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와 문화운동③] 문화운동의 과제

[문화사회 편집자주] 문화연대를 포함한 16개 시민사회단체의 연대모임인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가 발족한 이후, 한국에서도 문화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문화의 상품화, 도하개발의제 서비스협상의 진행, 한미투자협정 체결과정에서 미국의 스크린쿼터제 폐지 압력 등 내·외부의 조건은 문화와 문화다양성에 대한 고민이 급하게, 하지만 폭과 깊이를 가지고 진행되어야 함을 말해줍니다.
<문화사회>에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문화운동의 과제'에 대한 3차례의 기획기사를 준비했습니다. 문화다양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1. 문화, 상품으로 거듭나다! :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문화적 의의(?)
2. 헐리웃, 세계를 쏘다! : 문화다양성의 위기
3.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문화운동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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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세계화와 문화운동의 과제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확산은 문화의 상품화를 가속화시켰고, 문화다양성의 파괴와 문화의 세계적 획일화 현상을 가져왔다. 초국적 기업이 대량생산하는 '세계적' 문화상품이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면서 국가, 인종, 지역, 종교별로 존재하던 고유한 문화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헐리웃'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문화의 획일화 현상은 음반, 출판, 애니메이션 등 문화산업 각 분야에서 마찬가지로 일어나고 있으며, 최근에는 소수민족의 언어까지 파괴되는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문화의 상품화와 문화획일화에 맞선 문화운동의 과제는 무엇일까?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에 앞서 다음의 두 가지를 먼저 확인해 보자.

첫째, '문화'에 대한 정의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문화의 범위는 '문화예술' 혹은 '문화산업'으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화는 사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것이자 그 사회의 개인이나 집단의 '삶의 양식'의 문제까지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문화운동은 문화예술, 문화산업 각 분야에서의 문화다양성 보존은 물론,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결합한 신보수주의 이데올로기(가족이데올로기의 강화, 금욕/절제의 강조 등)로 인한 문화적 억압에 대한 대응도 포함해야 한다.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 음란물을 통제해야 한다는 논리는 청소년보호법의 제정과 인터넷내용등급제의 실시와 같이 새로운 통제기제를 개발하여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것이다.

둘째, '문화교류'의 문제이다. 문화획일화 현상은 대부분 '문화교류'라는 외피를 쓴 채 다가온다. 즉, 문화다양성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을 '문화교류'에 반대하는 '문화국수주의'로 몰아세우는 것이다. 하지만 문화다양성을 보호한다는 것이 문화교류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는 끊임없이 '교류'하고 '소통'해야 하는 것이다. 다만 그러한 문화교류가 다양성을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고, 문화교류는 '교류할만한' 자신의 문화가 존재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각 국의 문화적 현실, 특히 자본의 차이를 무시한 채 '동등하게' 경쟁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초국적 자본에 의한 문화독점을 방관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앞선 글에서도 밝혔듯이, 우리나라도 이미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심각한 문화적 피해가 진행중이다. 그리고 이에 대한 대응은 분명하면서도 힘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첫째,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문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한일투자협정은 국회비준만을 남겨놓았고, WTO 서비스협상과 관련하여 정부는 오는 6월 30일까지 양허요구목록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미 문화개방과 관련한 무역협상에서의 논의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러한 무역협정이 문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와 분석은 상당히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 출판, 방송 등 각 분야별로, 그리고 '삶의 양식'과 관련한 사회 전반적인 문화적 영향에 대해서도 분석과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연대와 네트워크가 활발히 이루어져야 한다. 프랑스나 캐나다가 무역협정에서 '문화적 예외'를 주장하는 것은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하여 "문화와 관련된 어떠한 약속도 하지 말 것"을 끊임없이 정부에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16개 시민사회단체가 '세계문화기구를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를 출범시켰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연대회의를 중심으로 많은 시민사회단체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문화다양성을 위한 새 국제기구'의 출범을 위한 국제연대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가 문화를 상품으로 인식하지 않고, 국제사회에서 '문화적 예외'를 주장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요구해야할 것이다.

문화의 가치는 점점 '高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그 평가는 단지 '이윤창출의 수단'으로서의 평가일 뿐이다. 차이와 다양성에 기반한 문화의 가치는 상업적인 잣대로 평가될 수 없다는 사실, '문화는 상품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문화의 상품화, 문화획일화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태껏 걸어온 길보다 더 길고, 더 험난한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길은 외면할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길이다. 이제 막 한 걸음을 내딛은.

최준영 (문화연대 정책실 활동가) ptrevo@jinb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