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다친것도 억울한데, 몰라카메라로 감시를?

박호빈(대우조선 노동조합 복지후생2부장)

산재은폐·노동조합 폭력탄압 자행하는 사측에 맞서 상경투쟁 70일째.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는 거제도 대우조선 노조에서 상집 간부로 일하고 있다. 모두들 알다시피 강화된 노동강도로 인해 발생된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오히려 노동조합에 대한 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는 대우조선 자본에 맞서 상경투쟁을 진행한지도 어느덧 70일 가까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 지난 6월 하순 경 거제도 대우조선에서는 '근골격계 질환'으로 요양 중이던 산재환자의 행적을 촬영한 비디오 테이프가 발견되었다. 대우조선노조에서는 2001년부터 근골격계 질환 조사사업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248명이나 되는 인원이 유소견자로 판명되었으며 그 가운데 76명이 산재요양신청을 하여 병원치료를 받고 있는 상황이었다. 회사측에서는 이를 은폐하고 축소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회유와 협박을 통해 노동조합과 산재환자를 탄압하여 왔다. 말하자면 회사측의 비열한 짓거리는 노동조합의 이러한 사업에 대한 그들 방식의 대책인 것이다.
이들의 비열한 행태는 그 전에도 병원으로 하여금 매일 산재환자에 대한 치료내용, 환자동향을 보고하라는 공문을 발송한 것이 폭로된 바 있는데, 급기야 이번에는 산재환자의 뒤를 따라다니며 비디오카메라로 몰래 촬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산재환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

6월18일은 평상시와 똑같이 대우조선 선각식당 앞에서 상집위와 대의원들의 참석으로 아침 출근투쟁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인력부 직원이 차량으로 이동하여 공장건물 2층에서 출근투쟁을 촬영하고 있는 것을 노동조합 사무국장이 발견하여 상집 2명을 파견해 카메라와 테이프를 입수하였다.
정당한 조합활동을 감시하고 그 자료를 수집하고 있는 인력부에게 경고 차원에서 테이프를 입수하였는데, 출근투쟁을 마치고 노동조합에서 그 테이프의 내용을 확인을 하던 중 말로만 듣던 산재환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테이프 안에는 차마 사람으로써 담을 수 없는 말들을 서슴없이 하는 장면과 산재환자의 사진들을 가지고 다니면서 확인하고 대조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장면들이 담겨있었다. 회사측은 이렇게 꾸준히 비열하고 악의적인 모습으로 산재환자를 탄압하고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을 감시하고 탄압하고 있었던 것이다.

산재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노동현실 - 급격한 노동강도의 강화

7000여 조합원들이, 늘어나는 현장의 통제와 워크아웃 이후 바쁜 공정에 쉴틈 없이 일을 해왔다. 평일에는 밤10시까지 작업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며, 휴일 날에도 바쁘다며 작업을 강요하였다. 1주일에 마음 편히 퇴근도 못하고 주말이면 늦어진 공정을 만회하여야 한다며 피곤에 지쳐있는 조합원들을 강요하고 휴일근무도 직·반장의 평가에 들어가 많은 사람들이 서서히 골병이 들어가고 있었다. 이렇듯 장시간 노동과 늘어나는 노동강도 앞에서는 무력해질 수밖에 없었다. 산재환자의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도 사망사고의 증가도 묵인할 수 없는 대우조선의 현실로 다가왔다.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산재환자 수가 100∼200명이었지만 워크아웃을 조기졸업하기 위해 시달렸던 조합원들은 서서히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유연성 미명 하에 자행되어왔던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지금 현재는 산재환자가 500명 가까이에 이르고 있다.

"산재를 은폐하라!" - 산재환자에 대한 회유, 감시, 탄압.

이렇듯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아는 사측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은폐하기에 급급하였다. 즉, 부족한 인원을 충원하고 노동강도를 조절하기보다는 산재환자를 만나서 위로금조로 1000만원에서 2000만원을 줄 테니까 회사를 그만두도록 회유하는가 하면, 앞으로의 치료생활 등은 회사와 무관하다는 각서를 작성하게 하고 계속적으로 산재환자나 치료종결을 받고 장애등급을 받은 사람들에게 집요하게 따라붙어서 회사를 떠나라고 종용을 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사진과 개인 신상이 담긴 산재환자 리스트를 만들고, 이 파일을 가지고 다니면서 병원 앞에서 산재환자와 불특정다수를 감시하고 일일이 쫓아다니면서 문제가 될만한 내용이 있는가 확인을 하고 있었다. 꼬투리가 잡히면 환자를 불러서 협박하고 치료종결을 강요하고 치료가 끝나지 않았지만 회사에 복귀시키고 징계하고 해고시키고, 정말 사람으로서 해서는 안될 일들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
병원에도 압력을 넣어서 환자들의 일일 동향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등 이런 황당한 일들이 지금 거제도 대우조선에서 벌어지고 있다.
열심히 일해서 골병든 사람에게 사생활조차 빼앗고 밖에서 가족들과 밥 한끼 먹을 자유도 박탈하고 있으며, 언제 어디서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공포심에서 살아가게 만들고있다. 이러한 문제로 노동조합은 사측과 교섭을 하였지만, 사측은 비공개적으로 진행되어온 이러한 일들을 오히려 공개시키면서 전담반을 구성하고, 뻔뻔하게도 '나이롱 환자를 색출하는 일에 노동조합도 함께 동참하자'는 어처구니없는 제의를 한 상황이다.

노동조합의 투쟁으로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일할 권리 쟁취하자!

하루하루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에게 노동조합은 자그마한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이번 투쟁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이며 이 문제와 관련하여 사측과 어떠한 타협하지 않을 것이고 당당하게 투쟁으로 우리의 권리를 위해서 맞서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