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혁재/참여연대 운영위원장ㆍ정치학 박사
노무현 바람이 약해지고 있는가. 16대 대통령 선거의 최대변수로 떠오른 노무현 바람은 일시적 거품이었는가. 최근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간 지지도 격차가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
5월 6일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가 전국의 성인남녀 1천5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는 노무현 후보 36.8%와 이회창 후보 34.4%로 바짝 좁혀진 것을 보여준다. 한나라당의 조사이므로 논외로 해도 다른 여론조사 결과들도 격차가 좁혀진 것으로 나타난다.
5월 1일의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는 47.6%의 지지도를 기록, 36.2%의 이 후보를 11.4% 앞질렀다. 같은 날 동아일보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는 노 후보가 43%의 지지를 얻어 32.9%의 이 후보보다 10.1%가 높았다. 5월 6일 코리아 리서치가 한국일보 의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격차가 8.0%로 더 좁혀졌다. 노 후보가 44.7%, 이 후보가 36.7%였다.
노무현 후보 지지도가 다소 하락하고 이회창 후보 지지도가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사실이다. 거품이 걷히는 등 노 후보 지지의 구조조정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노 후보 지지도가 더 이상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노 후보 지지율의 하락은 노 후보 자신에게 원인이 있지 않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 아들들의 권력형 비리 연루 의혹에 영향을 받은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탈당으로 노 후보 자신에게 귀책되는 일이 생기기 전에는 노 후보 지지가 급속히 약화되지 않을 것이다.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도 이 후보나 한나라당 자력으로는 급속하게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월 6일 MBC와 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이회창 후보가 46%의 지지율로 32.3%의 노무현 후보보다 높았다. 그러다가 3월 13일 SBS와 문화일보가 TN소프레소와 함께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41.7%)가 처음으로 이 후보(40.6%)를 앞질렀다. 노 후보의 상승은 민주당 울산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이인제 대세론’에 맞서는 대안론으로 등장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에 이 후보는 호화빌라 파문이나 자녀의 미국원정 출산 의혹 등으로 이미지가 나빠진데다 박근혜 의원의 탈당과 비주류의 반발 등으로 포용력 문제가 제기되면서 지지도가 떨어졌다.
노 후보의 지지도는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노 후보 대 이 후보의 지지도는 3월 23일 조선일보·갤럽의 여론조사에서는 44.8% 대 33.7%로 벌어졌다. 광주 경선의 돌풍을 계기로 이인제 대세론이 꺾이기 시작하면서 소극적 이인제 지지자의 상당수가 노무현 지지로 돌아선 것으로 볼 수 있다.
음모론과 색깔론은 오히려 노 후보에 대한 지지를 급신장시켰다. 4월 1일 KBS·미디어 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는 46.2% 대 28.9%로 벌어졌다. 후보가 확정된 4월 15일의 중앙일보 자체조사에서는 노 후보 60.5%에 이 후보 32.6%로 가장 큰 격차(27.9%)를 보였다.
한 가지 눈여겨볼 것은 격차는 커졌지만 이 후보의 지지율도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노풍에 대한 우려로 전통적인 한나라당 지지자들의 결집이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대통령 아들들 문제가 부각되면서 노 후보 지지도는 약간 낮아졌다. 후보 확정 뒤 노 후보가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 연대를 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노 후보 지지는 조금 더 약화됐다.
그러나 노무현 바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 바람은 정치인 ‘노무현 개인의 능력’에 대한 단순한 기대라는 좁은 뜻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측면이 있다. 노무현의 ‘일관된 소신과 원칙의 정치’가 새로운 정치의 상징으로 국민에게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고스란히 노무현 지지로 옮겨갈 수 있지 않았을까.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경선 과정에서 나타난 음모론이나 색깔론 등이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노무현 바람이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 근거도 바로 여기에 있다.
[ 87호] 5.13 ~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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