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기자회견 "이념논쟁 확실하게 하자"

오진아 dodani@kdlpnews.org
최근 여야 대선주자들간의 색깔논쟁이 건강한 정책대결이나 생산적인 이념논쟁이 아니라 맹목적 인신공격이나 정략적 흠집내기로 일관하고 있는 것과 관련, 민주노동당이 '공개적인 이념논쟁'을 제안했다.

민주노동당은 지난 8일 기자회견을 통해 "작금의 색깔논쟁은 정책과 노선을 기반으로 한 이념논쟁이 아니라 인신공격과 상호비방에 바탕을 둔 저급한 정치적 공방에 지나지 않는다"며 "차라리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이념논쟁을 벌일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날 민주노동당은 △재벌규제 완화 △공기업 민영화 △조세개혁 △의약분업 △언론개혁 △공교육 확대 △정당명부비례대표제 도입 △미군철수 △차세대 전투기 사업 △남북관계 개선 등 10대 현안문제에 대해 노무현-이인제-이회창-권영길 4자간 공개토론을 제안하고 후보들간의 토론이 어렵다면 3당의 책임있는 당국자간의 당대당 토론회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권영길 당 대표는 기자회견에 앞서 "우리는 진보주의자라고 자처함에도 그 목소리는 외면당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진보주의자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목소리는 진보주의자의 목소리로 치장되는 희한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여기에 한나라당의 대선후보까지 가세하면서 바람직하지 못한 이념논쟁이 전개되고 있어 정치문화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공개적인 이념논쟁을 제안하게 되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즉, "자신의 이념과 노선을 일관되게 견지해 온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논쟁의 한 축에서 빠져 있다는 점에서, 이번 논쟁은 기성 정치권 내부의 '더 보수'와 '덜 보수'의 반쪽짜리 논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의 색깔공방이 '진보'를 얘기하면 '좌파'로 규정하고, '좌파'는 곧 불순한 것으로 매도하는 낡은 매카시적 수법에 기반하고 있어 민주노동당의 이데올로기적 존립기반에도 위협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주노동당은 "민주당 내에서 부동의 1위를 달리던 이인제씨가 전세가 역전되자 하루가 멀다하고 노무현씨를 물고늘어지는 모습은 보기에도 안타깝고, 대세론이 흔들리고 당내의 경선구도가 급변하자 민주당을 통째로 좌파로 규정하고 인위적인 '보-혁 대결'을 조장하는 이회창씨의 모습도 구태의연 그 자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동당은 또 노무현씨에 대해 "과거의 발언을 스스럼없이 번복하면서 정작 중요한 국가적 현안문제에 대해서는 입을 닫고 있는 모습은 과연 노무현씨의 정체성이 무엇인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가지 않을 수 없다"며 "한쪽은 '흠집내기'로 덤비고 또 한쪽은 '피해가기'로 일관하는 모습은 반사적인 이익이나 노리고 대중적 인기에만 영합하는 정치꾼의 모습 그 자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같은 공개적인 이념논쟁 제안에 대해 노무현 후보측은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이므로 당 내부에서 풀어야지 공론화시킬 문제는 아니"라며 회피했고 이인제, 이회창 후보측은 "토론을 벌일 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거부의사를 나타냈다.
[83호] 4.15 ~ 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