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설 dllp21@kdlpnews.org
"완벽한 다목적 임무 수행 가능, 탁월한 탑재능력, 넓은 행동반경, 강력한 엔진, 높은 생존성, 풍부한 실전 경험…."
국방부가 지난 4월 19일 차기 전투기(F-X) 기종을 미 보잉사의 F-15K로 결정하면서 열거한 장점들이다. 국방부는 이날 마치 보잉사의 홍보물을 그대로 베낀 듯한 장황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통해 F-15K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보는 진보진영의 눈길을 싸늘하다.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참여연대 등 전국 2백7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F-X 외압의혹 규명 및 F-15K 선정 내정 철회 공동행동'(공동행동)은 국방부의 F-15K 선정에 대해 "국민의 여론을 철저히 배반, 우롱한 것이자 국가 주권과 국가 이익을 훼손하고 우리 국민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는 것"이라며 김대중 대통령에게 △국방부의 F-15K 선정에 대한 재가 거부 △F-15K 불법 로비 사실이 드러난 김홍걸, 최규선 등 권력핵심부 구속, 수사와 국방장관 파면 △감사원 감사 실시 △F-X에 대한 국민적 의혹 규명 및 F-X사업 연기 등을 촉구하고 국회에 대해서는 국정감사를 즉각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공동행동은 "이것만이 F-15K 도입과 관련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고, 국가주권과 국민적 자존심을 지키며, 실추된 국가위신을 바로 세우고 5조8천억원의 국민혈세 낭비를 막는 길이며, 국민여론에 부응하는 길"이라고 강조하고 지금까지 모아진 국민여론을 기반으로 기종 선정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선정철회 투쟁을 벌일 것임을 밝혔다.
공동행동은 F-15K 선정 대통령 재가거부 촉구 범국민서명운동과 대중집회, 연속 1인 시위, 연속 신문광고 게재, 사회원로 선언, 사이버 시위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청와대를 압박하는 한편 F-15K 선정 대통령 재가 중지 가처분 신청 등 법률적 대응도 취할 예정이다.
F-X사업이 추진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 8월 공군이 주관하는 시험평가가 시작되면서부터. 하지만 6조원이라는 엄청난 규모의 무기도입 사업에 대한 시민사회단체의 관심이 모이기 시작한 것은 올해 들어서면서부터였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평통사), 민족화해자주통일운동협의회(자통협) 등 평화, 통일운동단체를 중심으로 F-X사업의 문제점과 미국의 부당한 외압 의혹이 제기되면서 점차 관심을 모으기 시작했다.
특히 '악의 축' 발언으로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킨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2월 방한시 F-15K 구매 압력을 넣을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국민들의 F-15K 도입 반대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편파판정 시비에서 비롯된 반미감정도 한 몫을 했던 것으로 지적된다.
국민들의 F-X사업에 대한 여론은 <시사저널>이 지난 2월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63.7%가 미국의 F-15K 전투기 구입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에서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또한 무려 2백97개 단체가 공동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차기전투기 도입 반대투쟁이 얼마나 대중적으로 벌어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군사전문가인 김종대 새시대전략연구소 정책위원은 "국방부는 이같은 국민여론을 '반미감정'이라고 폄하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국가이익과 국민여론에 의한 정책집행을 바랬던 것"이라며 "자주성을 제고하고 정상적 국가로 가기 위한 국민운동이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은 또 "국방부나 제도정치권에서 얘기하듯 시민단체나 비전문가가 기종결정에 개입하겠다거나 라팔을 사라는 것이 아니라 정책집행의 민주화, 투명화를 요구했던 것"이라며 F-15K도입 반대운동이 "일회적인 화풀이로 끝낼 것이 아니라 정권말기 일련의 무기도입에 대한 국민감시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F-X사업 외에도 차기 대공유도미사일 사업, 해군 이지스함 도입 사업 등 정치적으로 예민한 정권말기에 집중돼 있는 무기도입사업에 대한 감시의 눈길이 지속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종적으로 5월초 대통령 재가가 남아있는 만큼 선정철회를 위한 서명운동을 광범위하게 전개할 계획"이라고 강조한 최규엽 민주노동당 자주통일위원장은 "우리가 미국의 무기를 도입할 수밖에 없는 것은 전시작전지휘권 때문"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전시작전지휘권을 반환 받기 위한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 85호] 4.29 ~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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