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 앞에서

[이수호의 잠행詩간](93)

바람아
골목길 돌아 나와
우수수 남은 플라타너스 마른잎 흔들며
눈발을 흩날리게 하는
겨울바람아
나를 용서해라
떼는 발걸음마다 위선
나가는 길마다 오류
언제 한 번 누구를 편안하게 했던가?
바람아
네 앞에서 흔들리는 거야 어쩔 수 없지
그렇게 흔들리며 떨고 섰는 게
솔직한 내 모습인데
거기서 비틀거리며 쓰러지거나
비굴한 등보이지 않으면 되는 건데
그래서 갈지자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면 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엉거주춤
앞뒤옆옆 눈치나 보고
잔대가리 굴리며 주판알이나 튕기는
내 모습이 너무 싫구나
바람아
겨울을 몰고 오는 거센 바람아
눈보라 회초리로 나를 쳐라
사정없이 휘갈겨라
아직도 나에게 남은 눈물이 있는지
자신을 덥힐
뜨거운 불씨 하나 있는지
나를 시험하라

* ‘몸세탁’이란 말도 있는가? ‘돈세탁’란 말과 4촌쯤 되는 것 같아 느낌이 별로다. 그러나 몸의 겉만 씻는 ‘목욕’과는 다른 뭔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 선조들은 ‘풍욕’이라는 걸 했다는데... 발가벗고 겨울바람 앞에라도 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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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 바람 , 몸세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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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qnseksrmrqhr

    마음이 게을러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옛 선조들은 무던히도 애를 썼었다...지금 그 시절로 돌아가자는 것은 아니지만 공공복리 앞에서는 먼저 스스로의 마음이 게을러져 있는 것은 아닌지 살핀 다음 자리에 앉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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