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의제 활발한 토론 부쳐야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남북간 준비 접촉이 예정보다 하루 늦어진 14일 개성에서 열린다. 이날 남북 준비접촉에서는 28일 방북 대표단의 방북경로와 체류일정, 대표단 규모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남북정상회담추진위원회는 12일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 주재로 제1차 회의를 가졌다. 문재인 실장은 이날 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 의제는 남북정상회담 기획단에서 점검되고 추진위에서 결정된 뒤 대통령의 재가를 받을 때 최종 확정된다"며 의제와 협상안에 대한 언론 보도에 우려를 표시했다.
국정브리핑에 따르면 문재인 비서실장은 "각 부처에서는 여러 가지 의제안을 만드는 데 있어서 이 부분이 언론에 잘못 알려지지 않도록 유의해주기 바란다"면서 "중요한 것은 회담의 결과가 민족에게 실질적으로 어떤 이익과 성과로 남을 것인가 하는 점"이라고 강조했으며,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뒤 "정상회담에 대해 여러 아이디어와 내용이 있겠지만 유의해 보도해주기 바란다"며 의제 등이 대통령 재가를 받아야 확정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정부의 이같은 태도는 남북정상회담 공식 보도 이후 언론의 추측보도 등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보도상의 문제를 짚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있어 남북정상회담이 갖는 비중과 파장을 고려할 때 의제 설정이 시민사회와 반전평화운동 세력과 유리된 채 진행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은 모습이다. 비록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정부와 언론, 학계, 반전평화운동 세력 모두가 남북정상회담의 의제에 대해 보다 활발한 토론을 펼칠 필요가 있으며, 신중한 언론보도 당부가 이를 제한하는 것으로 비쳐지지 않아야 한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합의서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회의결과에 따르면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는 이미 설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합의서는 "6.15남북공동선언과 우리민족끼리 정신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평화, 민족공동의 번영, 조국통일의 새로운 국면 등 세 개의 포괄적 의제를 표현하고 있고, 노무현 대통령은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한 자리에서 △한반도 비핵화 △남북 평화문제 △군비통제 △경제협력 등을 의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같은 의제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이 어떤 합의를 도출 할 지는 단정하기 어려우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남북관계 문제 해결 흐름이 남북정상회담 개최 여부와 관계없이 추진되거나 논의되어온 맥락이 있다는 점에서 대략적인 예상이 가능하고, 따라서 보다 공개적이고 투명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남북평화 문제 =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의제
노무현 대통령이 밝힌 네 개의 의제 중 '남북평화 문제'는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진전을 의미하며, 이는 4자회담을 통한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그리고 북미수교의 전망을 포함하는 의제로 해석된다. 한반도 평화 의제가 나머지 세 개의 의제와 분리해서 볼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언론과 학계는 '한반도평화선언' 채택을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한반도 긴장 완화 및 항구적 평화상태의 달성을 위한 공동노력'을 내용으로 하는 한반도 평화에 대한 양 정상간 의지 천명은 적대적 대립관계를 청산하는 의미 외에도 4자회담을 통한 종전 선언, 6자회담의 다자간 평화포럼으로의 발전 등을 촉진한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로 꼽힌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요체는 평화협정 체결이며 평화협정 체결의 주체 당사자는 남.북.중.미 4자로 정리된다. 4자가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 또는 평화조약을 체결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전쟁 종결을 국제사회에 확인시키고 향후 전쟁 재발의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원칙, 규범, 기구 등의 총체적 합의를 이루는 일이다.
북에 있어 한반도 평화는 한국전쟁 이후 지속적으로 위협받아온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미국과 남의 동맹정책의 중단을 지향한다. 중국 역시 한미동맹에 따른 주한미군의 아시아태평양신속기동군화,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 등이 중국에 실질적인 군사위협이 된다는 점에서 큰틀에서 북의 입장을 지지하는 태도이다. 이에 대해 미국은 한미동맹이 한반도평화체제 수립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며, 북핵 해결을 전제로 북미 관계 정상화로 한반도평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최근 종전선언문이나 북한체제안전보장문서 채택 등을 제시한 것도 그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노무현정부는 한미동맹이 한반도평화체제 수립과 무관하다는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편이지만, 북핵과 북미 관계 정상화 못지않게 남북 당사자의 평화협정과 군비통제 및 남북경협을 강조하는 편이다.
한반도 평화 위협 원인은 미국의 적대정책과 한미동맹
결국 한반도 평화 문제의 근인은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과 이를 밑받침하는 한미동맹에 있으며, 따라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의 거시적 방향은 북미수교와 한미동맹의 비동맹으로의 전화를 통해 이루어져야 함을 시사한다.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의 중단과 한미동맹의 비동맹으로의 전화는 동시에 안보동맹으로서의 북중동맹의 변화를 동반하는 합의와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13합의가 한반도 비핵화 조기이행을 공동목표로 두고 있고, 9.19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한 구체계획을 통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협상 착수를 목표로 하는 만큼, 그리고 지금으로서는 초기단계 이행조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시기인만큼 남북정상회담에서 2.13합의의 행동 대 행동 원칙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의 의제 중 가장 중요하게 꼽히는 것이 남북평화 문제이다. 한반도 평화를 정체, 굴절시키는 주요 원인에 있어 미국의 동북아 군사전략 및 대북 적대정책이 일차적 원인이라는 점을 상기하고, 2006년 1월 한미 간에 합의한 전략적 유연성 등 한미동맹 정책이 문제풀이를 어렵게 하고 있다는 점을 시인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의 발목을 잡고 있는 대북 적대정책의 철회를 강조하고, 한미동맹을 재고한다는 시사점이 던져진다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획기적인 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이로부터 4자회담을 통한 종전선언 구상과 북미수교, 그리고 6자회담의 동북아평화포럼으로의 발전을 위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종합적인 그림이 그려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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