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용산 철거민 망루 진압과정에서 6명이 사망한 사건의 채증 동영상과 동영상 촬영자들에 대한 심리가 열렸지만 변호인들은 “이미 문제 제기된 검찰 수사기록 3천 쪽처럼 증거로 제출된 동영상도 누락이 있다”고 주장했다.
15일 서울중앙지법 311호 법정에서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한양석)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용산 철거민들의 새로운 변호인단으로 나선 김형태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경찰이 채증한 영상의 고의 누락 가능성을 집중 제기했다.
이날 공판은 검찰이 제시한 채증용 동영상과 촬영 경찰관 5명, 화재 현장을 촬영한 소방관 1명 등 6명에 대한 증인 신문으로 오후 2시부터 저녁 7시 45분께까지 진행됐다.
검찰은 이날 심리에서 증인으로 나온 6명이 찍은 동영상을 통해 망루 틈 사이로 흘러나온 액체와 불길이 올라오기 전 던져진 신너통을 부각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증거로 제출된 동영상 대부분이 불길이 확산되는 시간의 결정적인 장면에서 녹화를 하지 않거나, 음향이 없어 변호인단과 검찰사이 조작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어졌다.
경찰은 이날 20명의 채증 경찰을 7개조로 나눠 운용했다. 이중 경찰 특공대와 함께 망루가 설치된 남일당 건물에 올라가 가장 근거리에서 촬영한 김 모(송파경찰서 정보계)씨가 촬영한 영상마저 발화당시 2분여가 찍혀있지 않아 논란이 됐다. 김 모씨가 촬영한 영상은 40여 분 간 소리도 녹음 되지 않았다.
김 모씨는 “당시 카메라가 물에 젖어 소리가 들어오지 않았고, 발화 초기가 녹화 안 된 건 중요부분을 안 찍으려 한 게 아니라 녹화한 줄 알았는데 버튼이 눌러 있지 않았다. 저도 중요장면을 놓쳐 아쉽다”고 말했다. 김 모씨가 사용한 캠코더는 소니사에서 나온 ‘VX2000’ 기종이다.
심리를 마치고 김형태 변호인은 “(시너통을) 불이 번지기 전에 던졌는지 번진 후 던졌는지가 확실치 않다”면서 “4층에서 던져 3층에 불이 났다고 주장하는 장면은 고 모와 민 모가 찍은 영상에만 겨우 3-4초간 담겨 있고, 나머지 김 모는 진입과정을 담았지만 골프공을 찍었고, 이 모는 아예 안 찍고 화염이 커진 장면만 있고, 이 모는 아예 끊어지고 있다. 전부 유독 불난 후만 찍혔다”고 의구심을 드러냈다.
이어 김 변호인은 “이것은 저희가 새로 들어오기 전에 이미 문제제기 된 검찰 수사기록 3천 쪽이 제출안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진압의 부적절성이 빠졌다고 보여 진다”면서 “객관적인 동영상에서도 유독 채증요원이 이동했거나, 한 시간 동안 영상이 없거나, 머리가 가렸다고 이동하면서 그 부분만 빠졌다. 고의적으로 뺐다. 수사기록 3천 쪽처럼 동영상도 누락이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인은 “검찰이 정말 빠진 걸 모르시는지는 모르겠고, 경찰이 자신들의 책임과 화재 원인의 진상을 밝히기 싫어 빠져 있다. 고의성이 보인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검찰은 “오늘 나온 자료는 전체의 일부다. 전체 촬영한 동영상을 제출하겠다”면서 “칼라 TV나, 사자후 TV가 다 찍은 자료 등 여러 자료가 있기에 종합해서 결론을 낸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이어 “당시 현장을 주시하던 눈이 너무 많고 진보단체와 전철연이 다보고 있었다. 영상을 조작해서 될 상황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 "채증 영상으로도 불난 원인 증명 어렵다“
한편 재판 시작에 앞서 새 변호인단은 사임한 기존 변호인단과 다른 재판의 초점을 밝혔다. 변호인단은 “검찰 공소사실에 나온 특수공무집행방해치사 죄목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시너통 8개를 밖으로 집어던진 행위는 이미 불길이 올라와 폭발 위험이 있어 밖으로 던진 것이라 범죄행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시너통을 던진 행위가 빠지면 남는 건 화염병을 3층에 던졌다는 건데, 특공대 진술에서도 발화지점이 2층인지 3층인지 엇갈리고, 심지어 못 봤다는 특공대 진술도 있다”며 “화재 전문가들도 어떤 원인으로 망루 뒤쪽에서 생긴 불이 흘렀다는 추측만 할 뿐 누군가 4층에서 3층으로 던졌다는 행위가 증거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이어 “유일한 증거가 경찰 채증 영상인데 3층 창문이 환해지고 아래위 불길이 솟구쳤다는 것을 인정한다 해도 농성자 1인이 불을 던졌다는 것을 증명하기 힘들다”며 “그 장면의 추론은 3층에서 불이 날 때 누가 던진 건지, 실수인지, 경찰이 한건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변호인단은 “이처럼 범인이 특정되지 않은 상황인데다 실수한 사람도 특정하지 않았다면 피고인들을 공동정범으로 기소할 수 없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또 경찰의 진압과정과 비공개 수사기록 3천 쪽도 문제 삼았다. 변호인단은 “이미 인화물질이 건물 안에 있다고 보고됐고, 시너통 때문에 특공대도 건물진입이 무서웠다는 증언이 있다"며 ”정당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어 지휘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지휘부 수사기록 3천 쪽 공개거부를 두고는 “공개거부 사유가 국가안보라 했는데 국가안보가 무슨 상관이 있으며, 경찰 지휘부의 어느 증인을 보호할 필요가 있느냐”며 “자신의 부하와 국민을 사지로 몰은 지휘관들은 법정에 나올 의무가 있다. 그들을 왜 보호해야 하느냐”며 반문했다.
변호인의 주장을 두고 검찰은 “진압행위 당시 시너통을 던지고 4층에서 시너를 뿌린 부분이 일련의 범죄사실 구성요소”라며 “이 사건의 기본범죄는 처음 피고인들이 화염병 투척을 공모하고 망루진입 경찰에 던진 시너와 화염병으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3천 쪽 수사기록에 대해선 “헌법소원에 계류 중”이라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음공판은 17일 오후 2시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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