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과 선거에 파묻힌 노동자 투쟁, 산별 교섭 정착..비정규직 철폐 및 처우개선 등

월드컵보다 오래 가고 더 중요한 것..민주노총 상반기투쟁이 남긴 성과들

박점규/현장기자ㆍ민주노총 조직차장  parkjk@nodong.net
5월 22일 90개 노조 2만7천6백63명으로 시작한 민주노총 시기집중 연대파업이 금속→공공→보건의료노조→민주택시연맹으로 이어지며 연인원 40만명을 넘어섰고 사용자의 교섭회피와 노조탄압으로 아직도 많은 노동조합이 파업을 전개하고 있다.

정부의 호들갑스러운 월드컵 노사평화선언과 언론의 철저한 무관심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의 1차 시기집중 연대파업은 민주노총 조합원은 물론 한국사회에 매우 중요한 성과를 남기며 진행됐다.

이번 5월 투쟁의 중심이었던 금속노조, 보건의료노조, 민주택시노조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기업별노조에서 전환한 산별노조로서 이번 투쟁을 통해 한국 노사교섭의 지형을 바꾸어놓았다. 또한 우리사회 전체의 가장 중요한 화두인 비정규직 문제와 주5일근무 문제를 민주노총이 어떻게 해결해나가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노사교섭의 지형이 바뀌고 있다
2002년 산별노조의 시대로


조합원 3만7천명의 금속노조는 ‘기본협약 체결없이 임단협 없다’는 원칙 아래 금속노조 지부와 사용자들과의 집단교섭을 중심으로 한 산별교섭을 진행해왔다. 금속노조의 기본협약은 산별노조와 사용자들의 대표가 교섭을 진행하는 명실상부한 산별교섭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 교섭 초기 ‘집단교섭’과 ‘기본협약 체결’을 거부하던 기업주들이 5월 29일 금속노조의 전면파업을 기점으로 속속 의견접근을 이뤄 6월 7일 현재 85개 사업장에서 기본협약을 체결했다.
보건의료노조도 산별노조 전환 4년째인 올해 직권중재 사업장이란 어려움 속에서도 집중적인 파업투쟁을 통해 산별교섭의 새로운 장을 열였다. 이를 통해 각 병원 사용자들이 산업별 중앙교섭에 참여하도록 강제하고 산별교섭을 제도화하기 위한 중요한 발판을 마련했다.

비정규직 차별철폐와 정규직화
'빵과 장미'를 모든 노동자에게


58%에 이르는 비정규직 문제가 우리 사회 가장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 소속 정규직노조가 비정규직과 용역업체 파견노동자들의 권익을 향상시키기 위한 투쟁에서 큰 성과를 남기고 있다.
보건의료노조의 비정규직 관련 투쟁은 눈부시다. 켄 로치 감독의 영화 <빵과 장미>에서처럼 병원에서 식당, 청소, 세탁, 경비업무를 보고 있는 노동자들이 불법과 착취의 온상인 파견업체의 쇠사슬에서 벗어나 병원과 직접계약을 맺고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전국에 있는 병원 곳곳에서 간접고용을 직접고용으로 바꾸고 단계적으로 간접고용을 철폐하고 있다.
금속노조의 경우 사내하청 노동자의 처우 및 산업안전보건 개선과 임시직노동자의 정규직화를 주요 요구를 내걸고 일정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단협이 타결된 10여개 사업장 중 동양E/L, KEC, 한국산연, 대한칼소닉 등에서 사내하청 및 비정규직 보호에 합의했으며 전반적으로 단협이 타결되면 더 큰 성과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중소ㆍ영세ㆍ비정규직 희생없는 주5일근무
현장에서부터 시작한다


KBS 노사가 사실상 노동조건의 후퇴없이 내년 1월 1일부터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한 것을 시작으로 언론사 전체가 주5일 근무체제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고 동아대병원, 침례병원 등과 금속노조에서 주40시간 노동제를 쟁취한 사업장들이 늘어가고 있다.

은행노사가 오는 7월 1일부터 주5일 근무제를 도입키로 합의한 데 이어 제2금융권 노조들도 노동조건 후퇴없는 주5일근무제 도입을 올해 임단협 교섭의 핵심 요구로 내세우고 6월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주5일근무제 도입을 빌미로 노사정위원회 합의를 통해 휴일휴가 축소, 주휴 생리휴가 무급화, 탄력근로제 확대 등 노동조건 후퇴를 기어이 관철하려 했던 경총은 현장으로부터 노동자들의 요구에 의해 ‘노동조건 후퇴없는 주5일근무’가 합의되기 시작하자 5월 31일 이를 받아들이지 말라는 긴급지침을 내기에 이르렀다.

사실 민주노총의 지난 4년간의 투쟁으로 이미 대세가 되어버린 주5일근무제는 ‘근로기준법 개정’에 발목이 잡혀 이번 5월 투쟁에서 큰 성과를 남기지는 못하고 있다. ‘법개정 후’라는 단서조항이 붙어서 합의를 하고 있는 사업장이 꽤 많은 편이다.

민주노총은 임단투 현황에 대한 세부분석을 통해 임단협 투쟁에서 ‘노동조건 후퇴없는 주5일근무’를 현장에서 관철시켜내기 위한 세부지침을 내릴 계획이어서 올해까지 상당히 많은 사업장에서 주40시간 근무를 이뤄낼 것으로 보인다.

노동운동 탄압 중단과 원상회복
월드컵에도 계속된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와 노동운동 탄압에 맞선 사회보험노조, 생활임금쟁취와 완전월급제 실시를 요구하며 파업을 전개하고 있는 민주택시연맹, 60여개에 이르는 장기투쟁사업장의 상경 노숙투쟁이 5월말부터 6월까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월드컵 이전에 노동탄압 문제를 해결하자는 민주노총의 정당한 요구를 거부하고 정부와 사용자가 노동운동 탄압을 더욱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어 온 국민의 축제여야 할 6월 월드컵 기간중에도 민주노총 차원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 91호] 6.10 ~ 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