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획-4월은 노동자건강권 쟁취의 달]돈벌이 위해 노동자 건강 포기 강요

최은희/노동자건강연대 정책기획국 간사
"김대중 정권 4년 동안 구속된 노동자 수가 김영삼 정권 5년보다 많다"는 사실은 노동자 인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그렇다면, 노동자의 건강은 어떤가?

한때 세계 1위를 기록했던 우리나라 산업재해 발생은 조금씩 줄어들다가, 최근 다시 증가하고 있다. 화학공장 폭발로, 대형기계에 깔려, 공사장에서 떨어져, 과로로 죽어가는 노동자도 늘고있다.

정부는 갖은 분석과 대책을 내어놓지만 정작 중요한 건 빠져있다. '현 정부 들어 안전보건규제를 무더기로 폐지하거나 완화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위태롭던 노동자 건강이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이.

IMF 경제위기와 함께 들어선 김대중 정부는 경제정의와 인권보장을 위한 사회적 규제의 강화보다는 시장의 자유를 위한 무차별적인 규제완화를 택했고, 노동자의 건강을 지키는 최소한의 보루였던 안전보건규제까지 경제활동의 저해요소로 간주하면서 1998년이후 59개의 규제를 폐지·완화해버렸다.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를 꺼리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던 사업주들에게 '규제완화'는 '책임면제'에 다름 아니었다.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의무선임제도'가 완화되기 무섭게 이들을 내쫓아 사업장 안전보건관리체계가 붕괴되고(규제완화 전인 1996년 고용된 안전관리자 2만6천57명에서 규제완화 후인 2000년 1만6천8백86명으로 감소), '산재발생 보고 의무제도' 완화 이후 사업주들은 산재신고를 회피하면서(적발된 산재은폐 건수가 1999년 1천8백12건에서 2000년 2천6백54건으로 증가) 산재노동자에게 치료받을 최소한의 권리마저 박탈하고 있다.

화학공장 안전설계 기준의 완화 이후 이 부분의 재해자는 20% 늘어났다. 건설업등의 안전작업을 위한 기준의 완화 이후 관련 재해자가 30% 가량 늘어났다. 최소한의 보호막마저 빼앗긴 노동자들은 높은 노동강도로 내몰려 과로로 죽고 근골격계질환으로 고통받고있다.

이윤을 위해 사람의 생명을 포기하는 사회보다 비도덕적인 사회가 있을까? 하지만 김대중 정부의 신자유주의 노동정책은 노동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규제마저 방해물이라고 걷어차며 추악한 모습으로 내달리고 있다.

이들에게는 지난 3일 산재노동자와 건설, 금속, 병원 노동자들이 규제개혁위원회 앞에 모여 '노동자 다 죽는다. 안전보건규제 원상회복하라'라며 외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 같다.
[83호] 4.15 ~ 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