력 재생산을 최소한으로나마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최저수준의 임금이 정해지도록 하는 데에 있다. 이것이 바로 ‘공익’이고, 공익위원 당신들의 할 일이다.

그런데 차이가 커서 중재하기가 어렵다니...

최저임금은 중재나 숫자 조율을 통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이 최소한도로 먹고,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데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이론적․논리적 근거를 제시하고, 이견이 있는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공익위원들의 역할이다. 노동계에서 물가 인상률을 고려하여 애초에 제시했던 금액이 시급 4,600원이었던 건데, 많다고 한다. 노동계가 요구하기 전에 노동자들이 먹고 살 수 있는 최저임금을 제시하는 것이 공익위원이 해야 할 일 아닌가?

현재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의 명단은 다음과 같다.

문형남 전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총장 ‘09.4.21. 위촉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
정태면 최저임금위원회 상임위원 ‘09.1.28. 임명(~’12.1.27.)
홍성우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09.4.21. 위촉
박준성 성신여대 경영학과 교수 ‘09.4.21. 위촉
박능후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09.4.21. 위촉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09.4.21. 위촉
이종훈 명지대 경영학부 교수 ‘09.4.21. 위촉
정진화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부교수 ‘09.4.21. 위촉
김경자 카톨릭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 ‘09.4.21. 위촉

최저임금위원회 상임위원 1명을 제외한 8명이 모두 대학 교수들이다. 공익위원을 대학교수로 위촉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 이유 중에 한 가지가 바로 위에서 언급한 공익 대변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공익위원들은 정부와 경영계에 빌붙어 사실상 최저임금 삭감안에 동조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물가가 계속해서 오르고 있는데, 미국조차 최저임금을 인상하겠다고 하는데, 교수라는 사람들이 신문은 읽는 건지, 도대체 ‘연구’라는 것을 하기는 하는 건지 의문이다. 공익위원들, 최저임금 83만원이 많다고 하는 당신들의 임금은 도대체 얼마인지 정말 궁금하다. 정말이지 83만원 갖고 한 달을 살아보라 말하고 싶다. 얼마 전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최저임금제도의 유의미성과 경제위기 시 최저임금 인상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지구적 일자리 협약’ 채택을 통해 최저임금의 정기적 인상을 권고한바 있는데, 들어보기는 했는지?

  하도 두드리다보니 찌그러지고 닳아버린 여성연맹 조합원들의 냄비와 그릇

지금 논의되고 있는 최저임금은 공익위원 당신들의 제자들이 곧 사회에 나가 받게 될 임금이다. 이번 최저임금을 동결.삭감 하고 나서 비정규직이 될 당신의 제자들 앞에서 떳떳하게 강의를 할 수 있겠는가? 6월 29일 이후, 당신들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어떤 것일지 잘 생각해보기 바란다.

오늘 오후 7시, 회의가 다시 열리게 된다. 최저임금위원회 9명의 공익위원들이 ‘벼룩의 간을 빼먹은’ 역사에 일조한 인물 리스트에 당신들의 이름이 오르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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