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색깔정치 언론정치]"난 네가 맘에 안들어"

김동원/<기자협회보> 차장
'동·조 동맹군'이 '노무현 죽이기'에 나선 것인가.
노무현 고문의 이른바 '8.1 술자리 발언'에 대한 동아일보와 조선일보의 보도태도를 지켜보며 갖게 되는 궁금증이다.

음모론에 이은 이인제 고문의 '색깔 공세'를 중계 보도하면서 이 문제를 확대 재생산하는 데 일조하기는 했지만, 이 때까지만 해도 동아와 조선은 자신들이 직접 나서기보다는 이인제 고문의 입을 통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8.1 술자리 발언' 보도는 당초 문제 제기자인 이인제 고문은 뒤로 밀려나 있고 두 신문이 전면에 나선 형국이다. 이인제 고문의 입을 빌던 간접화법을 탈피, 사설 등을 통해 직접 공세를 취하고 있다.

타깃은 당초 문제의 발언, 즉 '메이저 신문 국유화', '동아 폐간' 등을 노 고문이 언급했다고 기정 사실화한 뒤 그의 언론관을 문제삼던 것에서 노 고문의 말 바꾸기, 도덕성 문제로 옮아갔다.

동아와 조선은 자신들의 태도가 언론 본연의 역할에 충실한 것일 뿐 특정한 의도를 갖고 있지는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선은 지난 10일자 사설에서 "우리는, 특히 대선을 앞두고서 '누구를 배척하는 신문' '누구를 편드는 신문'이라는 비언론적 상황으로 일탈하지 않을 만큼의 충분한 자생적 항체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론계 안팎의 시각은 이런 동아와 조선의 입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다.
이들 신문은 사실 경선 초기 이인제 고문이 '대세론'으로 수위를 점하고 있을 당시 노무현 고문의 '정통성론' 공세엔 그다지 관심을 돌리지 않았다.

반면 노 고문이 바람을 일으키고 광주에서 1위를 차지한 뒤부터는 이인제 고문의 공세를 1면 등 주요 지면에 잇따라 비중 있게 보도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또 음모론과 색깔론 보도의 경우 의혹을 제기하는 쪽보다는 의혹을 받는 쪽이 해명하라는 식으로 몰아붙였다. 이념논쟁이라는 포장 아래 '급진좌경' 등 이인제 고문의 색깔 공세를 중계 보도함으로써 보수층과 중년층의 '레드 컴플렉스'를 자극하기도 했다.

이런 사정은 '8.1 술자리 발언' 보도에서 본격화된 노 고문에 대한 두 신문의 공세가 갑작스런 현상이 아니라 일정한 흐름의 연장이고 한 차례의 절정이었다는 분석을 가능케 한다.

노 고문은 이들 신문의 공세가 "자신의 언론사 소유지분 제한 찬성 입장에 대한 불만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거대 언론이 단순히 소유지분 제한 문제라는 특정 정책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유력 대선 후보에게 집중 공세를 편다는 해석은 어딘가 불충분한 느낌이다.

최근 조선일보의 한 최고위층 인사는 사석에서 "노 고문의 언론관을 믿을 수 없다. 노 고문은 못 믿을 사람"이라며 뿌리 깊은 불신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노무현이 싫다'는 얘기다. 노 고문에 대한 이들 신문의 평가를 압축해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 언론은 노 고문에게 "언론관을 밝히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사실 노 고문처럼 자신의 '개혁적' 언론관과 언론정책을 솔직히 밝힌 대선 주자는 없다. 언론사 소유지분 제한 찬성입장도 그 한 예이다.

지난 3월 한국기자협회가 당시 10명의 대선 예비주자들을 상대로 언론관 및 언론정책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노 고문만이 40여개 질문에 모두 답을 했다.

다른 예비주자들은 민감한 문제는 건너뛰는 사례가 많았다. 이인제 고문은 아예 설문에 응하지도 않았다. 노 고문을 향한 이들 신문의 계속된 주장은 불신의 다른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올해 대선에서 지난 92년, 97년 때와 같이 특정 언론의 특정 후보 편들기 현상이 재현될 지는 아직 모르지만, 노 고문에 대한 이들 신문의 비판적 태도가 선거가 끝날 때까지 지속되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케 해준다.

당연히 지금은 소강국면이지만 동아와 조선의 공세가 어느 때인가 새로운 쟁점으로 불붙게 될 것이란 예상도 어렵지 않다. 아직 12월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