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획-4월은 노동자건강권 쟁취의 달]산재 이후 살아남는 것이 더 고통

정경섭 jks@kdlpnews.org
최인경(19)씨는 여고 3학년 졸업직전인 지난해 11월 시그네틱스에서 근무하게 됐다. 최씨는 근무한지 3개월째인 지난 2월 손목이 유압사출기에 눌리는 사고를 당했다. 1백80도 열기의 유압사출기는 센서고장으로 최씨의 손목을 무려 20분간이나 누르고 있었다.

오른쪽 손목을 절단할 수밖에 없었던 최씨가 정부로부터 받은 보상금은 3천1백80만원. 최씨의 아버지 최행배(50)씨는 아직 스무살이 채 안된 딸의 모습을 볼 때마다 할 말을 잃는다.

최씨는 "지금은 치료를 받고 있지만 우리 딸의 남은 인생을 생각할 때면 끔찍하다"며 "몸이 성한 사람도 취업이 안 되는데 한쪽 손이 없는 딸이 취업하기란 불가능한 거 아니냐"고 하소연하며 "딸이 살아가야 할 날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산재를 당한 노동자들의 대부분은 재취업이 어려운 형편이다. 산재노동자협의회 김재천 사무국장은 "산재노동자들이 사회적인 편견 때문에 재취업을 하지 못하고 집에서 아이들 뒷바라지를 하거나 결혼하지 않은 노동자의 경우에는 할 일 없이 집에서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며 "산재노동자도 기계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정부차원에서 자활과 재취업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산재 노동자들의 앞길은 막막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김남교(46·부천)씨는 7년전 구로구 독산동의 볼트공장에서 근무하다 볼트가 기계에 튕겨져 눈을 파고 들어가 실명하는 사고를 당했다. 3번의 수술을 받았던 김씨는 이후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집에서 자녀들의 뒷바라지만을 하고 있는 상태.

김씨의 아내 최덕순(40)씨는 건강했던 남편이 한순간의 사고로 아무런 노동을 할 수 없게 된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기가 막히다.

최씨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선정돼 한달에 80만원을 받고 있지만 두 아들(중학교 3학년, 2학년) 뒷바라지와 생활비를 빼고 나면 저축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며 "산재를 당한 남편이 사회에서 쓸모없는 사람으로 내몰리는 것 같아 아이들 보기에도 좋지도 않다. 남편의 사고 이후에는 사는 게 사는 것 같지 않다"고 한숨지었다.
[83호] 4.15 ~ 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