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 10월 2-4일로 연기

수해 때문.. 6자프로세스에 따라 한층 탄력받을듯

청와대는 오늘(18일) 북 통일전선부장 김양건 명의로 김만복 국가정보원장 앞으로 전통문을 보내와 노무현 대통령의 28일 평양 방문을 10월초로 연기하되 구체적인 방문 날짜는 남측이 편한 대로 할 것을 제의해왔다고 밝혔다.

북은 그동안 평양 방문을 성과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성의 있는 노력을 기울여왔으며, 준비접촉과 분야별 실무접촉에서도 원만히 합의를 보았으나, 북한 대부분 지역에 연일 폭우가 내려 많은 피해를 입었으며, 이로 인해 수해를 복구하고 주민들의 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되,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북의 입장은 변함없다며 남측의 이해와 호응을 기대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오늘 오후 2시 남북정상회담추진위원회를 열고 북의 제의를 수용하기로 결정, 노무현 대통령의 방문일자를 여러 가지 일정을 감안하여 10월 2일(화)부터 10월 4일(목)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오늘 브리핑에서 "북측은 날짜를 다시 정하는 데 있어서 10월 초로 하되 남측에서 정확한 날짜를 잡아달라고 알려왔다"며 "10월 1일은 국군의 날, 3일은 개천절 및 북한의 단군기념일, 10일은 노동당 창건 기념일이어서 2일부터 4일까지 정상회담을 갖자고 정했고 북측도 동의한다고 연락이 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한 북의 대규모 수해 발생과 관련, 이미 결정한 긴급 구호물품 전달 외에도 국회와 대북 구호단체, 시민단체 및 국제사회와 협조해 수해복구를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입장이다.

북에는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평양 580mm, 북창 796mm 등 연평균 강수량의 절반 이상이 한꺼번에 쏟아졌으며, 국제적십자연맹에 따르면 갑자기 내린 폭우로 실종.사망자가 300여 명에 달하고, 주택 8만 채가 파손되어 35만 명이 보금자리를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황해북도의 경우 경작지의 70%가 수해 피해를 보았고, 10만 톤 이상의 곡물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북이 오늘 오전 정상회담 연기를 요청하는 전통문을 보내온데 대해 이관세 통일부 차관은 "북한이 정상회담 개최 전에 수해 복구를 해보려고 했으나 물리적으로 힘들었던 것 같다"면서 정상회담 연기요청 이유가 말 그대로 수해 때문인 것으로 확인했다.

16-17일 중국 심양에서 열린 6자 비핵화 실무그룹회의가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된 상황으로 볼 때 정상회담 연기에 특별한 배경과 이유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리근 북 외무성 미국국장은 18일 6자회담 비핵화 실무그룹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모든 핵 계획과 핵시설을 다 투명성 있게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회의에 대해 "6자 각국은 자기가 처한 임무를 이행하기 위해 구체적인 것을 심도 깊게 실무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지하게 논의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이 의제 준비 기간이 짧은 데다 6자회담과 6자 외교장관회담 등을 통해 북핵 문제 해결 진행과정을 보고나서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안정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연기됨에 따라 9월로 예정된 6자회담 전체회의와 6자 외교장관회담 등 6자회담 프로세스가 일정한 성과를 낼 경우 미뤄진 10월 남북정상회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당장 20일부터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실무회의가 예정되어 있고, 9월 초에는 유럽의 제3국에서 북미관계정상화 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9월 초 열릴 아펙에서는 한미정상회담 개최 여부도 점쳐지고 있다.

9월 6자회담 전체회의에서는 '완전한 신고'와 '핵 시설 불능화' 등 2.13합의 중간단계 조치와 관련한 진전된 논의가 예정되어 있고, 특히 9월 외교장관회담에서 북이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고 불능화 실천방안에 대한 합의를 이룰 경우 한반도를 비록한 동북아 평화체제 구축 문제가 본격 거론될 전망이다.

이처럼 10월 2일 남북정상회담 전에 6자회담 차원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진전된 내용이 도출될 경우 남북정상회담에서 다룰 예정인 여러 의제들도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두 정상이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천명할 경우 북미관계 정상화와 4자정상회담 및 6자정상회담 개최 문제도 자연스럽게 거론될 것이고, 다자정상회담은 종전 선언과 평화협정 문제를 포함한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룰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물론 9월 한 달동안 6자 평화프로세스가 반드시 순조롭게 풀린다고 볼 수만은 없다. 2.13합의 중간단계 조치가 각종 회담을 통해 얼마만큼 속도를 내느냐에 달린 문제이고, 이 과정에서 북과 미국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뜻하지 않는 재해로 인한 남북정상회담 일정 조정에 따라 9월 한 달은 향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있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남북정상회담 일정이 조정된다는 소식에 따라 대선 정국에 미칠 영향을 따지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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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 남북정상회담 , 6자회담 , 한반도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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