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라코아의 모습 |
도시의 역사와 관련된 작은 박물관도 있다. 고립된 덕분에 전통을 유지했고 생태계가 보존되어 왔다. 쿠바 사람들에 있어서 바라코아는 자연이다. 사람들은 수세기 동안 고기잡이와 코코아, 코코넛, 바나나 농사를 지어 왔다. 아름다운 곳이다. 바로 그 바라코아 인근에 훔볼트 국립공원이 있다.
훔볼트 국립공원은 쿠바 동부지역 관타나모 주에 위치한 바라코아의 토아 강 하류일대에 위치한다. 훔볼트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은 근대 지오그라피의 아버지로 불러지는 독일인 알렉산더 폰 훔볼트(1769-1859)가 이 지역에 와서 생태조사를 하여 그 귀중한 가치를 발견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 훔볼트 조각상 |
1959년 혁명 전에는 이 곳의 나무들을 벌목하여 미국으로 반출했으며 그 장사꾼은 혁명이 되자 미국으로 도주했다고 한다. 훔볼트 공원은 벌레를 잡아먹는 식물을 비롯해 식물류와 조류 등 희귀한 것들이 많고 이곳에서만 서식하는 새들도 18종이나 되어 국가로부터 철저히 보호되는 지역이다.
본격적으로 보존개발의 프로젝트가 시작된 때는 1996년 이후이다. 토아 강 해안에서부터 넓게 분포된 훔볼트 국립공원은 4개구역으로 나누어 보존개발되고 있다.
▲ 구역별로 나누어진 훔볼트 국립공원 |
이 지역은 원주민을 제외하고 내국인들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 국가가 철저히 관리한다. 석탄이 묻혀져 있으나 채굴이 금지되어 있다. 수십킬로미터 떨어진 인근지역에 니켈 생산지가 있으나 오염문제는 없다고 한다. 이 지역은 비가 많이 와 연강수량이 3600mm정도란다.
훔볼트 국립공원은 국가가 자연자산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이다. 나는 생태환경 자체보다도 국립공원을 보존개발하면서 어떠한 방식으로 하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여기에서도 쿠바는 주민참여 커뮤니티를 활성화한다는 점이 돋보인다.
▲ 훔볼트국립공원내 마을 사람들 |
나는 이 곳 주민들 세계에서 며칠이라도 머물렀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두 가지 문제로 포기했다. 하나는 댕기라는 모기의 위협이다. 내가 여행했던 2006년 여름에는 댕기의 활약이 컸던 모양이었다. 다행히 내가 체류하는 기간은 국가가 워낙 방역사업을 철저히 해온 터라 댕기에 노출되지는 않았으나 항상 조바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댕기에 물리면 치사율도 있지만 댕기는 약이 없어 한 열흘은 고열로 무조건 고생을 해야 한단다. 두 번째는 외국인 관광객은 민박집 외 민가에서 잘 수 없는 이유에서였다.
우리는 지오그라피 전문가인 헤오바니쓰 프로드게쓰 고바쓰의 안내를 받으며 훔볼트 국립공원 보존개발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바라코아에서 또다른 동료 운전수와 차량을 물색하여 동행해주었는데, 그는 왕복 기름 공급만을 요구하였다.
한화 2만원 가량에 해당하는 20페소 어치의 기름을 넣었다. 비포장도로로 4-50분을 달렸다. 가는 도중에도 그는 말이 끊이지 않았다. 두껍지 않은 목재로 지어진 공원 안내소에서 한참을 설명해주고 보트에 태워 토아 강 하류의 현지답사를 시켜줬다. 그는 매우 친절했다. 돌아오는 길에 우연찮게 해변가에서 호객행위하는 주민의 권유로 그날 잡아왔다는 싱싱한 랍스타를 아주 저렴하게(6천원!) 먹을 수 있었는데, 그는 우리에게 양보를 하는지 생선만 손대고 랍스타는 전혀 먹지 않았다.
▲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고바쓰 씨 |
다음은 고바쓰 씨가 훔볼트 국립공원 보존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우리에게 설명해준 이야기 요지이다.
모아 강 하류의 맹그로브 나무 숲을 보라. 맹그로브 나무는 섬 전체를 보호하고 지탱시키는 역할을 하고, 산호초의 먹이가 되기도 하며, 게들의 서식지이기도 하며 생태순환의 담당자이다. 그리고 그 나무는 장작으로도 좋으나 구두의 빨간색을 내는 데 사용되고 있으며 나무의 수면 부위에 다닥다닥 붙어 서식하는 작은 조개류는 칵테일 원료로 사용된다. 생태적 가치 뿐만 아니라 경제적 가치도 있다. 혁명시기에는 나무 이파리를 편지지로 사용한 역사적 경험도 있다.(현장을 안내하며 고바쓰 씨는 직접 이파리를 따 자기 이름을 새겨 건네주었다. 이파리는 부드럽고 단단하며 글씨가 잘 새겨진다.)
▲ 맹그로브 나무숲 |
▲ 쿠바 혁명 당시에 편지지로 사용된 맹그로브 나무 이파리[1]. 안내자가 자기이름을 써보였다 |
국립공원 내 지역주민들은 3월의 여성의 날, 5월의 농촌의 날, 쿠바 여성의 날 등 축제를 한다. 음식 등을 차려 같이 나눠 먹으며 커뮤니티 축제를 벌인다. 이는 훔볼트 국립공원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것과도 관련된다. 특히 생태환경과 관련하여 여성들의 문제로 인식한다.
▲ 훔볼트 공원 내의 민가와 주민 |
이 지역 여성들이 쿠바 전지역에 선전활동을 하기도 한다. 보존개발 프로젝트에 주민들을 배제시키거나 소외시키는 일은 없다.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이주시키는 일도 없다. 주민들로 하여금 보존개발의 중요성을 자각하여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우선적으로 오지에 사는 주민들의 주거 환경이나 삶의 질을 높여주면서 출발한다. 훔볼트 프로젝트에서는 지붕 개량, 상수도 설치, 수력전기 보급, 각종 물품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주민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는 방향으로 주민들과 함께 하도록 한다.
이전에는 마구 채취했던 조개나 나무들도 보호해야 함을 주민들은 알게 된다. 이는 생태보존 전문가들이 교육하는 것도 있지만 일방적으로 훈계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노인네 등 지역주민들이 생태계를 더 잘 안다. 그래서 때로는 전문가들은 지역 주민들의 경험담에 귀기울인다.
주민들이 경험담을 교육하면 전문가들도 다 경청한다. 보존개발 프로젝트에서 교육은 매우 중시된다. ‘플랜 오페라띠보’라는 교육 프로그램은 4개 구역 각각이 구성한다. 각 구역들의 생태·지리조건이나 환경·서식생물들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들을 고려한다. 훔볼트 국립공원에는 30여명의 전문가들이 있다. 지역주민들도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개구리에 관한 전문가도 있다.(우리를 위해 보트의 노를 저어준 사람이 개구리에 빠삭한 박사란다).
▲ 훔볼트국립공원의 개구리 전문가 |
아이들도 학교교육을 통해 참여하도록 한다. 구역마다 학교가 있고 아이들은 1주일에 4시간씩 교육을 받는다. 아이들로 하여금 지역사회와 생태환경에 관심갖도록 하는 것이다.
한 국립공원 보존개발을 위해 주민들의 농업활동을 금지시키거나 방해하지 않고 조화될 수 있도록 계획한다.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전문가나 환경청과 논의한다. ‘식물과 동물을 재배·양육하는 사람들의 모임’도 운영된다. 다른 지역에도 다 존재하지만, 라는 공동농장과 개인농장이 있으며, 이들은 매달 회동한다. 훔볼트 국립공원 보존개발에 있어서 생태보존개발 프로젝트와 주민농업활동이 결합되어 연계되고 있고 이러한 커뮤니티 활동은 잘 되고 있다.
훔볼트 국립공원 사례는 생태보존과 인간의 삶이 유리되는 게 아니고 인간의 삶 속에서 생태보존이 이루어지고 그 반대로 생태보존 속에서 인간의 삶도 이루어지도록 하는 생태-문화의 대화가 크게 자리잡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을 실천하는 매개공간 역할을 하는 것이 지역주민 커뮤니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