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전운 감도는 2월 노동현장-①근기법개악안 통과를 막아라

설 연휴가 상징하듯 2월은 아직 한해 계획을 세우고, 청사진을 가다듬는 때다. 그러나 이 땅의 노동자들은 그렇듯 차분하게 살아갈 팔자가 아닌 모양이다. 새해 벽두부터 두산중공업 노동자 고 배달호 씨의 분신항거 소식에 비통해 했는데 사태해결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역대 어느 정권보다 '친노동적'이라는 소리를 듣는 노무현 정권 출범이 임박했지만 들려오는 건 '근기법개악안 처리강행' 등 우울한 소식뿐이다. 벌써부터 머리띠 두를 준비를 해야 하는 노동자의 2월. 그 내막을 살펴본다.

환노위 논의 순간 '속전속결' 불보듯
민주노총, 조직별 전열정비 나서…"이번엔 확실히 끝장보자"


대통령직 인수위가 "2월 임시국회에서 주5일근무제 관련 근로기준법개정안을 처리하는 데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중앙위(1월15일)에 이어 2월4일 중앙집행위에서 총파업 방침을 다시 확인했다. 그 시기는 국회 환경노동위가 법안을 논의하는 시점으로 하되 구체적인 총파업 돌입시점은 중집위에서 최종 결정키로 했다.

민주노총은 특히 인수위쪽이 지난 1월28일 4차 회동에서 "민주노총이 파업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고 밝힌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인수위쪽은 이날도 3차 회동(1월19일)과 마찬가지로 시행시기를 8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고, 주5일제를 도입하는 중소기업 사업주 지원방안을 마련해 처리하는 방안을 내놨다. "민주노총 의견을 수렴하지 않겠다는 뜻이냐"는 물음에 대해서는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참가해서 시한과 쟁점을 정해 논의할 수 있다"고 나왔다. 인수위쪽의 태도는 민주노총의 파업의지를 시험해보려는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총파업 돌입시점은 '법안이 환노위에 상정되면 복잡한 논의보다는 속전속결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라 설정됐다. 민주노총 김태연 정책기획실장은 이와 관련
"개악안은 이미 환노위에 계류 중인데다 인수위쪽이 민주노총 파업과 무관하게 국회통과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라고 그 취지를 설명했다.

민주노총의 요구는 '계류 중인 근기법개악안을 폐기하고 노동조건 개악 없는 주5일근무제를 실시하라'는 것으로 모아진다. 민주노총은 한 때 "개악반대만 외칠 경우 '대안도 없이 반대만 한다'는 역공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의원입법안 발의를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나라·민주 양당 환노위원 3∼4명을 만나 의사를 타진했으나 다들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국회일정은 2월5일 1차 본회의를 시작으로 각 상임위가 13~15일, 18~24일, 27일~3월5일 법률안을 심사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근기법개악안은 이 일정에 맞춰 환노위 상정-법사위 회부-환노위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다. 국회일정에 따르면 본회의는 10∼12일, 17일, 25∼26일, 3월6일로 잡혀 있다.

민주노총은 이에 따라 조직을 총동원해 최대한 빨리 전열을 가다듬을 계획이다. 2차 중집위를 시작으로 16개 산별연맹과 14개 지역본부별로 2월10일까지 비상대표자회의를 열어 상황을 공유하고, 2월 세부투쟁 계획을 논의한다. 단위노조는 2월15일까지 상집이나 비상확대간부회의 등을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투쟁을 결의하며, 총파업 결의를 마치지 못한 노조는 즉시 총회, 대의원대회, 상집위 등을 열어 이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번 투쟁 역시 자동차 3사노조 등 금속과 화학섬유 등 제조업이 주축을 이룰 전망이다.

이들 연맹은 인수위가 근기법개악안 국회통과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1월24일 한국노총 제조연대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개악중단과 주5일제 재논의를 촉구했다. 현대자동차노조의 한 간부는 "6개 현장조직이 지난해 11월5일 총파업 수준을 넘어 이번엔 확실히 끝장을 봐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정경은 joungke@nodo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