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소파협정 개정하라, 부시는 사과하라'는 10만여 민중의 함성이 서울전역을 뒤흔들었다. '주권회복의 날'로 선포된 14일 '오만한 미국규탄과 주권회복을 위한 범국민평화대행진'은 서울 시청앞 광장을 비롯해 전국 60여개 지역과 해외 16개 나라에서 동시에 진행되었다.

부시의 '개인적' 사과로도 막을 수 없는 전민중의 투쟁 열기
14일 오후 서울 시청 주변은 57년만에 미대사관앞을 접수했던 감격의 순간을 기억하며 이제 더 큰 투쟁을 만들어가는 민중들의 하나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복잡한 시청역 안에는 손에 초를 든 중고등학생들과 어린 아들, 딸의 손을 잡고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온 가족들의 모습들을 쉽사리 찾아볼 수 있었고, 어린이들은 '무죄판결 원천무효, 소파협정 전면개정' 서명운동에 참여하기 위해 고사리손으로 또박또박 자신의 이름을 적고 있었다.
"효순이, 미선이 누나를 살려내라고 나왔다"는 초등학교 1학년 이산하군은 "미군놈들은 전부 나가야 한다"고 다부지게 대회에 참여한 이유를 밝혔다. 이군의 아버지인 이양훈씨는 "당연히 나와야 할 곳에 나온 것뿐"이라며 "살인미군이 처벌받고 소파가 개정될때까지 이 시위에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인 13일 오후 10시 부시 미국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화를 통해 '개인적'으로 "깊은 애도와 유감을 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지만, 14일 10만 범국민대회의 불길을 식히지는 못했다. 오히려 '개인적인 수준의 유감표명'은 사과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부시대통령은 한국민앞에 직접 사과하고 소파를 전면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높이 퍼졌을 뿐이다. 촛불시위를 처음 시작했던 네티즌들은 "부시는 계속해서 간접사과만 하지말고 직접 나와 사과하라"며 분노했고, 범대위와 유족들은 "SOFA 개정을 약속하지 않는 이런 전화 한 통을 사과로 인정할 수 없다"고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친구들과 함께 대회에 참여한 장위중학교 2학년 백옥희 양은 "미군에게 살해당한 미선이, 효순이를 추모하기 위해 나왔다"며 "친구들이랑 수업시간 등에 이 사건에 대해 보고 많이 이야기했고, 이제 한국의 권리를 되찾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파개정, 부시 직접사과 요구하며 시청앞 광장을 가득 메운 10만여 서울시민
성탄절 트리로 단장한 넓은 시청앞 광장은 순식간에 10만여 서울시민과 청소년대책위, 동문회, 교회, 대학 등의 깃발로 가득찼다.
문정현 신부는 대회사를 통해 "58년 동안 미군에 큰 피해를 당해도 말 못하고 살아온게 서러워 눈물이 앞선다"며 "그동안 싸워온 동지들과 전국민의 힘을 일으킨 네티즌, 그리고 국민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문 신부는 또한 "간밤에 부시 대통령이 김대중 대통령에게 전화로 유감을 표시했지만 그 사과는 기만이다"라며 "부시 대통령은 그동안 잘못을 사과하고 주둔군 지위협정을 폐기하고, 살인미군을 한국법정에 세우겠다고 했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십여일간 미국 백악관 앞 시위 등을 진행하고 귀국한 방미투쟁단 단장 한상렬 목사는 "백 삼십만 국민의 서명을 받아 안고 미국 뉴욕, 워싱턴, LA를 행진해 돌아왔다"며 "효순이, 미선이의 진실을 알리며 미국과 국제 여론을 환기시켰고, 이제 해외 여중생 범대위가 결성되었다"고 방미투쟁단 활동을 보고했다. 한상렬 목사는 또한 "우리 민족을 유린하는 부시 정권은 회개해야 한다"며 부시 정권은 또한번 우리 효순이, 미선이를 죽였다"고 비판했다.
이날 대회에서는 아시아평화연대에서 웰든 벨로와 구와에 데루코씨를 파견하고 "정상적인 사회라면 도저히 받아들여질 수 없었던 것이 남한에서는 미국의 전략적 이해라는 명분으로 너무 오랫동안 정당화되어 왔다"며 "이제 한국민들도 오만한 힘으로부터 무고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일어서고 있다"고 연대사를 보내기도 했다.
2부 '우리모두 반딧불이 되어..효순이 미선이의 아리랑'에서 가수 신해철씨는 "우리의 촛불은 처음에는 효순이, 미선이의 죽음을 추모하는 것이었지만 이제는 한반도의 평화와 이땅의 젊은이들을 다시는 외국 전쟁에 내보내지 않겠다는 의지의 촛불"이라며 "이 촛불이 타는 한 한반도는 다시는 전쟁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며 미국은 그따위로 하라면 이땅에서 나가라"고 소리쳤다.
청소년대책위 김지은양은 "어른들은 아직 어리니깐 이런 곳에 나가면 안된다고 하지만 우리 청소년들은 생각만큼 어리지 않다"며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밖에 하지 않는 부시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을 우습게 봐서는 안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지은양이 발언을 하려는 순간 도처에 있던 청소년들은 "청소년이 앞장서자"고 구호를 외치며 청소년들의 투쟁열기를 보여줘 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기도 했다. 처음 촛불시위를 제안했던 ID 앙마 김기보씨는 "지금 이 자리에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지만 소파개정되고 부시사과를 받을 때까지 하나되어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우리 한명한명 양심의 행진이 미국이 최고의 선이 아님을 깨닫게 해줄 것"이라고 당부했다.
5시 30분경 날씨가 어두워지기 시작하자 어디선가부터 촛불이 켜지기 시작했고, 그 촛불은 손에서 손으로 이어져 시청앞 과장을 가득 밝혔다. 상징의식으로 성조기 찢기가 진행되자 광장을 가득 메우던 사람들은 성조기의 마지막 한 조각도 놓치지 않고 잘게 찢으며 미국에 대한 분노를 보여주었다.

이어 고 심미선양의 아버지 심수보씨와 고 신효순 양의 아버지 신현수씨가 단상에 올라서자 시민들은 일제히 "아버님 힘내세요, 어머님 힘내세요, 우리가 있습니다"라고 외치며 유족들을 격려했다.
심수보씨는 "국민들이 함께 하면 오만방자하고 파렴치한 조지부시를 무릎꿇게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는 불평등한 소파개선이 아니라 개정을 촉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심수보씨는 또한 "미선이, 효순이의 몸은 떠났어도 영혼은 정의를 찾기 위해 싸우는 국민 여러분과 영원히 함께 할 것"이라며 "자존심을 지켜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신현수씨는 "부시가 간접사과를 했지만 꽃이 피었다고 다 열매를 맺는 것이 아니다"며 "꽃이 피어도 열매가 충실치 않다면 그 꽃은 전혀 필요없는 것이니 그 열매를 볼 때까지 함께 해주십시오"라고 이후 투쟁에 함께 해줄 것을 당부했다.

10만 촛불의 물결, 광화문을 뒤덮고
이미 촛불대행진 원천봉쇄 방침을 밝힌 바 있는 경찰은 6시경 10만여 촛불의 행진이 시작되자마자 시청 바로 옆에서 행진을 막아섰다. 이 과정에서 광화문을 향해 진출하려던 시민 다수가 경찰의 방패에 부상을 입는 일도 벌어졌다.
행진이 시작되면서 촛불의 숫자는 더욱 늘어났고 일제히 '비켜라'를 외치는 대오 속에서 수녀님들과 연등을 앞세운 스님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서울 하늘 가득 메아리 치는 '비켜라'는 외침에도 대오를 가로막은 경찰에 3-4만여의 시민들이 무교동으로 이동해 광화문 사거리를 촛불로 밝혔다.
시민들에게 앞뒤로 막힌 경찰은 미대사관 진출을 막기 위해 광화문 사거리에 겹겹의 전경차로 방어선을 만들어 놓고 광화문 쪽으로 일제히 빠졌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추모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합시다'는 전광판 광고를 계속 내보내던 국민의 정부와 경찰은 결국 10만여 시민의 목소리보다 미국의 눈치를 더 보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시민들은 일제히 '불법주차 견인하라, 비켜라'를 외치며 미대사관 앞으로 가고자 하는 열망을 표현했고 결국 시민과 학생 1천여명이 경찰 저지선을 뚫고 미대사관 앞까지 진출하는데 성공했다. 이후 9시 20분경 범대위는 '인명피해를 우려해 공식적인 집회를 마무리한다'고 밝히며 집회 해산을 발표했다.
이날 비록 10만여 촛불의 행진이 겹겹으로 막아선 전경차로 인해 미대사관앞을 점령하지는 못했지만 촛불의 행진은 집회 참가자들의 귀가길에도 계속 이어졌다.


14일 시청앞 범국민 평화 대행진[리얼플레이어]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