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기꾼에 대한 활동 보장 - 내국인 대우
지난 2월16일 오후2시 종로2가 젊음의 거리는 50여명의 사람들이 모여 집회를 진행하고 있었다. 사안의 경중으로 따지자면 향후 한국민중들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사안이지만 종로 젊음의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은 집회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집회에 참가한 단체들의 깃발은 다양한 깃발들이었다. 그만큼 이날 집회에서 다룰 내용은 한국 사회의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을 보여 주었다.
이날 집회는 '투자협정.WTO반대 국민행동' 주최로 열린 '한미. 한일 투자협정반대 투
쟁대회'였다. "투자협정은 외국인 투자자에 대해서 내국인 대우를 해주는 것"이라고 박 하순 국민행동 집행위원은 설명했다. 특히 "현재의 투자협정은 금융 투기의 성격을 띠고있어 경제의 불안정성을 심화시키고 국민 생존의 희생 속에서 초국적 투기자본의 활동을 보장해 주기 때문에 아르헨티나 사태처럼 국가파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이날 집회에서 김 재하 철도노조 정책실장은 "정부가 민영화를 철회하지 않을 경우 2월25일 가스, 발전과 함께 총파업을 하기로 결의한 상태"라며 "100년전 철도에 대한 제국주의 약탈의 역사가 다시 시작되려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철도노동자들의 투쟁은 철도의 이기적인 투쟁이 아니라 투자협정을 반대하는 투쟁임과 동시에 국민의 생존권을 지키는 투쟁이기에 공공 노동자들은 제국주의 자본에 반대하는 투쟁에 적극 나설 것"이라며 공기업 민영화를 중심으로 투자협정이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하였다. 한.일 투자 협정은 지난해 연말 잠정합의를 한 상태이고 국회비준과 대통령 서명이 남은 상태이다.
이종회 국민행동 집행위원장은 "IMF이후 거의 모든 분야가 개방되어 민중의 생존 위기가 가속된 상황에서 공기업마저 민영화시킨다는 것은 최소한의 안전망 조차 내어놓으라는 것"이라며 "자유무역 협정이후 광폭한 자본은 전쟁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기에 우리 아이들을 전쟁으로 몰아 넣지 않기 위해서는 투자협정을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며 투자협정 체결저지 투쟁을 호소하였다.
영화인들, 스크린 쿼터저지가 아닌 투자협정 저지로
이번 부시방한 반대투쟁에 가장 적극적인 단체들 중에는 영화인들의 단체인 스크린 쿼
터 문화연대가 끼어 있어 무엇보다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은 "수호천사대"라는 깃발을 들고 집회에 나왔다. 이들이 눈길을 끄는 것은 "영화인들이 나섰기 때문"이 아니다. 영화인들의 투쟁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스크린 쿼터만을 사수하는 것이 아닌 투자협정 체결 저지투쟁에 그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스크린 쿼터는 권위주의 시대 억압과 표현의 자유를 탄압 받으면서도 영화를 만들었던 영화인들이 한국에 들어와 있는 거대 배급사들의 횡포에 맞서 쟁취한 제도"라는 것이 스크린 쿼터연대 양기환 사무처장의 설명이다. 그러나 헐리우드는 스크린 쿼터를 계속해서 폐지하라는 압력을 가해 왔고 98년 투자협정에서는 스크린 쿼터를 빼앗길 뻔한 위기를 맞기도 하였다. 이때만 해도 영화인들은 "투자협정과 스크린 쿼터를 분리하고 노동자들의 생존권의 문제를 잘 몰랐다"고 한다. 양기환 사무처장은 "우리 영화의 근본적인 위기가 투자협정과 WTO 등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신자유주의 문제가 노동, 환경, 인권, 문화 등 사회 모든 분야에 걸쳐 있으며, 민중의 삶을 짓밟고 있는 것이 초국적 자본이라는 것을 한국 영화인들은 깨달았다"고 밝혔다. 또한 "과거 프랑스의 영화인들이 다자간 투자협정 반대투쟁에서 문화영역투자 제외가 아닌 제 사회단체들과 함께 연대해 다자간 투자협정 반대 자체를 외쳤던 것처럼 한국의 영화인들 역시 스크린 쿼터는 제외하라는 요구가 아닌, 투자협정 저지 투쟁을 사회단체들과 함께 해나 갈 것"이라 밝혔다.
서울재팬클럽의 요구에 '외국인 투자 촉진법 시행령'으로 대답한 정부
이번 한.일 투자협정은 노동문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 1월31일 일본
의 '투자협정NO! 긴급 캠페인'이란 단체와 함께 일본 정부 간담회에 참석한 민주노총 박유순 대외협력국장에 따르면 "원문을 일본측에서 공개하지 않았지만 노사협력의 중요성이 투자협정 전문에 들어가 있다"고 일본측에서 밝혔다는 것이다. "원문에는 cooperative relation ship으로, 해석하면 노사 협조주의가 되는데 자율적 노사관계규정은 위헌의 소지뿐 아니라 명백하게 노동3권에 위배되는 내용"이라고 박국장은 밝혔다. 이러한 조항이 나오게 된 근거에 대해 일본 외무성은 "한국에 투자를 하고 있는 (일본자본가들의 조직인)서울재팬클럽이 한일 투자협정의 29개 조항의 근거가 되는 노동조항을 만들었는데 그 내용에는 '과도한 임금인상금지, 각종수당요구 금지, 파업에 대한 단호한 조처, 무노동 무임금, 전임자 축소'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고 밝혔다고 한다. 그러나 일본의 자본가들이 노동3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 줬음에도 한국 정부는 일본의 요구에 발 맞추어 '외국인 투자 촉진법 시행령'을 통해 옴부즈맨 제도를 도입하였다. 옴부즈맨 제도는 "근로감독관이 있음에도 별도의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관료를 파견하고 관료의 역할은 노사분규가 났을 경우 분규 해결을 촉구 할 뿐 아니라 항시 적으로 노동문제를 조사하고 노동감시활동을 하는 것"이라 박국장은 밝혔다. 이날 투자협정 반대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오후 4시에 열린 '부시방한 반대 서울지역 결의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종묘공원까지 선전전을 진행하며 이동하였다.
한편 국민행동은 한.일 투자협정의 국회비준을 막기 위한 투쟁에도 집중적으로 힘을 실어 나갈 예정이다. 특히 3월로 예정된 고이즈미 방한을 앞두고 국회 앞 1인 시위등 다양한 계획을 준비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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