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아 dodani@kdlpnews.org
3백18명 해고, 8백94명 고소, 3천1백49명 가압류.
발전소 해외매각 반대를 외치며 38일간 파업투쟁을 벌인 발전노조 조합원들에게 돌아온 것은 회사측의 가혹한 탄압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파업이 끝난뒤 조합원들이 돌아간 현장은 이미 예전의 ‘그곳’이 아니었다.
◆ 제1라운드
‘서약서’ 강요 “본인은 그동안의 무단 결근으로 인하여 징계사유에 해당되는 잘못을 범하였으며 회사에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입힌 사실을 인정합니다… 정당한 이유없이 회사의 정상조업을 방해하는 파업, 태업, 설비점거 등 일체의 불법행위를 하지 않을 것과, 나아가 회사 및 상사의 정당한 업무 지시를 거부하는 등의 불성실한 근무를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합니다…”
현장으로 복귀한 조합원들을 처음으로 맞이한 것은 ‘서약서’였다. 회사측에서는 “강요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서약서를 쓰지 않으면 4차 징계대상자니까 해고될 수 있다”는 등의 협박이 공공연하게 자행됐다. “우리의 파업은 발전소를 해외에 팔지 말라는 애국행위”라던 조합원들에게 이 서약서는 자신들이 참여한 파업을 “불법파업”이라고 인정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결국 “서약서 작성 요구뿐만 아니라 서약서 내용과 작성 과정에서 나타난 근거들을 통해 볼 때 이는 명백한 인권침해이며, 노동권의 침해”(7/11 발전노조관련 인권단체공동조사단 결과)라는 지적이다.
◆ 제2라운드
‘개별감사’ “파업기간 중 지침이나 명령은 누구로부터 어떻게 몇번이나 받았나”, “귀하가 속한 조에서는 분임토의를 몇 번이나 하였나”, “파업기간 중 참가한 그밖의 회의나 모임은 있었나”, “앞으로 목적과 절차가 불법이라도 노조집행부의 지시가 있으면 파업에 참여할 생각인가.”
서약서를 쓰고 나니 이번에는 복귀자 전원을 상대로 개별감사가 진행됐다. 회사 간부가 ‘문답서’를 근거로 조합원에게 질문하고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문답서의 질문은 총 80개나 되었는데 그 내용이 너무나 구체적이어서 조합원들은 “경찰서에서의 조사보다 더 강도 높고 내용도 상세한 감사였다”고 말할 정도.
개별 조합원들에 대한 감시와 사찰도 이루어졌다. 회사측은 ‘불법파업 참가자 행동 기록표’라는 것을 만들어 각 부서 과장이 매일매일 조합원들의 행동을 보고토록 해 전조합원을 온건/중간/강성/구제불능의 4단계 등급으로 분류했다.
◆ 3라운드
‘산별노조 탈퇴공작’ 파업 이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가 바로 노무전담부서의 신설이다. 파업 전에는 총무부 내에 ‘노무과’로 있던 것에서 파업 이후에는 인력이 대거 보강된 ‘노무대책팀’이 새로 신설된 것. 또 파업 직후 발전5개사의 ‘파업종결에 따른 경영정상화 추진 기본계획’(4/7)과 산업자원부의 ‘발전노조파업 종식 및 향후대책’(4/11) 문건이 폭로되면서 “산별노조체제로부터 각 발전사별 개별노조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정부와 회사측의 의도가 드러났다.
정부와 회사측의 이러한 음모는 노조내 어용세력을 통해 구체화되었다. 지난 5월 31일 남동본부 일부 노조간부들에 의해 산별노조 탈퇴, 기업별노조 전환을 위한 조합원 찬반투표가 강행된 것. 그러나 조합원들은 이를 ‘부결’시킴으로써 정부와 회사측의 의도를 좌절시켰다.
◆ 노조의 반격 이외에도 해고자들사택에 대한 퇴거명령, 사내 통신망에서 노조 홈페이지를 비롯한 노동, 시민단체들의 홈페이지 접근을 차단시킨 것 등 발전회사들이 저지른 상식밖의 일들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 지경이다. 하지만 노조도 서서히 조직력을 회복하고 있다.
6월 5일 신종승 위원장직무대행 체계로 전환한 노조는 최근 남동발전 우선 매각방침에 대해 “더이상 물러날 곳도 없다”며 2차 총파업 배수진을 치고 싸우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6월 17∼19일 진행된 ‘희생자 구제기금’ 추가결의 총투표가 65% 찬성으로 가결된 것도 좋은 ‘징조’로 읽혀지고 있다.
신종승 위원장직무대행은 “5천6백여 조합원중 3천 명 이상이 임금 가압류된 상태에서 해고자들을 위한 희생자 구제기금이 결의된 것은 아직 현장이 살아 있다는 증거”라면서 “남동발전에 대한 우선 매각 결정이 흐트러진 조합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 98호] 7.29 ~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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