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이 핵을 폐기하면 남북경제공동체를 추진하겠다."

비핵개방3000을 공약으로 하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신한반도 구상을 강조했다.

10일 오전 중앙일보와 유민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J-글로벌포럼 기조연설에서 이명박 후보는 "북한의 본격적인 핵 폐기 단계 진입을 전제로 차기 정부에서 남북경제공동체협력협정(KECCA)을 체결, 남북경협을 활성화한다"고 밝혔다.

이명박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최근 북이 연말까지 핵 시설 불능화 의사를 표명한데 대해 진전되었다고 말하고 "내년에 본격적인 핵 폐기 단계에 진입하면 곧바로 비핵개방3000 구상을 실천에 옮기기 시작하고, 이를 위해 차기 정부에서 북한과 함께 남북공동체 실현을 위한 협의체를 설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개방3000 구상은 북이 핵을 완전히 폐기하고 자발적으로 개방할 경우 국민소득 3천달러 달성을 위해 한국 정부가 협력한다는 내용으로, 지난 2월에 제시한 이른바 엠비(MB)독트린의 외교안보 구상이다.

남북경제공동체협력협정은 비핵개방3000 구상 이행시 법적.제도적 뒷받침을 위한 것으로, 남북경협 활성화와 투자.무역 편리화, 남북교역 자유화 등의 내용으로 구성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나아가 새로운 남북관계를 바탕으로 한국의 자본과 기술, 북의 노동력, 러시아의 천연자원 등이 합쳐지는 '신동북아경제협력' 구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 동부 시베리아의 천연가스 등 자원 개발에 한국의 자본과 기술력, 북의 노동력 등을 결합해 3국간 경협체제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제2차 남북정상회담에 대해서 이명박 후보는 "북핵 6자회담의 기조를 유지하면서 핵 문제 해결과 북한의 실질적 개혁.개방을 유도하는 틀을 마련해야 한다. 국군포로.납북자 송환 및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문제에 있어서도 진전이 있는 회담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차기 정부의 짐을 하나라도 덜어주는 생산적 정상회담이 되도록 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포럼 참석자가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대북정책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이명박 후보는 "북한을 지원함으로써 개방을 유도하고 돕자는 김 전 대통령의 취지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하고 "차기 정부는 무엇보다도 한반도 비핵화를 가장 큰 목표로 한다. 남북 경제교류 문제는 부득이 북핵 문제와 연계될 수밖에 없다. 다만 인도적 지원은 계속될 것이다"라고 답해 북핵 문제 해결을 강조하는 보수적 입장을 견지했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폐쇄적 성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론스타 문제 등으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다소 오해가 있을 수 있다. 차기 정부는 개방적 측면에서 적극적이고, 경제에 있어선 글로벌스탠더드에 준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도 좋다"고 말해 신자유주의 금융 개방정책을 적극 추진할 의사를 내비쳤다.

한편 범여권 대권주자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이명박 후보의 신동북아경제협력 구상에 대해 자신의 환동해경제협력 구상을 짝퉁식으로 모방했다고 비판했다. 문국현 사장은 대선 D-100일 기자회견에서 "북한과는 대치하면서 환동해 경협을 짝퉁식으로 모방하는 분이 있다"며 "친북좌파를 언급하는 구시대적 패러다임으로 동북아 경제협력은 물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동력을 만들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주노동당도 논평을 내고 이명박 후보의 '신한반도 구상'에 새로운 구상이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은 "내달 진행될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6자회담 진행과 발맞추고 핵폐기에 집중'하라는 식으로 6자회담 실무그룹회의에 보다 못한 희망사항을 밝힌 것은 이 후보의 민족문제 관련한 안목이 어느 정도인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예"라며 북핵 폐기를 강조하는 이명박 후보의 태도를 문제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