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니 한번 해보자 이기가!

배영희(노동자의 힘 회원)

연일 내리는 비에도 을지로 대우조선해양(주) 앞에는 오전 10시면 어김없이 플
래카드가 걸리고 판이 깔린다. "산재은폐 노조탄압 정성립은 퇴진하라. 지나시
는 시민, 노동자 그리고 가게주인 여러분! 시끄러워 죄송합니다. 그러나 이해
해 주십시오." 오늘로써 벌써 8일째 농성중이다. 첫날부터 몰래비디오를 찍다
들켜 테잎까지 빼앗기고 나서도 지하주차장 CCTV로 회사측이 감시라도 할라치
면 한마디 고함이 날라간다. "거제 인력부랑 똑같네∼ 한번 해보자 이기가!"
2002년 4월4일, 남쪽의 끝 거제도 대우조선에서는 노동자들의 산재문제해결을
촉구하며 조합간부들이 온몸에 신나를 들이부었다. 원인은 이름도 생소한 근골
격계 직업병! 그러나 생소한 이름과는 달리 업종과 나이를 불문하고 발생하는
심각한 직업병이다. 한마디로 팔목과 어깨 허리가 시큰거리고 관절이 나가고
급기야 겉으로 멀쩡한 듯 해도 하루하루 버티기가 죽기만큼 힘들어지는 '골
병'이다.
"공고 막나와서 배만드는데 왔는데, 처음엔 왜들 그렇게 허리를 다친다는지 이
해를 몬했습니다. 와∼이만한 배관을 어깨에 짊어지고 일하는데 몸이 남아날수
가 없습니다. 제가 올해로 7년차 되거든요. 저보다 나이많은 선배들 보면 일주
일에 삼일도 일 몬하는 사람 많아요. 골병 들어가지고 아파 죽깄는데 나와서
일하고 삼일 쉬고 침맞고 그럽니다. 정년이요? 죽지 않고 살아서 퇴직할 수 있
으면 다행이죠" 그렇다. 대우조선노동자들에게 이 집단적인 '골병'은 하루이
틀 쉬어서 회복되지 못할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그래서 노동조합 모든 간부가
달려들어 지난해 근골격계 직업병 실태조사를 실시했고 특별건강검진을 하려하
자 회사는 입구에서부터 막았다. 그리고 그런 회사의 온갖 협박과 회유, 방해
에도 700여명이 밖으로 나와 검진을 받았고 그 중 248명이라는 숫자가 유소견
자 판정을 받았다.
이렇게 집단적으로 근골격계 직업병이 발병한 이유는 뭔가? 바로 김대중 정권
5년의 구조조정과 노동유연화의 직접적인 결과이다. 2명이 해야 할 일을 1명
이 하고, 생산성은 200% 향상되었다니 기계도 보수없이 계속 돌리면 망가질 판
에 쉼 없이 강화된 노동강도에 사람 몸 망가지는 건 정말 뻔한 일 아닌가.
"76명이 병원에서 산재요양 중인데요 그것도 248명 바로 교육하고, 다음날 새
벽같이 버스대절 해갖고 병원에 갔으니 다행이지. 하루, 이틀만 지체했어도 4
월4일이 아니라 그전에 노조 다 때려부쉬고 끝장날뻔 했지요. 아찔합니다" 대
우조선 앞에서 상경투쟁 중인 산안1부장 이재윤 동지의 말이다. 죽기를 각오
해 신나 뿌리고 회사에 항의했더니 오히려 폭력으로 화답하고 그것도 모자라
방화에 살인미수로 위원장 포함 4명의 상집간부들을 구속시켰다. 하지만 아직
대우조선 노동조합은 끝장나지 않았다. 아니 실은 IMF 구조조정 덕에 골병든
바로 나 자신 그러나 감히 입밖에 내지 못했던 우리들의 노동현실에 감히 '76
명의 집단요양신청'이라는 도전장을 걸었고 노동자가 아프지 않고 죽지않
을 '기본'을 지켜내기 위한 투쟁에 도화선을 붙이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금속사업장의 실태조사에서도 증명되었듯
이 대우조선만의 문제가 아닐뿐더러 자본은 근골격계 직업병의 문제에 더 민감
하게 곤두세우고 있다. 왜냐하면 구조조정에 대한 정면승부이므로. 해서 어떻
게든 개인적인 원인으로 공상처리하고 부수적인 치료와 예방으로 이 정면승부
를 피해가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해결의 실마리는 이 투쟁에 대한 현장의
조직화다. 노동자가 아프면 쉬어야 하고 작업현장에서 골병들 요인(인력감축,
노동강도 등)은 반드시 제어할 수 있을 통제권을 쥐어야 한다. 아마 당장이라
도 근골격계 직업병 환자를 찾고자 한다면 전업종을 망라하고 적지않게 발견
될 것이다. 잘해야 공상처리하고 보통은 말도 꺼내지 못했던 틀을 깨고 전국적
으로 집단요양 투쟁에 돌입해야 한다.
"좁게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법, 제도 있어도 현장에서 싸우지 않으면 아무 소
용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