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말
외국의 보육정책 시리즈 마지막 순서로 일본의 보육정책에 대해 준비하였습니다. 일본은 대표적인 고령화 사회로 노인문제가 사회복지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는데 이는 저출산 문제와도 긴밀한 연결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1999년도 일본의 여자 1명이 가임기간 동안 갖게 되는 평균 출생아 수(합계출산율)는 1.34명으로(2001년은 1.41명) 이는 저출산에 대해 고민을 시작한 한국 1.42명보다 더 낮은 수치입니다. 자녀를 적게 낳는 다는 것은 젊은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이고 고령인구가 많아지는 현대사회에서 사회적 생산력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한마디로 사회전체를 하나의 가정으로 본다면 한 가정 내에 돈을 벌어 올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줄어들고 부양해야 되는 사람이 늘어간다는 것이지요. 일본 사회에서는 이를 소자화(少子化)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말 그대로 사람들이 자녀를 적게 가지고자 한다는 것이지요. 따라서 자녀를 낳게 하고 키우는 문제는 사회문제로 인식되어 여성들이 출산을 회피하지 않도록 아이를 낳고 키우는 어려움을 덜어주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여러 가지로 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로 2000년부터 5개년 계획으로 추진되고 있는 신엔젤플랜은 영아보육 확대를 통해 취업여성의 육아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입니다. 그러나 일본의 보육서비스의 역사를 살펴보면 출산율이 저하되기 이전부터 오랜 세월동안 조금씩 문제를 개선하면서 발전해 온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보육의 발전이 사회변화와 무관하지 않으며 한국 역시 변화하는 사회상황에 맞는 새로운 보육욕구와 과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보다 조금 앞서 달려온 일본 보육제도의 흐름을 살펴보는 일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사회변화와 보육제도의 변화 과정
1. 빈곤대책으로서의 보육제도
1947년 일본은 아동복지법이 제정되면서 보육시설이 제도화된다. 이전에도 탁아소가 있기는 했지만 이 시기 보육시설은 생계를 위해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어머니를 가진 아동들을 보육하기 위한 것이었고 따라서 보육에 필요한 비용은 일종의 빈곤계층에 대한 지원의 형식을 띠게 된다. 1951년 아동복지법 개정에서는 <보육이 결손 된>이라는 표현이 등장하였는데 가정제일주의 라는 육아의 원칙을 가지고 있던 일본으로서는 가정이외의 장소에서 영유아를 보육한다는 자체가 결손 된 것을 보충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보육시설을 이용하고자 하는 부모들은 맞벌이 증명을 해야 하며 행정기관에서는 이들 가정의 보육이 결손 된 아동을 지역 보육소로 “조치” 하고 조치비를 지급하였다. 말하자면 보육소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고 증명되는 영유아는 행정기관이 보육소를 지정하여 보내고 보육소 이용비용을 정부가 지급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조치제도는 보육시설의 입장에서는 안정된 운영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보육소가 확충되는 기반을 조성하였다.
2. 여성노동력 확보와 보육제도(60~70년대)
1950년대 후반에 이르러 일본은 한국전쟁이라는 특수를 맞아 경제적 고도성장기를 맞이하게 된다. 고도성장기에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하며 이는 곧 여성의 노동시장 진출로 연결된다. 생계를 위한 빈곤층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뿐만 아니라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자 하는 중산층 여성까지도 점차 노동시장으로 나오게 된다.(1977년 총리부 통계에 의하면 15세이상 여성의 46.7%가 노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이에 따라 육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요구도 커지게 되는데 노동조합 연합체인 총평부인회는 “우체통과 같은 숫자의 보육시설을” 이라는 슬로건으로 보육시설 확충운동을 전개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지역사회탁아소연합회와 여성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동사무소 하나마다 탁아소를’이라는 구호로 보육시설 확대를 요구한 것이 1980년대이다.) 일본의 대부분의 보육소들은 대개 이 시기에 만들어졌다. 이는 저임금 노동자가 필요한 정부의 요구와도 일치하였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시기에 여성노동은 어디까지나 보조노동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영아를 키우는 책임은 여전히 어머니에게 있다고 보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보육소는 8시간-10시간 정도 운영하며 만 3세 이상의 유아를 주로 보육하였다.
3. 여성의 사회진출의 보편화와 보육제도(80년대)
1975년 12월 18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은 많은 나라의 여성들의 삶에 영향을 미쳤다. 협약의 중요 내용에는 결혼 또는 모성을 이유로 한 여성에 대한 차별을 방지하며 여성의 근로에 대한 유효한 권리를 확보하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임신 또는 출산휴가를 이유로 한 해고 및 혼인 여부를 근거로 한 해고에 있어서의 차별을 금지. ˚특히 아동보육시설망의 확립과 발전의 촉진을 통하여 부모가 직장에서의 책임 및 사회생활에의 참여를 가사의 의무와 병행시키는 데 도움이 될 필요한 사회보장 혜택의 제공을 장려하는 것. 이 포함되어 있다. 일본은 1985년 이 협약에 비준하였고(한국은 1987년) 여성의 사회진출이 일반화는 과정에서 육아에 대한 보다 다양하고 포괄적인 지원이 요구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영아보육, 야간보육, 연장보육에 대한 욕구가 점점 커지게 되었다.
4, 저출산과 지역사회의 아동양육지원을 위한 대책으로서의 보육제도
90년대에 들어와서 그 동안 진행되었던 핵가족화와 저출산의 문제는 아동양육환경의 새로운 변화를 초래하였다. 즉, 가족성원내에 양육의 경험을 가진 사람이 없고 지역에서도 아이를 갖지 않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부모는 양육에 대한 조언이나 지원을 받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일하는 부모의 문제로만 인식되던 양육의 문제가 전업주부가 있는 가정에서도 나타나게 되었다. 따라서 보육시설은 맞벌이 가정으로부터 조치된 아동만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아동들의 양육문제에도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을 요구받게 된다. 저출산의 문제 또한, 단순히 맞벌이라는 이유만이 아니라 아이를 낳고 키우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하는 많은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면서 나타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양육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는 곧 조치제도에 있어서도 변화가 필요하게 되었다. 조치제도는 기본적으로 보호자 및 보육시설의 욕구와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채, 행정 권력에 의해 아동을 보육시설에 입소시키고, 그에 대해 일정수준과 동시에 일률적인 보육을 보장하면서 그에 필요한 비용을 보육시설에 조치비용으로 지급하는 제도이다. 그러나 보호자의 개별적 보육욕구가 다양화되면서 각 보육시설에서 거의 비슷한 보육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온 조치제도상의 보육제도는 한계를 가지게 된다. 이에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조치비는 보육소 운영비라는 명칭으로 지급되며 보호자가 보육시설을 선택하는 자유를 강조하면서 행정기관에 의한 입소알선과 조정이 남아 있기는 하지만 보육시설 스스로 보육내용을 결정하고 보호자는 시설을 선택하며 정부는 보육에 필요한 비용을 일정한 기준에 의해 지급한다는 시스템으로 변화하게 된다.
일본은 유치원과 보육시설이라는 두 가지 형태의 유아기관이 존재하며 후생성(한국의 복지부)과 문부성(한국의 교육부)이라는 두 개의 부서에서 관리되고 있고 여성의 사회진출에 따른 보육수요를 시설을 통해 확대해 왔다는 측면에서는 한국과 매우 흡사하다. 동시에 조치제도나 보육비용 차등지원을 통해 한국보다 훨씬 많은 공공성이 보장되고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 엔젤플랜(1995년~1999년)과 신엔젤플랜(2000년~)
엔젤플랜은 1990년대 이후의 일본의 소자화(少子化)문제에 대한 대책으로 1994년 12월 16일 문부성?후생성?노동성?건설성의 4개 부처 장관들의 합의를 얻어 만들어진 자녀양육지원 정책이다. 물론 엔젤플랜 이전에도 출산, 양육 지원과 관련한 정책들이 있었다. 1991년 제정된 육아휴직법(Child Care Leave Act)은 기존의 모성휴직 뿐만 아니라 출산 후 최대 1년까지 母 또는 父에게 육아휴직을 제공하였다. 그리고 아동수당법(Child Allowance Act)을 개정하여 아동수당 지급대상을 종전의 2자녀이상에서 1자녀까지 확대하였으며, 지급대상을 3세미만으로 그리고 지급액은 1~2자녀는 5천엔, 3자녀는 1만엔으로 규정하였다. 1994년에는 휴직기간 중 휴직당시 봉급의 25%를 지불하며, 피고용인 연금과 건강보험의 보험료 납부를 면제해 주기도 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발표된 엔젤플랜의 구체적 목적은 母의 취업 중 아동양육을 할 수 있도록 지원, 가정에서의 아동양육지원, 아동양육에 유리하게 주거 및 생활환경 개선, 교육에 있어서 학업성취를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고 감정발달 및 사회화 교육 강조, 부모의 아동양육 비용 감소 등이다. 공적 자원을 통해 양육지원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하여 1994년에 “5개년 긴급아동보호프로그램”을 시행하였고 “성평등사회를 위한 기본법”과 고용평등법을 각각 제정하였다. 엔젤플랜의 내용에는 저연령아(0-2세) 보육의 추진, 18:00 이후의 연장보육시설의 증설, 긴급 일시보육시설의 증설, 영유아 건강지원 데이 서비스사업의 촉진, 방과후 아동클럽의 증설, 다기능 보육소의 정비촉진, 가족지원센터의 증설 등의 항목이 포함되었다.
이와 같이 엔젤플랜은 자녀양육에 대한 사회적 지원을 종합적이면서도 계획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시행되었다.
그리고 엔젤플랜의 후속으로 1999년 12월 18일, 2000년 4월부터의 5개년 소자화 대책을 위한 신엔젤플랜이 발표되어 현재 진행 중에 있다. 신엔젤플랜은 대장성?문부성?후생성?노동성?건설성?자치성의 6개 부처의 장관의 합의에 의해 만들어졌다. 엔젤플랜 때 보다 2개 부처 장관이 더 참가하였다는 것은 그 만큼 일본의 소자화 문제가 국가?사회적인 위기요소이며 이에 대한 대응이 정부주도로 대대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신엔젤플랜의 주된 내용은 1)보육서비스 등 자녀양육지원 서비스의 충실. 2)일과 자녀양육을 위한 고용환경의 정비. 3)일하는 데 있어 고정적인 성별역할분업이나 직장 우선의 기업풍토 시정. 4)모자보건의료 체제의 정비. 5)지역에서 어린이를 키울 수 있는 교육환경의 정비. 6)어린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교육환경의 실현. 7)교육에 따른 경제적 부담의 경감. 8)주택 만들기와 지역 만들기에 의한 자녀양육지원의 7개 항목으로 나누어져있다. 이중에서 특히 1)보육서비스 등 자녀양육지원서비스의 충실이라는 내용에 따른 세부항목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1)저연령아(0-2세)의 보육소 입소의 확대, (2)다양한 수요에 응한 보육서비스의 추진- 연장보육, 휴일보육의 추진 등. (3)기관에 다니지 않고 집에 있는 어린이도 포함한 자녀양육지원의 추진-지역자녀양육지원센터, 일시보육, 훼미리서포트센터 등의 추진. (4)방과후 아동클럽의 추진이다. 이밖에 2000년에는 육아휴직기간 중 휴직당시 봉급의 40%(종전 25%)를 지급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되었으며 아동수당 지급대상을 3세에서 6세로 연장하였다.
♠ 결론을 대신하여
한국의 사회변화와 보육제도의 발전 가능성 처음 외국의 보육제도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한 나라의 제도는 어떤 형태로든 그 나라의 사회, 경제, 정치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 보육제도의 변화과정을 살펴보아도 일본사회의 양육과 관련된 사회환경, 가정환경의 변화와 부모들의 욕구 변화속에서 보육제도가 시작되고 변화되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엔젤플랜은 정부부처간의 협력을 통해 양육지원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이며 저출산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다. 앞으로 보육제도변화의 가장 주요한 요소로 평가되는 저출산의 문제는 한국에 있어서도 빠른 속도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의 보육제도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또는 변화해야하는 지에 대한 전망을 일본의 경험을 통해 짐작해 볼 수 있을 것이다.
2001년 여성부에서 발간한 < 저출산수준 지속화에 따른 21세기 여성정책방향 >이라는 자료집에 따르면 1960년 6.0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이 불과 40년만에 1.42명(1999년 통계청 산출자료)으로 급격한 저하를 보이고 있다. 또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는 1970년 368만명에서 2000년 900만명으로 증가하였고 초혼 연령은 1960년 여성 21.6세에서 2000년 26.5세로 높아졌다. 결혼한 부부는 반드시 자녀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대해 1991년에는 90.3%가 그렇다고 대답하였으나 2000년에는 불과 58.1%만이 그렇다고 대답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향후에도 지속적인 저출산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게 한다. 지속적인 출산저하는 인구고령화, 노동력 부족, 국가 경제의 침체 등을 낳는다. 따라서 출산저하의 문제를 인구정책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여성정책, 아동정책, 가족정책의 과제와 연계시켜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따라서 아동양육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의무를 강조하고 가족친화적 고용 및 사회전반에서 성평등을 강조하는 각종 정책이 도입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정책으로는 유급육아휴직제, 유급모성휴직제, 가족수당, 아동수당, 보육시설의 양적 확충 및 서비스의 질적 개선, 아동보호시간연장, 방과후 아동보호 확대, 교육 및 주택 보조, 세금감면, 부모의 근로시간 단축, 자녀양육의 양성분담을 위한 제도 등이 포함된다.
이는 보육문제를 보육시설의 문제에 국한시켜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육제도가 처음에는 저소득층 아동에 대한 지원으로 시작되고 일하는 부모의 요구에 따라 시설확대로 나타났다면 이제는 여성 취업의 증가와 결혼, 출산에 대한 의식변화, 산업화에 따른 지역공동체의 붕괴 등에서 나타나는 양육환경의 변화를 주목하여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앞으로 보육이 결손 된 무엇을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국가, 가정이 함께 총력을 기울여야 할 과제라는 인식의 전환 속에서 가능하다.
결국 보육제도의 발전 가능성은 보육의 문제를 다양한 사회와 가족의 문제이면서 동시에 보편적인 사회문제로 받아들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겠다.
참고자료
- 지역보육운동 / 스즈끼 쇼조 / 주민자치사 / 1994년
- 일본의 유보일원화 논쟁에 대한 일 고찰 / 최영신 / 한국영유아보육학회지 제 10집/ 1997년
- 일본의 보육과 보육제도 / 에다모토 신이치로/ 우리네아이들 / 2000년 11,12월호
- 일본의 특별보육제도 검토 / 강란혜 / 2002년
- 한국영유아보육학회 춘계학술대회 자유논문UN여성차별철폐협약 20년과 한국여성운동의 과제 / 한국여성단체연합 / 2000년
- 저출산수준 지속화에 따른 21세기 여성정책방향 / 여성부 / 2001년
- 제5차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 이행보고서 / 여성부 대외협력국 / 2001년
- 일본의 유아교육제도와 실태 및 보육정책 / 신춘선 / 서울시보육정보센타 사이버강의자료
정리: 본회 보육정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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