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해결 흐름, 남북정상회담 한층 탄력받을듯

북핵 연내 불능화, 테러지원국 해제 논의 진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북미관계정상화 실무그룹회의에서 긍정적인 성과가 도출되면서 10월 2일로 예정된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북은 3일 미국이 북 핵시설 연내 불능화에 대한 대가로 북을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외무성 대변인은 "북미가 연내 북한 핵시설을 무력화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를 취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히고 "이에 대한 대가로 미국은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북한을 삭제하고 적성국 무역볍에 따른 제재를 전면 해제하는 등의 정치적 경제적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2.13합의에서 중간단계 조치로 명시한 핵 불능화란 핵시설 핵심부품을 해체해 핵시설 재가동 되지 않도록 사용 불능상태로 만드는 것이며, 이는 핵 영구 폐기 직전 단계를 의미한다. 핵심 부품을 빼낼 경우 재가동에 약 5년이 걸리므로 사실상 새로 건설하는 것과 다름없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측 수석대표도 양국이 연내 핵시설 불능화에 합의했다고 밝히고 북을 테러지원국에서 해제시키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최종 합의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북미정상화 실무그룹회의 참석 후 호주 시드니를 방문한 크리스토퍼 힐 수석대표는 중앙통신의 관련 기사가 사실무근이라고 부정하고 북의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관련 "북한이 앞으로 비핵화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에 달려 있다"고 말해 테러지원국 삭제가 바로 이뤄지는 것이 아님을 시사했다.

이로 미루어 북미 양측은 핵물질, 즉 플루토늄 및 우라늄핵프로그램의 해결방안과 관련해서는 어느 정도 의견접근을 이뤘지만 북이 보유한 핵무기 신고에 대해서는 최종 합의가 안 된 것으로 보인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분간 북미 양측은 핵 무기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놓아둔 채 핵물질 신고와 핵 시설 불능화에 집중하고 그 진척 정도에 따라 북미간 관계개선 속도가 조절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이 보유한 핵무기 검증은 내년쯤에나 가서야 본격적으로 이루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내외신을 종합해볼 때 북미정상화 실무그룹회의의 결과에 대해 긍정적인 보도와 해석이 주를 이룬다. 이달 중 열릴 6자회담에서 2.13합의의 후속 합의가 이루어지고 10월 초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와 10월로 예정된 6자외교장관회담에서 연내 핵 불능화에 대한 명시적인 합의가 확인되면 미 행정부는 이르면 올해 안에 북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와 적성교역법 적용 중단 절차를 밟을 수도 있다. 미 국무부는 매년 4월에 테러지원국 지정을 하지만 해제는 부시 대통령이 결정하고 상.하원 의장에게 각각 보고서를 제출, 정해진 절차를 밟으면 이뤄진다.

북미관계정상화 실무그룹회의의 진전은 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예상되었다. 크리스토퍼 힐 미 수석대표는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연내 북핵 프로그램의 신고 및 불능화가 이뤄지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까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및 동북아 평화안보체제 구축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부시 대통령 역시 하루 뒤인 30일 아태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 임기 내 해결 의사를 피력했고 실무그룹회의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의 화해 제스츄어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화답한 결과가 실무그룹회의에 반영되었다는 해석이다.

이에 따라 9월 6자회담과 6자외무장관희담 결과에 따라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연내 북 방문 시나리오도 거론되고 있다. 이 경우 세계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의 북 지원 계획도 구체적으로 거론될 전망이며, 한국전쟁 종전 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남북중미 4자회담의 조기 성사 가능성도 점쳐지게 된다.

북미관계정상화 실무그룹회의가 진전됨에 따라 9월 5-6일 울란바토르에서 열릴 예정된 북일관계정상화 실무그룹회의도 주목받고 있다. 미국은 테러지원국 명단 삭제 여부를 북의 일본인 납치 문제와 연계시키고 있어 북일간 회의 결과도 한반도 해빙 국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일본은 1970년대에 납치된 요코타 메구미 등 사망자 문제는 종결 처리하고, 생존자는 일본으로 송환받는 식으로 납치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북이 유연한 태도를 보이거나, 계속 논의하겠다는 태도만 보이더라도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진다는 진단이다.

북이 연내 불능화 원칙을 받아들이고, 미국이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의사를 보인만큼 10월초 남북정상회담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남북정상회담이 6자회담과 6자외무장관회담 사이 징검다리에 위치해, 북핵 문제 해결 흐름 속에서 평화체제 문제와 남북경협에 대한 폭넓은 논의 지형이 만들어지고 있다.

남북정상회담까지 주요 일정으로, 9월 3일부터 8일까지 북을 제외한 5자 외교장관 비공식회의 및 양자회의(시드니 아펙), 9월 중순 6자회담(북경), 9월 25일부터 10월 3일까지 유엔총회, 10월 2일-4일 남북정상회담, 10월 중순 6자외무장관회담 등이 잇따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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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 남북정상회담 , 6자회담 , 불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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